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내 몸에 친절한 비건레시피

  • 손아영 기자
  • 2022.04.15 17:41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뉴스펭귄 손아영] 여기 먹는 것에 진심인 두 먹보가 있다. 밴드 ‘양반들’의 보컬이자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전범선’과, 베란다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이자 모델, 사진가, 작가, 현대미술가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동중인 ‘편지지’. 이 두사람은 비혼과 비건이라는 두 교집합을 가진 찰떡궁합의 연인이다. 그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심신의 면역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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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레시피①_돌봄 스무디 보울(사진 출판사 봄름 제공)/뉴스펭귄
비건레시피①_돌봄 스무디 보울(사진 출판사 봄름 제공)/뉴스펭귄

과거 연인으로부터 끔찍한 데이트 폭력에 시달렸던 편지지. 그의 건강은 식욕저하를 동반한 불안증, 우울증 등으로 나날이 악화돼 갔다. 그리고 최악의 면역력에 다다르자 후천적 한포진(손바닥과 발바닥에 피부내의 작은 물집(수포)를 형성하는 재발성 습진성 피부질환)이 발병하고 말았다. 그는 아픈 발을 이끌고 유명하다는 병원을 모조리 찾아다녔지만 약을 통해 일시적으로 통증이 가라앉을 뿐, 금세 내성이 생겨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그리고 문득 병원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전한 조언이 생각났다. 바로 고기와 유제품을 자제하라는 것. 동물성 식품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질이 있어 예민한 피부병이 있을 때에는 멀리해야 한다. 육류를 줄이고 가공식품을 줄이니 신기하게도 한포진은 점점 사라졌고, 평생을 시달리던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완화됐다. 몸이 건강해지니 그의 마음도 함께 아물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고기가 왜 이렇게 몸에 해로운지를 공부하다 동물권을 접하게 됐고, 잔인한 방식으로 죽어가는 동물들의 현실을 알게 된다. 고통을 느끼는 이들과 연대할 때 가장 순수한 형태의 위안을 느낀다는 그는, 그렇게 본격적인 비건을 실천하기에 이른다. 

 


"글루텐 프리가 필요하다면"


비건레시피②_글루텐 프리 메밀 막국수(사진 출판사 봄름 제공)/뉴스펭귄
비건레시피②_글루텐 프리 메밀 막국수(사진 출판사 봄름 제공)/뉴스펭귄

글루텐 민감증으로 글루텐 프리 식단을 지향하는 편지지이지만, 무조건적인 글루텐 혐오에는 반대한다. 사람들이 글루텐 프리와 비건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아, 밀 자체가 나쁜 곡물이라는 오해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글루텐은 대체육인 밀고기나 콩고기를 만들 때 점성을 더하기 위해 넣기도 한다. 또한 글루텐 프리라고 알려진 메밀, 귀리, 쌀 등은 사실 함유량이 미미한 것일 뿐 아예 글루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글루텐은 정확히 무엇일까? 글루텐은 곡류에 존재하는, 잘 녹지 않는 단백질 복합체다.  밀가루에 물을 더해 반축하면 덩어리가 지는데, 탱탱하고 찐득해지는 바로 이것이 글루텐이다. 사람들이 글루텐을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는, 이 물질이 소장에서 발생하는 유전성 알레르기 질환과 글루텐 민감증 등의 소화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양권에서는 발병 사례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글루텐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통계상 상대적으로 육식을 많이 하는 서구 인종에게서 글루텐 민감 반응이 더 많이 발병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글루텐 프리보다는 개인의 체질을 잘 살펴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거르는 것이 좋다.  

 


"생명의 순환을 위해"


비건레시피③_새송이 버터 덮밥 (사진 출판사 봄름 제공)/뉴스펭귄
비건레시피③_새송이 버터 덮밥 (사진 출판사 봄름 제공)/뉴스펭귄

버섯과 범선, 이름마저 비슷한 그의 발목에는 두 개의 버섯 문신이 있다. 하나는 빨간 갓에 흰 점이 박힌 광대버섯, 또 하나는 그가 제일 자주 먹는 표고버섯이다. 비건들이 버섯을 고기 대체용으로 많이 먹는 이유는, 버섯이 식물과 동물의 중간 사이에 있는 균이기 때문이다. 이 균을 씹으면 육즙과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다. 그에게 버섯을 먹는다는 것은 곧 균의 열매를 먹는 것이다. 균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애초에 버섯을 먹기 위해 균을 죽일 필요도 없다.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먹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그는 버섯처럼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버섯은 개체와 전체를 나누기 어렵다. 땅 위로 따로 자라난 버섯들도 사실 땅 밑에서는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돼 있다. 이 버섯 그물망을 통해 숲 속의 나무들은 서로 물, 질소, 탄소 등을 공유한다. 또한 지금은 인간이 버섯을 먹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버섯이 인간을 먹게 된다. 버섯은 시체가 썩어갈 때 피어나며, 그 과정에서 동물의 사체를 분해한다. 다시 말해 버섯과 인간은 객체와 주체가 고정되지 않은 동등한 관계인 것이다. 그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난 버섯과 한 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편지지와 전범선, 두 사람은 이야기한다. 완벽한 비건은 어디에도 없으며,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비건을 지향하는 백명이 실질적으로 이롭다고.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첫 술에 완벽한 비건이 되지 않더라도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노력하면 그것으로 된다고 말하는 두 사람의 따듯하고 친절한 시선이 담긴 비건 레시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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