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전 핵실험의 ‘역습’…프랑스가 황사를 두려워하는 이유

  • 이자영 객원기자
  • 2022.04.04 11:35

프랑스, 스페인을 덮은 황사에서 방사성 물질 검출
1960년대 초 사하라사막에서 진행했던 핵실험의 ‘잔재’
당장 생활에는 지장 없지만 누적되면 토양 등에 악영향 우려 

지난달 15일 황사먼지가 쌓인 피레네산맥(사진 프랑스 피레네산맥기상청 공식인스타그램 @meteopyrenees캡쳐)/뉴스펭귄
지난달 15일 황사먼지가 쌓인 피레네산맥(사진 프랑스 피레네산맥기상청 공식인스타그램 @meteopyrenees캡쳐)/뉴스펭귄

 

[뉴스펭귄 프랑스 파리=이자영 기자 ] 매년 봄이면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남부에는 사하라사막에서 발원한 모래바람이 뒤덮인다. 프랑스에서는 시로코(Siroco), 스페인에서는 깔리마(Calima)라고 부르는 이 황사는 도시 전체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여 다소 부정적인 의미의 ‘드라마틱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올해도 지난달 중순부터 사하라의 모래바람이 지중해 남부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모래바람의 습격에 크고 작은 불편을 호소한다. 

현지 과학자들은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이 황사현상에 대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요소가 존재한다. 이 모래바람의 발원지인 사하라사막은 프랑스가 60년전에 핵실험을 진행했던 곳이어서 모래바람에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사하라 모래바람이 닥쳐오기 전 모습(사진 TF1뉴스 화면 켑쳐)/뉴스펭귄
프랑스에 사하라 모래바람이 닥쳐오기 전 모습(사진 TF1뉴스 화면 켑쳐)/뉴스펭귄
프랑스에 사하라 모래바람이 불어온 뒤 모습(사진 TF1뉴스 화면 캡쳐)/뉴스펭귄
프랑스에 사하라 모래바람이 불어온 뒤 모습(사진 TF1뉴스 화면 캡쳐)/뉴스펭귄

 

이에따라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이 황사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137이 검출됐는지 과학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년여 전인 지난해 2월 프랑스의 대기중에서 측정된 세슘-137의 농도가 해마다 기록됐던 평균치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 따라서 올해 어느 정도의 방사성물질이 검출될지는 향후 추이를 가늠할 잣대여서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60년 전 핵실험의 잔재가 바람을 타고 해마다 프랑스로 건너오고 있는데, 갈수록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높아진다면 심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연구원은 황사의 미세입자가 작을수록 더 높은 농도치의 세슘-137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큰 입자들은 바람과 함께 대기중으로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지만, 작은 입자들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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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모래바람에서 검출되는 세슘의 양이 건강이나 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수준은 전혀 아니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지난해 미세먼지 속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예년보다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었지만, 최악의 농도를 기록했던 2004년의 미세먼지 속 세슘-137의 농도(4.5µBq/m3 (1입방미터 당 4.5마이크로 베크렐))에 미치지는 않았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에는 프랑스 본토에서 약 100~200µBq/m3 의 세슘-137이,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에는 7Bq/m3 (1입방미터 당 7 베크렐)이 측정됐다. 1Bq(베크렐)은 1µBq(마이크로 베크렐)의 백만배에 해당한다.

대기중 세슘-137의 농도가 일시적으로 잠시 상승했고, 이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매년 이 현상으로 인해 세슘-137이 프랑스 영토에 쌓이게 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중에 포진해 있던 이 입자들은 빗방울 타고 지상에 도달하게 되며, 농경지에도 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한 황사먼지 제거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세차를 하고, 그 결과 각종 수로를 통해 정수처리장에도 많이 쌓이고 있다.

코페르니쿠스가 센티넬3을 통해 관측한 4월 1일 지중해부근의 위성사진(코페르니쿠스 EU 트위터 @CopernicusEU 캡쳐)/뉴스펭귄
코페르니쿠스가 센티넬3을 통해 관측한 4월 1일 지중해부근의 위성사진(코페르니쿠스 EU 트위터 @CopernicusEU 캡쳐)/뉴스펭귄

 

하루 나절 부는 바람이 아니라, 3월 15일부터 4월 들어서도  꾸준히 황사먼지가 유럽에 상륙하고 있다. 프랑스기상청은 황사가 심한 날에는 외출과 운동을 삼갈 것을 권고했다. 유럽연합 지구환경관측소인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가 위성 센티넬3을 통해 지난 1일에 촬영한 지중해 부근의 사진에서 프랑스 남부와 이태리를 덮을 황사가 또 다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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