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푸른 바다, 붉게 물드는 건 아닐까 '우려' 고조

  • 이자영 기자
  • 2022.02.16 14:18

홍해에서 서식하는 홍조류가 지중해로 '침입'
지구가열화에 따른 수온상승이 원인

 

로포클라디아 랄레만디 (Lophocladia lallemandii) (사진 IUCN Database MedMIS)/뉴스펭귄
로포클라디아 랄레만디 (Lophocladia lallemandii) (사진 IUCN Database MedMIS)/뉴스펭귄

[뉴스펭귄 파리=이자영 객원기자] 마르세유(Marseille)에서 모나코(Monaco)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푸른 바다가 붉게 물들지는 않을까. 홍해에서 서식하는 홍조류가 프랑스 인근 지중해에서 처음 발견돼 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견된 홍조류가 현재 지중해에 서식하는 다수종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르 파리지앵 등 프랑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홍해에 주로 서식하는 홍조류 로포클라디아 랄레만디 (Lophocladia lallemandii)가 프랑스 포르트 크로(Port-cros)섬 인근 바다에서 최근 해양연구원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 홍조류는 수심 5~20 미터 바닷속에서 폭넓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모나코에서 마르세유에 이르는 지중해 푸른 바다는 비취옥 색깔을 띠고 있어 코트다쥐르(Côte d'Azur)라고도 불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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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프랑스 내에서도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곳 중 하나로 유명하다. 발견된 홍조류는 따뜻한 바다에서 붉은 실처럼 가닥가닥 뻗어가며 높이 15cm까지 자란다. 본래 서식지는 홍해.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침입 외래종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로포클라디아가 홍해로부터 수에즈운하를 타고 지중해까지 퍼지게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사이프러스, 그리스, 이태리, 스페인 등 수온이 비교적 높은 지중해 남부 국가 인근에 분포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지중해 북부에 위치한 프랑스 바다에서도 발견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가열화에 따라 해양 수온이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로포클라디아 랄레만디 (Lophocladia lallemandii) 유입경로 (사진 France2 캡쳐)/뉴스펭귄
로포클라디아 랄레만디 (Lophocladia lallemandii) 유입경로 (사진 France2 캡쳐)/뉴스펭귄

지중해 해양학연구소 (Mediterranean Institute of Oceanography)의 티에리 티보(Thierry Thibaut) 교수는 “다른 지역으로부터 도입종이 들어온다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오염이다. 특히 이 로포클라디아는 확산이 매우 빠른 종이어서 지중해 생태계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포시도니아 (Posidonia oceanica] (사진 Frédéric Ducarme, wikimedia.org)/뉴스펭귄
포시도니아 (Posidonia oceanica] (사진 Frédéric Ducarme, wikimedia.org)/뉴스펭귄

로포클라디아는 암초나 암석 바닥 등에 서식하는 대형조류(macroalgae)로, 해초 포시도니아(Posidonia)나 산호초 군집 등 넓은 범위에 쉽게 정착해 서식지를 이룬다. 지중해 해양학연구소는 로포클라디아의 이같은 적응력에 비춰볼 때 이 홍조류가 지중해의 주요 생태계를 이루는 해초인 포시도니아를 밀어낼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해초인 포시도니아는 물고기들이 산란할 수 있도록 서식지를 제공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등 바닷속 생태계 균형 유지에 많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외래 홍조류에 의해 이런 균형이 파괴될 경우, 해양생태계에 연쇄적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로포클라디아의 출현이 더욱 염려되는 부분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같은 소식에 네티즌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규모 관광과 부족한 시민의식으로 인해 지중해가 완전히 오염됐기 때문에 관광을 제한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지중해 생태계가 끔찍하게 파괴될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반면 이번 홍조류의 ‘침입’을 기후위기로만 해석하는데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는 것은 이데올로기이며, 그것에 신물이 난다. 이번 일은 해양 무역에 의한 결과일 뿐이다”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다.

도입종이란, 인간이 의도적으로 새로운 지역에 들여온 종을 일컫는다. 이 로포클라디아 랄레만디 외에도 인간 활동인 무역으로 인해 많은 외래종이 지중해 바다로 도입됐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고 티에리 티보 교수는 말했다. 

인간활동으로 인한 침입 외래종은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5가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이번 홍조류의 출현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평균기온과 수온의 상승이 서식지 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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