LNG 발전소 짓는다는 현대차…환경문제는 '애매'

  • 최나영 기자
  • 2022.05.23 05:00

현대차, 울산공장에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 추진 중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 현대차 유튜브 채널 갈무리)/뉴스펭귄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 현대차 유튜브 채널 갈무리)/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현대차가 울산공장에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LNG 열병합발전소는 기존 석탄발전소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발전소이기 때문이다. 발전소 건설은 현대차가 최근 선언한 RE100에도 역행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탈탄소를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LNG가 과도기적으로 사용할 연료로 인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탄소감축이 더욱 시급해진 시기"라며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을 두고 LNG 발전소를 짓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측은 "아직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원활하게 사용하는 것이 어렵다"며 "LNG 발전소를 세운 뒤, 이후 해당 시설을 탄소 감축량이 더 많은 수소발전소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발전소 지어 전력 직접 생산할 것”
주민설명회 일정, 지방선거 이후 정해질 듯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울산공장 안에 가스터빈 2기와 증기터빈 1기 등을 갖춘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가 비상용 발전시설이 아닌 대규모 자가 발전소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전소 전체 발전용량은 184㎿(기존 비상용 발전 21.6㎿ 포함)로, 울산공장이 기존 한국전력에서 공급받는 연간 전력량의 72%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발전과 난방을 동시에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시간당 100톤 규모의 스팀도 생산한다. 이는 기존의 보일러가 공급하는 연간 스팀량의 59%에 해당한다.

현대차는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위해 지난달 말께 울산 북구청에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한 사업설명회는 이달 초 열릴 예정이었지만, 연기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를 지난 3일 가지려 공고를 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연기했다”며 “아직 언제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고, 아마 지방선거 이후에 일정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차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공사는 올해 시작해 2025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정확한 착공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서 결과는 10월께 나올 예정이었지만, 주민설명회가 지연됨에 따라 평가 결과 발표를 비롯한 사업 전체적인 일정은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지구 위치도 (그림 현대차 환경영향평가서 갈무리)/뉴스펭귄
사업지구 위치도 (그림 현대차 환경영향평가서 갈무리)/뉴스펭귄

현대차 “탄소배출 줄이고, 분산에너지 확대…
정부 정책 방향 부응하려는 목적”

현대차는 발전소 건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같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의 환경영향평가서엔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절감‧대기환경 개선에 목적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도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응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 정책을 비롯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의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업체에 배출권을 유‧무상으로 할당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해 왔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내에 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면 탄소배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발전은 석탄발전보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데다, 열병합발전소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도 전력과 스팀을 각각 생산할 때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열병합발전은 하나의 에너지원으로부터 열과 전력을 동시에 발생시켜 용도별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공장 내에 LNG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면 우리가 발생시키는 탄소류가 1년에 10만톤 가량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현대차는 정부의 분산에너지 확대 정책 방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울산공장 내 전기‧열 공급을 통해 국가의 분산형 전원 확대 정책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명시됐다.

앞서 2019년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분산형 전원 발전량 비중을 2017년 12%에서 2040년 3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중장기 종합대책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도 지난해 발표했다. 분산형 전원이란 전력소비 지역 인근에 소규모 발전설비를 설치해 수요자에게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전원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은 소수의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 각 지역에 공급하는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대규모 발전소‧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사진 기후솔루션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기후솔루션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LNG발전소, 초미세먼지 형성하는 질소산화물 배출

하지만 발전소 건설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감한다는 현대차의 주장에는 이견도 적지 않다. 석탄발전소보다는 덜 하지만 LNG 열병합발전소 역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가스발전은 석탄발전의 6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가스발전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석탄발전의 3분의 1에 달한다. 

가스발전소가 배출하는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은 그 자체로 천식과 만성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초미세먼지를 형성하는 주요 전구물질이기 때문에 초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영향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다. 이같은 오염물질들은 가동 초기 집중 배출되는데, 가스발전소는 발전비용 부담이 커 가동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자주 껐다 켰다는 반복하는 만큼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복수의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발전소가 특히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LNG는 최종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 외에도 시추‧채굴, 정제‧액화, 운송. 재기화를 비롯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기업의 대규모 LNG 발전이 정부 분산에너지 정책에 부합?
환경단체 “RE100 한다면서 LNG 발전소 건설, 납득 힘들어”

대규모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은 정부의 분산에너지 확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지석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분산에너지의 경우, 태양광‧풍력 발전시설 등을 소규모로 수요가 있는 곳에 설치해서 (전기를) 멀리 안 보내고 그 지역에서 쓰는 것”이라며 “그런데 원료인 LNG를 울산이 아닌 해외에서 가져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걸 분산에너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도 “정부의 분산형 전원 로드맵 등을 보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돼 있다”며 “LNG로 산업시설의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식의 분산형 에너지는 거의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전소 건설이 현대차가 선언한 RE100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현대차그룹 4개사는 지난해 7월 글로벌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이후 회사별로 한국RE100위원회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해 최종 가입 승인을 받았다. 청소년기후행동은 “RE100이라는 것이 재생에너지로 에너지를 전부 전환하는 것인데,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RE100 같은 선언으로 이미지만 챙겼다”고 꼬집었다.

 

(사진 기후솔루션 자료집 '가스발전의 실체'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기후솔루션 자료집 '가스발전의 실체' 갈무리)/뉴스펭귄

환경단체 “국내‧외 흐름 따라 재생에너지 전환해야”
현대차 “LNG 발전소, 추후 수소발전소로 전환할 것”

여러 환경단체들은 현대차가 LNG 발전소를 건설할 여력이 있으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이나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부합하다는 목소리다. 

이와 같은 지적에 현대차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국내에서 아직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는 LNG 발전소를 수소발전소로 전환해 탄소배출량을 더 줄이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전소 원료를 LNG로 전환하면 연간 10만톤 가량의 탄소 저감 효과가 있는데 수소로 전환하면 40만톤 정도까지 저감할 수 있다고 본다”며 “LNG발전소로 사용했던 해당 설비에 연료만 수소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대차는 환경영향평가서를 통해 ‘사업시행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오폐수 발생‧소음 발생 등의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오염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발생 오‧폐수를 울산공장 내 오‧폐수 처리시설‧방어진수실개선사업소와 연계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은 "현실적으로 (대기업 제조업이) 재생에너지로 (당장)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선 재생에너지 전환은 애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LNG라는 쉬운 방법만 택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환경단체 관계자는 LNG 발전소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천연가스는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공급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기후 관련 규제가 더 강화돼 (화석연료가) 경제성도 없어질 것"이라며 "반면 재생에너지는 더 싸질 텐데, LNG 발전소를 건설할 돈으로 차라리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하도록 지금부터 노력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