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상어 지느러미가 사랑받는 이유

  • 손아영 기자
  • 2022.04.27 11:11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뉴스펭귄 손아영] 전화기, 수정궁 등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명품으로 기록되는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창조물’이라는 것이다. 전화기는 사람의 귀 모양을 모방했고, 19세기 최고의 건축물로 꼽히는 수정궁은 수련의 잎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처럼 생물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물질을 창조하려는 과학 기술을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청색기술에는 멸종위기 동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들도 다수 포함된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얼룩말과 에너지 절약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얼룩말의 줄무늬는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흰색은 태양빛을 반사해 열기를 감소시키고, 검은색은 태양빛을 흡수해 온도를 높인다. 자연스레 흰 줄무늬의 공기온도가 검은 줄무늬의 공기온도보다 낮아져 더운 공기가 위로 상승하고, 그 빈자리를 상대적으로 시원한 공기가 채우게 된다. 이렇듯 두 가지 색의 줄무늬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지는 공기의 흐름은 표면 온도를 8도가량 낮춰준다. 이에 영감을 받은 스웨덴 건축가 안데르스 나이퀴스트는 얼룩말의 줄무늬를 건축 설계에 응용한다. 그 결과 그가 설계한 일본의 한 건물은 여름철에 냉방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건물 내부 온도를 약 5도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얼룩말의 줄무늬를 악용해 그들을 멸종에 이르게 한 사례도 존재한다. 얼룩말 종의 하나인 ‘콰가’는 주로 남아프리카에 서식했는데, 그곳에 살던 원주민 사냥꾼들에 의해 절멸했다. 그들은 온도 유지에 용이한 얼룩말의 가죽을 사용해 음식을 저장하거나 벨트, 붕대, 망토와 같은 의류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 밖에 현존하는 얼룩말 또한 여전히 고기와 가죽을 노리는 밀렵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며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코끼리와 보청기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1997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케이틀린 오코넬-로드웰은 코끼리 발에 있는 진동 감지 신경을 발견했다. 코끼리는 이 신경을 통해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먼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코끼리는 큼지막한 발로 바닥을 치며 진동을 주고받아 다른 코끼리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실제 태국 코끼리가 바다 밑 지진으로 갑자기 발생한 해일의 소리를 감지하고 스스로 사슬을 끊은 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사례도 있다. 오코넬-로드웰은 코끼리의 지진 감지 능력을 사람의 청각 장애 해결에 응용하기로 한다. 현재 피부에 밀착되는 패치를 개발 중인데, 이는 소리를 뇌가 인식할 만한 진동으로 바꿔준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던져준 코끼리는 인간의 활동에 의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상아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로 인해 밀렵이 계속되고 있으며, 농업 등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심각하게 감소했다. 둥근귀코끼리는 지난 31년 동안 86%이상이, 사바나코끼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최소 60%가 감소했으며, 19세기 초만 해도 270만 마리에 이르던 아프리카 코끼리는 가장 최근 조사된 2016년 집계에서 41만 5000마리에 그쳤다.  

 

 

상어와 전신 수영복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신 수영복을 입었다는 것. 전신 수영복은 상어 지느러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상어는 바닷속에서 시속 50km로 헤엄치는데, 이는 웬만한 구축함보다 빠른 속도다. 상어의 피부는 매끄러워 보이지만 지느러미의 비늘에는 삼각형의 미세 돌기가 존재한다. 미세 돌기들이 물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상어 표면을 지나는 큰 물줄기의 흐름을 막아주는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표면 마찰력을 5%가량 감소시키며, 전신 수영복의 미세 돌기 또한 100m 기록을 0.2초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단축시킨 것은 수영 기록만이 아니었다. 상어의 수명마저 단축시켰다. 현재 전세계 상어 종의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만, 여전히 상어 지느러미는 초호화 식재료로 취급 받으며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샥스핀 재료로 사용된 상어는 지느러미를 잃은 채 다시 바다에 버려진다. 몸통은 질겨 음식으로써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렇게 몸통만 남아 헤엄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어는 그대로 가라앉아 죽게 된다.  

 


위대한 스승의 멸종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앞선 사례들을 통해 자연은 우리에게 위대한 스승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에게서 단순히 정보, 지식과 같은 배움만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을 물리적으로 상처 입히며 생명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자연은 죽어가는 순간까지 우리에게 한 가지 가르침을 주었다. 자연과 생명을 파괴하는 인간의 행위는 지금도 계속해서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으며, 그 결말 또한 닮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