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춘기획] 한국의 그레이그린과 미래세대는 어떻게 연대하나

  • 최나영 기자
  • 2022.02.04 09:51

60+기후행동 지난달 창립…이경희‧강은빈‧김서경 기후활동가 인터뷰

뉴스펭귄이 지난달 26일 서울시 중구 로컬스티치 소공에서 연 좌담회에서 (왼쪽부터)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이경희 환경정의 이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이 지난달 26일 서울시 중구 로컬스티치 소공에서 연 좌담회에서 (왼쪽부터)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이경희 환경정의 이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아유~ 이것 좀 봐. 명함도 내가 제일 촌스럽잖아요. 젊은 세대들은 명함도 예쁘게 만들었네.”

좌담회 시작 전 서로 명함을 건넸을 때 70대 활동가 이경희(74) 환경정의 이사장이 감탄하며 청소년‧청년 활동가들에게 말했다. 20대 활동가 강은빈(25)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는 좌담회에서 이경희 이사장이 이야기할 때 “맞아요, 맞아”라며 자주 맞장구를 쳤다. 청소년을 대표해 나온 김서경(20)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도 “노년 세대의 기후행동 창립이 참신하다”거나 “노년 세대와 청소년 세대의 기후행동 흐름에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60대 이상 시민들이 모인 ‘60+기후행동’이 지난달 19일 창립식을 열었다. 지난해 9월 창립 준비모임을 출범한 뒤 정식 창립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기후운동 영역에서는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해 젊은 세대의 활동이 부각돼 왔다. 이런 가운데 미래세대에 뒤를 이어 60대 이상 노년층이 기후행동에 나서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눈에 띈다. 유럽‧미국 등에서도 환경운동을 하는 노인을 의미하는 ‘그레이그린’(Grey Green)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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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세대별 기후행동 단체들의 등장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세대별 단체들은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어떻게 연대해 나갈 수 있을까? <뉴스펭귄>은 지난달 26일 서울시 중구 로컬스티치 소공에서 좌담회를 열고 청소년‧청년‧노년을 대표해 나온 김서경 활동가‧강은빈 공동대표‧이경희 이사장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최나영 뉴스펭귄 취재팀장이 사회를 봤다. 이경희 이사장은 60+기후행동 준비모임 때부터 함께 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노년 “경제성장 과거 반성…남은 힘 의미있게 쓸 것”
청소년 “노년층 정체성 가지고 행동하는 세대로 등장, 멋있어”

- 60+기후행동 창립 배경이 궁금하다.

이경희 : 60+기후행동 창립을 위해 초창기 화상 회의를 했을 때 나온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노년 세대들이 너무 잘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세대가 터무 탐욕적으로 자원을 많이 썼다는 것, 특히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의 행동을 한 것, 젊은 사람들의 미래를 헛되게 쓴 것에 대해 반성했다.

두 번째로는 노인들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그런 수동적이며 의존적인 세대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사실 노인들의 좋은 점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은 은퇴를 했다고 해도 활기가 있고 교육도 잘 받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다. 그래서 노인들을 잘 조직하면 기후행동에서 많은 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아직 남은 에너지를 의미 있는 일에 쓰도록 노력하자는 생각으로 60+기후행동을 창립했다.

- 외국에서도 기후운동을 하는 노년층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영향을 받은 것인가.

이경희 : 외국 사례를 보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너무 재미있는 것이, 우리는 자체적으로 기후운동을 논의했는데, 영국‧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노인들의 기후행동이 나타났다. 기회가 되면 노년층들이 글로벌 연대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청년‧청소년으로서 60+기후행동 창립을 어떻게 생각하나.

강은빈 : 우리가 하는 운동이 기후운동으로 불리지만, 실질적으로 맞서야 하는 대상은 우리 안에 깊이 뿌리내린 성장 이데올로기다. 무한 성장‧개발주의가 기후위기를 초래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청년이라는 정체성으로 활동하다 보니 기성세대들이 그런 성장 이데올로기를 쌓아왔다는 생각을 해 왔고, 그것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였다.

