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㊸] '몽골에서 왔어요' 독수리들이 매년 찾는 국내 식당

  • 조은비 기자
  • 2022.03.01 00:00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경남 고성에는 야생 독수리들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독수리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독수리는 3월에 몽골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하다가 8~9월 이동을 시작해 한국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다. 독수리 중에서도 한국을 찾는 종은 '이글'이 아닌 '벌처'로, 살아 있는 생물을 사냥해 먹지 않고 죽어 있는 사체를 먹이로 삼아 '야생의 청소부'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천연기념물 243호에 해당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 등급에 속한다. 전 세계에는 약 2만 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경남은 한국을 찾는 독수리의 약 80%가 월동을 나는 지역이다. 그 중 고성은 세계적인 월동지로, 1500여 마리 중 800여 마리는 고성에서 겨울을 난다.

김덕성 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군지회장이자 독수리자연학교 대표는 "고성환경교사모임에서 철새들의 먹이를 챙겨주러 다니다가 1997년 농약에 중독된 독수리를 발견하게 됐다. 이후 고성에서 25년째 독수리 먹이를 주는 활동을 이어왔다"고 23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이어 "과거에는 지금처럼 육류 소비가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골에서 가을 추수가 끝나면 볍씨에 농약을 해서 오리를 많이 잡아먹었다. 이 과정에서 농약에 중독된 오리 사체를 먹은 독수리들도 2차 중독이 돼 죽은 모습을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약 20년 동안 사비를 들여 돼지고기, 소고기 등을 독수리에게 제공했다. 구제역, AI 등의 문제로 먹이를 주는 장소도 5~6번 옮겨져야 했다. 최근 4~5년은 고성군에서 일부 지원을 받고 있다.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2020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가생태관광으로 지정이 되면서 '독수리 식당'을 찾은 독수리들을 50m 이내에서 근접 관찰할 수 있는 생태관광이 진행되고 있다.

김 지회장은 "방문자들의 반응도 엄청 좋고, 11월부터 3월까지 화, 목, 토, 일 주 4일을 하는데 10분 만에 예약이 다 차버릴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국내를 찾는 독수리들은 대부분 어린 개체들이다. 김 지회장은 "몽골에서 날이 추워서 오는 게 아니다. 우두머리급들은 날이 추워도 먹이가 있기 때문에 이동하지 않는다. 어린 개체들이 먹이 서열에 밀려 먹이를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그는 "독수리들이 우리나라에 온 것은 사람들이 저지른 잘못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소나 돼지, 닭을 밖에서 키웠다. 그러면 자연사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초지나 거름밭에 두면 까마귀나 독수리들이 와서 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공장화가 됐다"며 "먹이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린 개체들에게 먹이를 줘서 성장시키지 않으면 우리 후대는 볼 수 없는 생물이 됐다"고 지적했다.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으로는 "여러가지 대책은 많다. 하나를 예시로 들자면 도로가 직선화되면서 로드킬 당하는 동물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그렇게 폐사한 동물 일부를 냉동했다가 제공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성에 지나치게 많은 개체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2년 전부터 김해, 우포, 거제, 통영 등에도 분점을 내고 먹이를 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독수리 33마리가 거제대교 습지를 방문했다 (사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지난해 11월 22일 독수리 33마리가 거제대교 습지를 방문했다 (사진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독수리는 몽골에서 번식할 때도 알을 1개씩 낳기 때문에 개체 수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해 고성군과 몽골명예영사는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동물 독수리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2월 19일 GPS 장치를 부착한 채 몽골로 떠났던 '고성이'와 '몽골이'는 같은 해 11월 20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고성이는 김해에서 먹이활동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이 (사진 고성독수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뉴스펭귄

김 지회장은 앞으로도 독수리 보호를 위해 활발한 민간교류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에도 4~5마리에 GPS를 붙이고, 4~6월 직접 몽골을 방문해 이동경로, 먹이활동 등을 기록할 계획이다.

한편 김 지회장은 고성이 생태관관으로 각광을 받는 지역이라고 소개하면서 "하늘에는 독수리고, 바다에는 상괭이, 땅에는 공룡 발자국, 농촌에는 둠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둠벙은 생물다양성의 창고라로 보면 된다. 국제관계시설로 인정을 받았고, 경남에 마지막 남은 갈대밭인 마동호도 올해 2월 2일 국가 습지보호지역으 지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