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가지치기가 열매를 맺게 한다

  • 손아영 기자
  • 2022.03.10 15:23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탄소를 태우며 진화해온 인류


[뉴스펭귄 손아영] 인간은 최초의 ‘불’을 발견한 뒤 물건을 태워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18세기 중엽, 화석연료로의 에너지전환인 산업혁명을 맞이했죠. 동시에 ‘자본주의’라는 경제시스템을 도입하게 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자본주의가 무한대의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자본주의는 현재의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지금껏 누려온 경제시스템을 되돌아볼 시기가 된 것이죠.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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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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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자본주의는 경제성장을 낳았지만, 동시에 기후위기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는데요. 미국의 생태경제학자 허먼 데일리(Herman Daly)는 이를 두고 ‘불경제 성장’이라 칭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해 지구환경에 손실을 야기한다면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많다는 것이죠. 마치 잎이 무성한 나무에 오히려 열매가 조금 열리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나뭇가지와 잎을 잘라 성장을 멈춘 나무는, 몸 전체에 양분이 충분히 돌아 열매가 많이 열리게 되죠. 이처럼 성장하지 않아도 성립하는 경제를 ‘정상경제’라고 합니다. 때문에 허먼 데일리는 이제 풍족함의 기준이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에서 참발전지수(GPI, Genuine Progress Indicator)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발전의 기준이 물질적 가치가 아닌, 사람들이 풍요롭고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지가 돼야 한다는 것이죠. 

 


선진국이 앞장서자! 지속가능한 경제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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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제활동의 규모는 지구 하나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창했는데요. 이는 지구가열화의 원인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혜택은 대부분 선진국이 가져가게 됐습니다. 반대로 기후위기에 거의 기여한 바가 없는 국가들이 고통을 짊어지게 되었죠. 때문에 선진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정상경제로 나아가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이 탄소중립과 경제발전을 함께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일본의 경제학자 우자와 히로후미(宇澤 弘文)는 인류의 공통 재산인 ‘사회적 공통 자본’을 시장에서 격리해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구의 자원사용에 관해 세계에서 상한을 정하고 공정하게 각국에 나눠 주거나, 자원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는 기업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정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인류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자원은 이익 추구의 대상이 아닌, 모두의 공공재여야 한다는 것이죠.


독점은 이제 그만! 지역순환경제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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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풍요로운 사회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기본적으로 자본이 독점되지 않고 분산돼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목적으로 등장한 경제체계가 바로 ‘지역순환경제’입니다. 쉽게 말해 지역 안에서만 계속해서 돈이 돌고 도는 것이죠. 빵집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인구가 10만 명인 도시에 새로운 빵집 80개를 열 경우, 이 빵집에서는 지역 농가에서 만든 밀과 효모를 사용하며 지역 내에 사는 주민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제빵 기계를 제공하는 가게와 방앗간이 생겨나게 되죠. 인구 10만의 절반이 일주일에 2번 700원짜리 빵을 구입하면, 이 도시에서는 연간 9억 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빵집에서 직원 4명을 고용할 경우 320명이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지역 주민들은 안전한 재료로 만든 빵을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불한 돈 모두가 지역 사람들의 이익이 되는 것이죠. 한 기업이 9억 원의 수익을 독점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풍요로움이겠네요. 

 


속도를 늦추면 보이는 것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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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달리는 이유를 잊곤 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밤을 지새우며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주말 내내 살기 위해 잠을 자는 자신을 보며 '살기 위해 일하는 건가, 일하기 위해 사는 건가'라는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성장과 보상은 우리에게 달릴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조금만 속도를 늦춰 걸으면 달리지 않아도 될 이유가 보이듯 말이죠.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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