그런데 그 시대를 향유하고 경제성장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기성세대가 내부에서 이를 성찰하고 만회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다양성과 교차성을 중요시하고 있는 단체다. 세대‧지역‧국가가 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그래서 60+기후행동 창립식 때 가서 연대사도 했다. 그리고 당시 창립식 연대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는데 ‘좋아요’를 평균보다 두 배 정도 많이 받았다. 우리 SNS 팔로워들의 다수가 젊은 세대임을 고려했을 때 ‘청년들이 노년층의 이런 행동들을 기쁘고 의미 있게 생각하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서경 : 청소년기후행동도 60+기후행동과 비슷한 점이 있다. 청소년들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기후행동 모임을 하고 있던 중 툰베리의 활동 소식을 들었다. 툰베리가 화제가 되고 나서 일주일 단위로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이 전 세계로 엄청 퍼졌는데, 툰베리의 영향으로 운동이 퍼진 것도 맞지만 그 전부터 각 단위로 기후행동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면 그렇게까지 확산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청소년기후행동도 60+기후행동 창립 소식을 듣고 너무 참신하고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세대별 기후운동에서는 미래‧청년‧청소년 세대가 강조돼 왔다.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아이들아”라는 말을 하면서 “너희들이 멋진 어른이 되면 너희들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어”라는 말만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많았다. 분명 함께 살아가는 세대임에도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노년 세대가 정체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세대라는 점이 너무 멋있었다.

 

“세대 간 분절된 경험의 특수성이 세대별 기후행동 만들어”
노년층은 ‘웅성웅성’, 청년층은 비판 넘어 ‘저항’으로

- 왜 기후행동은 세대별로 조직되는 경향이 있나. 왜 기존 환경단체에 들어가지 않고 세대별 연대체로 활동하나.

강은빈 : 우리나라가 압축적으로 성장하면서 세대마다 경험한 것이 엄청 다르다고 생각한다. 결혼관만 해도 윗세대와 우리 세대가 너무 다르다. 세대 간 분절된 경험의 특수성이 우리나라엔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후위기라는 하나의 상황에 대해서도 세대별로 표현하는 방식이나 언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각 세대가 서로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되고 교차하면서 함께 만들어 갈 운동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2020년에 청년기후긴급행동이라는 새로운 기후운동 단체를 꾸린 이유는, 기존 환경단체의 경우 규모가 있는 만큼 안정적이겠지만 또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기존 환경단체에 소속돼 있었다면 두산중공업 시위처럼 재판을 감수하는 불복종 행동을 주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충분한 자원을 확보한 후에 그 틀 안에서 안전하게 활동하는 것보다, 오히려 시급히 해결해야 할 위기에 대응하는 것에 더 큰 필요를 느꼈던 것 같다. 시급한 위기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걸음 더 내딛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강 대표는 두산중공업의 해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립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지난해 벌이다 두산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현재 민·형사 재판을 치르고 있다.

 

이경희 : 이들 단체 이름이 청년기후긴급행동이다. 나는 이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이라지 않나.(웃음) 사실 기성세대는 환경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로 비판을 한다. 그런데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면 청년세대는 저항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기성세대는 못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 세대가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저항과 관련해서는 60+기후행동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린다. 우리 중 일부는 ‘우리 노인도 석탄발전소에 가서 담벼락에 올라서고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우리는 못한다. 거기 가서 떨어지고 다치고 팔 부러지고 하면 어떡하나. 우리가 그렇게 그 사람들을 내몰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노인층에서는 기본적으로 비폭력으로 운동을 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세대가 활동할 때 옆에서 지원하고 격려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청년이 데모하면 옆에서 꽹과리도 두드릴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우리는 ‘웅성웅성’과 ‘어슬렁어슬렁’을 기본 행동 콘셉트로 한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어떤 장소에 갔을 때 우리의 신체조건에 맞춰서 어슬렁어슬렁 거려 언론의 주목의 받는 식으로 기여를 할 계획이다. 세대 간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른 것 같다. ‘너네는 왜 이거 안 하냐’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전략을 잘 짜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을 것 같다.

