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바나나' 기후위기 시대 슈퍼푸드 될 수 있을까

  • 남주원 기자
  • 2022.01.26 16:36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바나나를 닮은 독특한 식물이 기후위기 시대 대안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가짜 바나나' 또는 '에티오피아 바나나'라고도 불리는 엔셋(Enset)이 기후위기 시대 슈퍼푸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연구 내용은 국제 환경·과학 전문 저널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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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셋은 에티오피아 남서부 고지대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로, 에티오피아인 약 2000만 명이 먹는 주식이다. 정작 바나나처럼 생긴 열매 부분은 먹을 수 없으나, 녹말이 많이 들어있는 줄기와 뿌리는 발효시켜 죽이나 빵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농업 조사와 모델링 작업 등을 통해 향후 40년간 엔셋의 잠재성을 예측했다. 그 결과 이 작물은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남아프리카, 케냐, 우간다, 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1억 명 이상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가뭄과 질병에 강한데다가 일년 내내 자라므로 에티오피아인은 다른 작물 재배에 실패했을 때 엔셋에 의지하곤 한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 작물을 '굶주림에 맞서는 나무(the tree against hunger)'라고도 부른다.

에티오피아 아와사대학교 웬다윅 아베베(Wendawek Abebe) 박사는 "이 작물은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결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 큐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연구원 제임스 보렐(James Borrell) 박사 역시 가뭄 시기에 대안책으로 엔셋을 심으면 식량 안보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엔셋은 몇 가지 정말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언제든지 심고 아무 때나 수확하면 되는 다년생 작물"이라고 했다.

(사진 Wikimedia Commons)/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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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엔셋은 지금까지 에티오피아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자랐는데, 과학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지리·역사·문화적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의 80%가 있을 만큼 고립된 지역이다. 이 같은 거친 지형은 수세기 동안 에티오피아 고지대가 외부 영향으로부터 거의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됐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엔셋은 건조한 저지대와 같은 다른 내륙 국가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편 유엔은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장기간 가뭄, 폭염, 홍수 및 곤충 침입 등 극한 상황으로 인해 향후 30년 동안 식량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컨대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와 밀 수확량은 기후위기로 인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업 및 환경 전문가들은 빠르게 가열되는 지구에서 인류를 구제할 수 있는 희소 작물에 점점 더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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