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라따뚜이 레미, 실험관에 갇히다

  • 손아영 기자
  • 2022.04.07 10:12
(사진 영화  스틸컷,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사진 영화 스틸컷,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어느 날 ‘구름별’이 집으로 왔다


[뉴스펭귄 손아영]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사용된 실험동물은 약 414만 마리. 그중 85%를 차지하는 약 351만 마리가 마우스(mouse), 래트(rat) 등의 설치류에 속한다. 이들 모두 실험이 종료되면 안락사 단계를 밟는다. 그리고 이 죽음 앞에서 가까스로 구조돼 입양된 래트 2마리가 있다. 바로 ‘구름’과 ‘별’.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자. 

 


제리와 레미의 슬픈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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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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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마우스와 래트는 모두 쥐목 쥐과의 포유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말로 래트는 시궁쥐, 마우스는 생쥐로 불리는데 래트가 마우스에 비해 몸집이 큰 편이다. 평균적으로 래트는 22~30cm, 마우스는 6~10cm의 몸길이에 달한다. 또한 마우스는 귓바퀴가 크고 둥글어서 상대적으로 머리가 작아 보이는 반면, 래트는 귀가 작아 상대적으로 머리가 커 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제리는 몸집이 작아 마우스로 볼 수 있고, <라따뚜이>의 주인공 레미는 몸통이 길쭉하여 래트로 볼 수 있다. 이 둘은 성격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래트는 대게 온순한 편이지만 마우스는 다소 사나워 실험실의 연구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둘에게도 슬픈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가장 많은 실험동물로 쓰인다는 사실이다. 쥐과는 수명이 짧아 세대 관찰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구름이와 별이가 생후 6주만에 실험대에 올라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낯은 가리지만 친해지고 싶어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우리가 ‘쥐’하면 떠올리는 것들은 대게 ‘쥐구멍’, ‘재빠르게 도망가는’과 같은 표현이다. 실제로 쥐들에게는 쥐구멍이 꼭 필요하다. 쥐는 천적이 많은 동물이라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양 초반의 별이는 몸을 숨길 곳이 없는 탓에 오버그루밍(overgrooming)으로 불안함을 해소해 얼굴에 탈모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래트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의외의 모습도 있다. 래트는 본래 온순한 동물로, 핸들링이 쉬워 외국에서는 반려동물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지능이 높고 친화력이 좋아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다가오기도 하는데, ‘무릎쥐’나 ‘쥐계의 개’라고 불릴 정도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실험실에서 가정집으로 입양된 구름이와 별이는 쥡사(‘쥐’와 ‘집사’를 합친 말)를 자주 물곤 한다. 래트는 입질이 거의 없는 동물에 속하는데, 실험쥐의 경우 사회화가 돼야 할 시기에 사람과의 유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실험을 당해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동물실험에 관대한 나라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그렇다면 구름이와 별이 같은 실험동물의 고통을 막아줄 수단은 없는 것일까?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을 위한 윤리기준’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최대한 비동물실험으로의 대체, 사용 동물의 수 축소, 불가피하게 동물실험 진행 시 고통의 완화’와 같은 항목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보이는 것처럼 지나치게 광범위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안락사를 막을 수 있는 입양에 대한 가이드는 어떨까. 많은 나라에서 실험동물 입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고, 독일과 캐나다의 경우 설치류 입양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8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여 정상적으로 회복한 동물의 입양과 기증을 허가하고, 다음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험동물 입양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한 사례가 있지만, 이 또한 ‘개’에 한정된다. 실험 종료 동물의 입양에 대한 이야기가 양지로 나온 것은 의미있는 인식의 변화이지만 실험동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설치류에 관한 언급은 없는 상태다.

 


살기 위해 죽이지 않는 세상을 위해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얼마 전 뉴스펭귄 ‘핑크펭귄폴’을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참여자 176명 중 90명(51.1%)이 동물실험에 대해 ‘전면 금지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또한 현재 전세계 41개국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를 선언하며 동물실험 철폐를 향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동물 활용 예산은 28.6%인 반면, 동물모델 대체를 위한 기술개발 예산은 1.36%밖에 되지 않는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죽이는 행태를 멈추기 위한, 대체실험 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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