김서경 : 우리는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긴 하지만 청소년만 있는 단체는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는 단체다. 그럼에도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취지에서다. 나이가 많은 분부터 나이가 적은 분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해 나가려 하고 있다. 우리도 비폭력‧합법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다.

(왼쪽에서부터) 강은빈‧이경희‧김서경 활동가. (사진 강은빈‧이경희‧김서경 활동가 본인 제공)/뉴스펭귄
(왼쪽에서부터) 강은빈‧이경희‧김서경 활동가. (사진 강은빈‧이경희‧김서경 활동가 본인 제공)/뉴스펭귄

 

환경단체 정치참여 대해선 청년‧노년 세대 입장 갈려
“서로의 언어 수용하는 것 필요…약간의 이해와 기다림 필요해”

- 서로의 세대를 봤을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나.

이경희 : 그런 것은 없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

강은빈 : 우리도 딱히 그런 것은 없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 그런 것은 있을 수 있겠다. 기존 환경운동에서는 워낙 정치적 중립성‧순수성을 표방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탈정치화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는 정치 중립이나 탈정치화를 경계하는 편이다. 생명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 질서를 만드는 권력을 내버려두고 우리끼리 생명이 소중하다고 말해 봤자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다. 실제 정당 활동을 하는 멤버들도 있고, 어떻게 더 잘 정당 활동을 할 수 있을지를 서로 토론하기도 한다.

이경희 : 이 부분에서는 정말 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기존 환경단체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환경단체 대표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면 해당 정당에 반대하는 회원들의 이탈이 발생하기도 하니까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시민단체의 이런 정치성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있어 왔다.

- 다른 세대가 함께 할 때 서로 이해‧존중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이경희 : 서로 언어를 수용해야 할 것 같다. 어떤 분은 다른 세대의 말을 듣고 ‘저 사람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깊이 생각해 보면 ‘저 세대는 저렇게밖에 이야기할 수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성급하게 ‘이건 아니야, 저 사람과는 절대 일 못하겠어’가 아니라, 저 사람이 저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서로 이해를 하면 소통이 훨신 더 잘 될 것 같다.

김서경 : 청소년이 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청소년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뭔가 마음 써 주고 하는 것처럼 하곤 한다. 청소년을 당연하고 동등한 주체로 편하게 인식해 주면 좋겠다.

강은빈 : 청년들 사이에서도 소통 문화는 달라지고 있다. 예전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재학생은 신입생에게 무조건 반말을 하는 문화가 남아 있었다. 그런데 제가 졸업할 때쯤인 지금은 상호 존대를 하되, 상호 합의가 있으면 상호 반말을 하는 소통 문화가 생겼다. 젊은 세대일수록 의사소통에서 평등을 지향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런 만큼 다른 세대가 협업을 할 때는 서로 좀 더 존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대남’ 현상?…“기업‧정부 책임 크다는 인식, 기후운동에 반하지 않아”

- 세대만이 아니라 성별로도 기후위기 인식에 차이가 있다고 보나.

강은빈 : 지난해 보궐선거 때도 20대 남‧녀의 표가 극명하게 갈렸고, 최근 기후운동과 관련해서도 20대 남‧녀의 인식 격차가 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20대 여성들이 환경‧젠더 감수성이 높고, 남성들은 백래시(사회변화에 대한 반발 움직임)적인 힘을 과시한다는 식의 분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기후운동에 대한 분석에서만큼은 조금 다르게 본다.

<시사인>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 통계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죄책감을 많이 느끼고 개인 실천 차원이 강박감이 높은 반면, 20대 남성들은 개인보다 기업이나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 단체도 개인 한 명 한 명의 실천을 넘어서 기업‧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는 것을 더 강조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20대 남성들의 인식이 그렇게 기후운동에 반대되는 인식은 아닌 셈이다.

