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갇혀버린 실험동물, 침팬지들의 잔인한 여생

  • 이후림 기자
  • 2022.04.24 00:05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아프리카 중서부에 위치한 국가 라이베리아에는 버림받은 침팬지 65마리가 산다. 침팬지들이 사는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다. 

침팬지 서식지가 된 무인도 6곳은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남쪽으로 5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침팬지들은 동물실험을 위해 이곳에 오게 됐다. 애초에 400여 마리가 섬으로 끌려왔지만 수십 년 실험을 견뎌내고 결국 살아남은 건 65마리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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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들이 갇혀 있었던 우리 (사진 HSI 홈페이지 영상 캡처)/뉴스펭귄
침팬지들이 갇혀 있었던 우리 (사진 HSI 홈페이지 영상 캡처)/뉴스펭귄

AFP통신에 따르면 침팬지 400마리는 뉴욕혈액센터(NYBC)에서 진행한 B형간염 및 기타 질병과 관련된 생물의학 연구를 위해 1974년부터 실험동물로 쓰이기 시작했다. 

침팬지 중 일부는 죽어나갔고 일부는 수백 번 생검에도 견디며 살아남았다. 이들 영장류에게 고통은 그저 일상생활의 일부였던 셈이다.

그러던 중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라이베리아 내전이 이어졌고 사실상 쓸모가 없어진 침팬지들은 버림받아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 실컷 실험도구로 쓸 때는 언제고 막상 관리가 어려워지자 섬에 방치해버린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짓을 벌인 뉴욕혈액센터가 2015년 살아남은 침팬지들을 위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연구 목적으로 이용한 동물들을 연구가 끝나니 내버렸다면서 센터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브라이언헤어(Brian Hare) 영장류학자는 침팬지들을 두고 "고문 피해자"라고 칭하며 청원을 시작했으며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뉴욕에 위치한 혈액센터 본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영화배우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 엘리엇 페이지(Elliot Page) 등 유명인사들은 자금 복원 촉구 청원에 서명했다.

압박에 못이긴 뉴욕혈액센터는 결국 2017년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와 자금 비용을 분할하기로 합의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수의사들은 하루에 두 차례 섬을 방문해 바나나, 야자열매, 카사바 등 이들이 먹을 과일을 던져준다. 수의사들은 침팬지들을 위해 매일 오전과 오후 각각 200kg, 120kg 음식을 준비한다. 한 달이면 약 10t에 가까운 양이다. 그러나 침팬지들은 여전히 암울한 과거 상처를 안고 산다.

수의사가 던져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침팬지 무리 (사진 HSI 페이스북)/뉴스펭귄
수의사가 던져주는 음식을 받아먹는 침팬지 무리 (사진 HSI 페이스북)/뉴스펭귄
침팬지들이 먹는 과일 (사진 HSI 페이스북)/뉴스펭귄
침팬지들이 먹는 과일 (사진 HSI 페이스북)/뉴스펭귄

수의사 리처드 스수나(Richard Ssuna) 교수는 "여기에 사는 침팬지들은 모두 고문의 희생자들"이라면서 "팔이 없는 개체도 있고 각자 다양한 고통을 안고 산다. 특정 자극이 침팬지에게 부정적인 기억을 유발할 수도 있어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침팬지들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죽을 때까지 이 섬을 벗어날 수 없다고 알려졌다. 야생성을 잃은지 오래인데다 실험에 동원된 탓에 자칫하면 인간사회에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리처드 교수는 "섬에 있는 침팬지들이 모두 죽을 때까지 보살필 것"이라면서 "가장 어린 개체의 남은 여생은 약 5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는 더 이상의 출산을 방지하기 위해 수컷 정관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남겨진 동물들은 추후 50년간 또 다른 고통 속에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수의사가 던져주는 음식을 먹는 침팬지 무리 (사진 HSI 홈페이지 영상 캡처)/뉴스펭귄
수의사가 던져주는 음식을 먹는 침팬지 무리 (사진 HSI 홈페이지 영상 캡처)/뉴스펭귄
수의사가 던져주는 음식을 먹는 침팬지 무리 (사진 HSI 홈페이지 영상 캡처)/뉴스펭귄
수의사가 던져주는 음식을 먹는 침팬지 무리 (사진 HSI 홈페이지 영상 캡처)/뉴스펭귄

4월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다. 전 세계 각종 연구와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들의 희생을 알리고 대체 방법을 찾아 희생을 줄여나가자는 취지로 1979년 시작됐다.

실험동물은 대부분 실험용으로 번식되고 실험이 끝난 후에는 99.9%가 안락사된다.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이들은 동물실험이 인간 편의를 위해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안겨주는 잔인한 실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모든 동물실험을 없앨 수 없다면 동물실험을 감소, 완화, 최종적으로는 대체하는 원칙을 따르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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