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오렌지의 황색신호

  • 손아영 기자
  • 2022.03.24 18:00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화성개미, 지구인간


[뉴스펭귄 손아영] 지구에 살고 있는 개미 친구들은 오늘도 새콤달콤한 오렌지를 따 먹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공기할아버지가 있었죠. 하지만 공기할아버지가 갑작스레 아프기 시작했고 오렌지나무마저 모두 시들어, 개미들은 결국 화성으로 떠나게 됩니다. 지구가 더 이상 안전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제2의 지구인 화성을 탐사 중인 우리 인간의 모습과 많이 닮았죠? 오렌지를 얻기 위해 떠나는 개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직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지금을 함께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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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공기할아버지가 아파요!”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공기할아버지는 잔뜩 부풀어 오른 배를 움켜쥐며 아파해요. 그리고는 검은 방귀를 사정없이 뀌어댑니다. 덕분에 온 세상이 잿빛으로 변하게 되죠.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아마 우리도 이 검은 방귀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의 경우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첫 관문인 백령도에서는 가끔 ‘검은 안개’가 나타나는데요. 이때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보다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9년 러시아에서는 공업도시 케메로보(Kemerovo)에서 대기 중 방출된 석탄 입자에 의해 변색된 ‘검은 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에너지정책기관(EPIC)이 발표한 AQLI(Air Quality Life Index_대기 중 미세먼지 수치가 기대수명에 미치는 정도를 계량화한 지수)에 따르면 인류의 수명을 줄어들게 하는 원인 1위는 대기오염입니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줄어드는 수명은 무려 1.9년에 달했죠. 1.8년을 기록한 흡연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오렌지가 시들어가고 있어요!”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공기할아버지의 검은 방귀에 오렌지 나무들도 시커멓게 시들어갔습니다. 개미 친구들은 더 이상 맛있는 오렌지를 따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지죠.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오렌지는 어떨까요? 세계 오렌지 주스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은 세계적인 농업 생산국입니다. 하지만 2021년, 블룸버그 그린(Bloomberg Green_기후변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뉴스 플랫폼)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의 농작물들은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그을리고 말라 세계 상품 시장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파까지 찾아와 식량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죠. 이로 인해 오렌지 주스의 가격은 3주 만에 20%까지 급등했습니다. 브라질은 오렌지뿐만 아니라 설탕 수출의 절반, 사료용 콩과 옥수수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적인 식량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개미 친구들이 힘을 합쳐 해냈어요!”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개미 친구들은 건강한 공기할아버지가 있는 화성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오렌지 나무를 심게 되죠. 지구보다 훨씬 더 높이 자라는 나무 때문에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힘을 합쳐 올라가 맛있는 오렌지를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개미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분업과 협력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사회적 곤충’이자 ‘집단지능’의 대표주자입니다. 또한 오렌지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운 것처럼 지구상에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미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숲속에 많은 씨앗들을 저장하는데요. 이 씨앗에는 지방산, 아미노산, 포도당 등의 영양소로 구성된 종침(elaiosome)이라고 하는 영양물질이 부착돼 있습니다. 개미들은 이 종침을 떼어먹은 후 씨앗을 다양한 곳에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식물들이 다양한 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죠.


“친구들아, 함께라면 할 수 있어!”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사진 휴먼큐브 제공)/뉴스펭귄

화성의 개미들이 지구에 남은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보냅니다.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루고,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큰 목소리가 되고,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지구를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부디 더 많은 이들이 힘을 합쳐 화성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지구의 모습을 지켜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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