덧붙이자면 나는 죄책감은 그렇게 건강한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죄책감과 분노에서 시작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운동의 기본 동력이 되면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가령 ‘나는 왜 육식을 포기하지 못할까, 내가 기후운동을 할 자격이 있을까’와 같은 죄책감보다는, ‘왜 이렇게 비건을 실천하기 위한 선택지가 협소한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정부에 던지고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본다.

이경희 : 우리도 똑같은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생활을 변화해서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전체 기후환경에선 작은 부분이다. 실제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은 국가 정책이나 대기업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에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구조적인 것을 고치는 것이 우선이다.

(왼쪽부터) 김서경, 이경희, 강은빈 활동가. (사진 최나영 뉴스펭귄 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김서경‧이경희‧강은빈 활동가.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재생에너지 전환하면 해결되나…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여야”
“탄소제로 하겠다는데 규제는 느슨한 정책, 실망스럽다”

- 국내 기후위기 정책‧대선 공약 평가한다면.

강은빈 : 기후 정책‧공약에서 ‘기후 문제=에너지 문제’로 등치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식량 위기‧농촌 붕괴 문제를 해결하는 공약이 나올 수도 있는데, 에너지 정책만이 부각되는 상황은 우려되는 지점인 것 같다. 물론 에너지 비중이 크다는 점도 알고 있고 우리 단체도 에너지 문제를 많이 다루지만, 앞으로는 도시중심적인 문명에 대한 성찰, 육식문화에 대한 성찰,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성찰이 더 많이 부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서경 : 에너지 공약을 낼 때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 같은 것으로 대체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로만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수소차로 바꾸겠다’는 이야기만 하지, 근본적으로 어떻게 차의 양 자체를 줄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교통을 강화하고 교통 약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정책을 내면서 동시에 인프라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구조적인 변화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공약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후보가 많지 않고 잘 부각되지도 않는다.

이경희 : 대선 공약이나 정부 정책에서 ‘2050년 탄소제로를 하겠다’는 것만 있지 그것을 위한 규제는 매우 느슨하다. 사실 탄소제로를 실제로 이루려면 대기업을 엄청 규제해도 될까 말까다. 그래서 탄소제로가 과연 현실 가능한 목표인가에 대한 굉장한 의구심이 든다. 기업 눈치를 보면서 나오는 정책과 공약이 답답하고 실망스럽다.

- 성장‧소비 중심주의를 바꾸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것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이경희 : 우리가 흥청망청 쓰던 것을 한 번에 바꾸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 세계에서 쓰레기 종량제를 전국적으로 한번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나라다. 외국에선 대부분 실패했다. 그래서 약간 낙관적으로 보자면, 우리는 교육도 많이 받았으니 속도가 느릴 수는 있지만 어떤 방향이 설정되면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특히 노인들이 자라나는 손주들한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보고 자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은빈 : 저는 정치적‧생태적 상상력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법체계는 기후‧생태계가 망가지는 것보다 기업‧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을 더 중대한 문제로 여긴다. 게다가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 사후에 배상하도록 하는 무책임한 구조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예방이나 규제가 핵심인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는 리허설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당장의 풍요보다 지구 생태계의 한계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법질서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서경 : 실제 기후 관련 법안에 대한 변화가 최근 들어 많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지난해 4월 기후보호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탄소 배출 감축 규정이 충분하지 않아 기본적 인권이 침해당한다는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그 밖에도 환경 관련 소송들이 승소를 하는 사례가 전세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변화가 느리다. 청소년기후행동도 ‘정부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로 2020년 3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 정부에서는 ‘청소년들은 기후위기 피해자가 아니니, 소송을 무효를 시켜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은빈 : 기후위기는 이미 진행 중이고 이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도 엄청난 수익을 얻거나 기회를 가져가는 집단이 있다. 그런 만큼 정의로운 전환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그 세력이 가시화돼야 비로소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특정한 단체나 특정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우리 모두의 운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60+기후행동도 생겼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서로 어떻게든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꺼내 서로 더 끈끈하게 연결된다면 좋겠다

이경희 : 서로가 힘을 받게 될 것 같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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