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나의 휴대폰엔 누구의 피가 묻었을까

  • 손아영 기자
  • 2022.03.31 10:24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기후∙생태위기는 곧 인권위기


[뉴스펭귄 손아영]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코로나 19, 단순히 바이러스의 문제일까요? 어쩌면 우리 인간의 행위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는 지구상의 동식물을 멸종시키며 생물다양성을 훼손했습니다. 다양한 생물을 숙주로 삼던 바이러스는 결국 인간의 몸 속까지 침투하게 되죠. 그리고 이런 펜데믹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언제나 소외된 계층입니다. 이렇듯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것을 ‘에코사이드’, 인간집단을 대규모로 파괴하는 것을 ‘제노사이드’라고 하며, 이 둘은 언제나 연결돼 있습니다.

 

 

들소와 인디언의 무덤 위에 세워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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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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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미국 중서부 대평원에는 들소 3000~6000만 마리가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아메리카들소는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돼 있으며 원래 개체수의 0.001%에 불과한 수백 마리만 남은 상태입니다. 19세기 말 백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기 위해 대평원에 살던 인디언을 보호구역으로 옮기는 작전을 펼칩니다. 하지만 인디언의 생계유지 수단이자 공동체 결속의 핵심인 들소가 존재하는 한, 그들을 한 곳에 정착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죠. 결국 백인들은 들소를 대규모로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지역을 정복한 백인들이 가는 곳마다 들소의 뼛더미가 하얗게 뒤덮여 있는 잔인한 광경이 펼쳐질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는 살아남은 인디언들의 후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종족에 속했던 이들은 5~9센치 이상 신장이 줄어들었고, 자살률 및 사망률이 월등히 높으며 당뇨의 비율은 전국 평균의 800%에 달합니다. 건강한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가구는 40%를 차지합니다. 

 


노예의 피로 얼룩진 휴대폰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유엔(UN, United Nation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는 인구는 약 4030만명에 달합니다. 이 수치에는 본인의 자유의지가 아닌 외부의 위협 하에 노동을 제공하고 있는 강제노동자가 포함되죠.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은 노예 노동이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는 전자제품 기판의 남땜용 물질인 주석과 납, 컴퓨터와 휴대폰에 쓰이는 희귀광물인 콜탄을 생산합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2만명 중 사업주, 병사, 장사꾼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다치거나 병든 상태로 일을 합니다. 갱도를 파고 흙을 나르는 과정에서 돌에 다치거나 안구가 손상되고, 폐에 먼지가 쌓여 규폐증을 얻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대다수는 강간과 성폭력에 쉽게 노출돼 성병에 걸린 상태로 일을 하게 됩니다. 이렇듯 가혹한 채굴 작업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큰 위협이 됩니다. 유엔에 따르면 채굴 작업으로 인해 서식지가 상실되면서 2015~2020년 사이 이곳 고릴라의 90%가 사라졌습니다.


죽음의 땅이 된 아마존


아마존 개발 중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사진 그린피스 Victor Moriyama)/뉴스펭귄
아마존 개발 중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사진 그린피스 Victor Moriyama)/뉴스펭귄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은 전세계 우림의 60%를 차지하며, 그곳에는 300만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환경파괴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는 이유 중 하나죠. 하지만 지난 브라질의 역사에서 지배층은 대게 아마존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했습니다. 아마존의 자원을 취하고, 토착민의 삶을 파괴하는 ‘자원추출형 식민지배’는 포르투갈이 아마존을 발견하며 시작됐습니다. 아마존에는 코코아, 고무, 말라리아 약제인 퀴닌 등 인간의 삶에 유용한 자원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1964년, 군부독재의 ‘아마존 작전’이라는 내부식민화 프로젝트가 추진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토착민 8350명이 살해됐습니다. 2019년 대통령에 취임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환경규제조치를 완화하며 아마존 개발에 총력을 다했습니다. 그 결과 축구장 40개 넓이의 열대우림이 잘려 나갔습니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를 합친 것 이상의 면적이죠. 그리고 2009년 이래 피살된 환경운동가는 300명 이상에 달합니다. 

 


모두가 알아야 할 침묵의 범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미국에서 유행하는 대형차 내의 시트를 가죽으로 덮기 위해서는 무려 12마리의 소가 필요합니다. 일부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는 산림파괴와 연관된 가죽을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이 얼마나 많은 자연을 훼손하고,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안고 탄생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누구도 이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죠. 환경파괴 현상을 인권위기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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