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나비는 기후변화를 알고 있다

  • 손아영 기자
  • 2022.05.19 11:37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나비는 기후변화를 알고 있다


[뉴스펭귄 손아영] 점점 더 따뜻해지는 날씨 덕에 들판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가 많아졌다. 나비는 기후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나비는 따뜻한 바람을 찾아가는 본능이 있다. 실제로 한반도 남방계 나비들은 북쪽으로 서식처를 빠르게 확대하는 중이고, 북방계 나비들은 기존의 서식처에서 점점 북상하는 탓에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에서는 기후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비들을 ‘기후변화 지표나비’로 지정해 관리중이다. 우리 주변에 어떤 나비들이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맹금류의 눈을 품은 ‘무늬박이제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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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lickr)/뉴스펭귄

무늬박이제비나비는 날개를 편 길이가 11~12cm로 호랑나비과 나비 가운데 대형에 속하는 종이다. 이들에게는 큰 날개만큼이나 남다른 생존전략이 있다. 날개에 독특한 문양을 새겨 넣어 묘기를 부리는데, 그 비결은 바로 날개 위 노란색 부채꼴 반달무늬에 있다. 검은색 바탕의 날개 위 노란 무늬는 명시성을 높여줘 날개를 파닥일 때마다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천적들에게는 이 모습이 자신보다 크고 사나운 맹금류가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며 매섭게 노려보는 것처럼 보인다. 독특한 외관으로 눈에 잘 띌 것 같은 무늬박이제비나비는 사실 1947년 당시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발표한 《조선나비이름의 유래기》에 ‘제주도에서 한 마리 잡은 일이 있을 뿐’이라고 기록돼 있을 만큼 보기 힘든 종이었다. 하지만 불과 80여 년이 지난 지금,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올라가며 제주도를 비롯한 전라남도, 경상남도 남해안 섬 지역에 정착해 살고 있다. 

 


은빛 날개가 눈부신 ‘뾰족부전나비’


(사진 flickr)/뉴스펭귄

뾰족부전나비는 성별에 따라 다른 위장술을 보이는데 암컷은 청회색, 수컷은 주황색 무늬로 위장한다. 그리고 뒷면은 모두 눈부신 은색으로 치장하고 있어 같은 나비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위장술의 가장 큰 기능은 체온조절이다. 더운 날씨에는 태양광선에 뒷면의 새하얀 은빛 날개가 보이도록 수직으로 접어 빛을 반사하고, 추운 날씨에는 날개를 펼쳐 흑색 바탕이 있는 앞면을 수평으로 하여 태양빛을 흡수하면서 체온을 조절한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똑똑한 전략을 펼치는 뾰족부전나비는 한때 ‘길 잃은 나비’로 불리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한 조선서에 ‘미접’임을 암시하는 기록이 남아있는데, 미접이란 원래 한반도에 살지 않던 동남아시아의 남방계 나비가 태풍이나 선박 등을 통해 잠시 날아와 월동을 하지 못한 종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재 지구가열화의 영항으로 남부지방에서 성충으로 월동하고, 이듬해 봄 알을 낳아 세대를 이어가는 정착종이 됐다.


독보적인 기상 캐스터 ‘호랑나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한국인들에게 노래 제목으로 잘 알려진 호랑나비는 날씨변화에 특히 민감해 농사철 기상 예보관으로 불린다. 하늘에 구름이 껴 날이 흐리기라도 하면 나는 모습을 보기 힘들고, 비가 오려고 바람이 몰아칠 즈음이면 감쪽같이 사라지곤 한다. 호랑나비가 춤을 춘다면 그 날은 어김없이 맑은 날일 것이다. 노래가사에서 자꾸만 호랑나비에게 날아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한치의 오차 없이 날씨를 느낄 수 있는 비결은 온몸을 뒤덮고 있는 작은 털에 있다. 호랑나비를 현미경으로 보면 머리, 가슴, 배 심지어 날개와 다리까지도 털이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털은 기온, 습도, 기압, 바람의 흐름 등 날씨를 정확히 감지한다. 이처럼 농촌의 기상 관측을 담당하고 있는 호랑나비는 한국 전 지역에 살고 있는 온난대성 나비로, 마을 주변 농경지와 야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남부와 중부지방에서 북부지방보다 약 1주 정도 출현시기가 빨라져 기후변화 지표나비로 등록됐다. 

 


나비효과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영화로 유명해진 ‘나비효과’는 말그대로 사소한 행위가 거대한 결과를 불러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현재, 인간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지구가열화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실제 나비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진짜 나비효과가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비의 날갯짓에서 희망을 찾는 이유는, 작은 날개를 가진 나비가 지혜로운 방법으로 상황을 극복해 나가며 봄을 맞이하듯 우리의 조금 다른 선택들이 모여 새로운 나비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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