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페트병, 색깔 없는 것만 따로 모은다

  • 남주원 기자
  • 2020.02.05 17:35
무색‧유색 폐페트병이 한데 뒤섞여 있다(사진 'ahealthylife.nl')/뉴스펭귄
시범사업 홍보 포스터(사진 '환경부')/뉴스펭귄

길거리, 사무실, 학교, 집안 등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게 '사용후(後)' 페트병이다. 그런데 그런 페트병이 국내에선 '귀한 몸'이라 일본‧대만 등에서 수입한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믿기 힘들지만 엄연한 사실. 이에 환경부가 이달부터 사용한 페트병 가운데 색깔 없는 것들만 따로 배출-수거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환경부는 공식적으로 '폐(廢)'페트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매립지에 묻거나 태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하는 것인만큼 '사용후(後)페트병'이라는 단어가 정확하다. 이에 본지는 '폐(廢)' 대신 '사용후(後)'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용한 페트병의 경우, 색깔 있는 것, 없는 것 가리지 않고 '플라스틱'으로 한데 배출한다. 오랫동안 '계도'했지만 여전히 사용후 페트병에 이물질 등이 있거나, 색깔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섞여 있다 보니 재활용이 어려웠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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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없는 사용후 페트병은 섬유 소재 등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음에도 분리배출-수거의 이같은 한계로 인해 재활용에 어려움이 컸다고 환경부는 말했다. 이에 따라 사용후 플라스틱을 다시 섬유소재 등 고품질 재생원료로 재활용하기 위해 일본, 대만 등에서 연간 2만2000톤을 수입해왔다고 한다.

사용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려고 외국에서 '제대로 분리수거'한 페트병을 사왔다는 얘기다. 

공동주택 페트병 별도수거함(사진 '환경부')/뉴스펭귄
단독주택 전용봉투(사진 '환경부')/뉴스펭귄

이에 환경부는 이달부터 서울‧부산‧천안‧김해‧제주‧서귀포 등 6개 지자체에서 색깔 없는 사용후 페트병만 따로 모으는 사업을 시행한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 거점 수거시설에 '무색 사용후 페트병 별도 수거함'이 설치된다. 단독주택에는 '투명 전용 봉투'를 배부해 색깔 없는 사용후 페트병만 따로 배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들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하반기에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사용후 플라스틱 제품 전반에 대한 재활용 체계를 오는 5월까지 넉달 동안 점검한다.

폐페트병(사진 'Pixabay')/뉴스펭귄

이번에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 중에는 '사용후 페트병 회수'도 눈에 띈다.  소비자가 온라인 배송주문 시 '페트병 회수'를 미리 요청하고, 사용후 문 앞에 내놓으면, 신제품 배송시 판매업체가 이를 다시 가져가는 방식이다.

(※환경부는 공식적으로 '역회수'라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이 사용한 페트병을 업체들이 도로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회수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환경부는 이를 통해서만 매월 10~30톤이 회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의 계산대로라면, 이렇게 회수되는 페트병 가운데 최소 20%가 색깔 없는 것이라고 할 경우 이 물량만으로도 굳이 일본 등에서 페트병을 수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시범사업과 재활용시스템 분석 등을 통해 지역별 페트병 별도 요일제, 수거 전용차량 도입 등 가장 합리적인 분리배출 및 수거방법을 제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용후 플라스틱' 분리배출-수거 개선방안에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논의와 제품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의 분리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은 환경부의 대책에서 계속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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