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일회용품, 너와 나의 연결고리

  • 손아영 기자
  • 2022.04.21 11:00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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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뉴스펭귄 손아영] “우리는 한 주 동안 신용카드 한 장을 먹는다”, 무려 2년 전 발표된 연구 결과다. 오늘도 무심코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고, 결국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와 활동가 카를로 페트리니는 이 새로운 관점이 다양한 위기에 처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말한다. 현재의 발전 모델은 우리에게 어떤 위협이 되고 있으며, 그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어떤 모습일지 함께 살펴보자.

 

 

[경제] 관계도 재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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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미지는 본문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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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 한 중국 신문에서 발표한 비디오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비디오는 공장을 잠입하여 촬영한 것으로, 영상 속 노동자들은 열악한 위생 상태에서 최소한의 안전기준 없이 하루 16시간의 힘겨운 교대 근무를 강요받고 있었다. 그 공장은 바로 글로벌 기업 ‘폭스콘(Foxconn)’이었다. 폭스콘은 애플, 노키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공급사로, 해당 브랜드의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든다. 이처럼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의 주문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참여한 회사는 불가피한 지연이나 지체를 막기 위해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은 필연적으로 생산 현장의 착취와 폭력을 동반하는 것이다. 이에 통합생태론은 ‘경제적 인간’이 아닌 ‘공동체 인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경제적 인간은 자신의 사익을 독점적으로 극대화하는 인간상을, 공동체 인간은 경쟁이 아닌 연대를 지향하는 인간상을 뜻한다. 후자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위한 필수적 재화가 공동의 재화로 관리돼 모두에게 보장되는 것을 지향한다. 그리고 이 공동의 재화에는 협력과 호혜, 우정과 신뢰와 같은 선한 가치들을 포함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긴급 보육, 자원봉사와 같은 참여와 연대의 활동이 소외된 계층의 최소한 삶을 지켜낸 것처럼 말이다.    

 


[교육] 열매는 고르게 뿌린 씨앗으로 자란다


해당 이미지는 본문내용과 관련 없습니다(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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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시민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때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 대상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이때 그들이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것이 교육이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OECD 국가들의 교육비 비율을 살펴보면, 정부가 아닌 민간이 부담하는 지출이 꾸준히 증가했다. 학부모의 부담이 늘어나는 현실은 교육 격차를 부추기고 빈곤층 자녀의 교육 기회를 빼앗는다. 결국 저학력은 낮은 임금과 높은 실업률로 연결된다. 또한 빈곤층은 살면서 책이나 문화행사를 접하기 어렵고 고용계약이나 임대계약, 법령, 보조금 신청 지침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기능적 문맹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처럼 빈곤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불행을 함께 겪는다. 통합생태론에서 보편적이고 평등한, 질 높은 교육에 대한 보장이 미래 인간 사회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질 높은 교육’이란 흔히 가리키는 일반 대학이나 과학 기관이 아닌, 전통이나 시골문화의 순환하는 삶에서 비롯된 지식을 뜻한다. 인류가 자연환경에 적응해온 수 세기 과정의 결실인 전통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기술은 파종∙수확 시기를 예측하고 신호를 보낼 수 있지만 토양의 습기, 식물의 상태를 관찰하는 노인 농부의 지혜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동체] 사람과 자연은 일회용이 아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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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이 청년들을 버려질 일회용으로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한번 쓰고 쉽게 버려지는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와 같은 일회용품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1'에 따르면 청년층의 학교 졸업 후 첫 일자리 중 1년 이하 계약직 및 시간제 근로 비중은 47.1%로 2명 중 1명꼴이다. 오늘날 우리가 이룬 모든 성공은 내일의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기계 속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불안한 가치체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공동체 구조를 재건해야 한다. 카를로 페트리니가 제안한 공동체 모델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길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공동체는 순위와 성과, 즉 경쟁을 배제하기 때문에 구성원이 실수하더라도 내치지 않고 포용한다. 자연스레 사회적 불안 대신 '정서적 안정'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식물생리학자 스테파노 만쿠소가 발표한 '식물 민주주의' 개념과 맥락을 같이한다. 뇌에서 유기체의 모든 활동을 엄격하게 조정하는 동물식 운영을 중단하고, 조직의 모든 부분이 재생하면서 중심에 의존하지 않고 집단의 복지에 기여하는 식물 모델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 없이는 생존도 없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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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125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다양성의 70%가 손실됐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멸종 속도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보다 수백 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으며, 6번째 대멸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상처는 가릴수록 곪으며 곧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간다. 누군가의 상처는 곧 우리의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 사회의 아픈 부분을 타자의 고통으로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해당 기사는 '도서출판 앤페이지'로부터 광고비를 지급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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