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호랑이해 맞이하지 않으려면”

  • 남주원 기자
  • 2022.01.16 00:05
(사진 뉴스펭귄)/뉴스펭귄
(사진 본사DB)/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호랑이 없는 호랑이의 해. 현재 전세계 모든 호랑이종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다음 돌아올 호랑이의 해는 지구상에서 호랑이가 모두 사라진 뒤일지도 모릅니다. 뉴스펭귄은 2022년 임인년에도 흑호랑이의 강인한 포효처럼 맹렬하게 멸종위기에 저항하겠습니다"

뉴스펭귄이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독자들에게 전했던 신년인사 문구다. 세계 곳곳에서는 호랑이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을까. 

호랑이가 서식하는 아시아 국가별 호랑이 보전 현황을 비롯해 국제 단체 및 기관의 보호활동, 기업 동향을 살펴봤다. 아울러 호랑이를 살리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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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까운 중국의 경우 굉장히 적극적인 호랑이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일대에 1만 4100㎢ 규모 백두산호랑이 및 표범 국가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호랑이 서식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보호사업을 펼친 결과, 중국 내 호랑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대방사장 앞 (사진 본사DB)/뉴스펭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 대방사장 앞 (사진 본사DB)/뉴스펭귄

한국은 안타깝게도 1920년대 이후 야생에서는 호랑이를 볼 수 없게 됐다. 지역절멸로 판명된 호랑이는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다. 다만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등을 중심으로 최근 백두산호랑이 보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은 축구장 7개에 달하는 면적 4만 8000㎡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호랑이숲은 이곳에서 지내는 백두산호랑이들에게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서식지와 다양한 동물복지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 반다브가르 국립공원 (사진 Inside Indian Jungles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인도 반다브가르 국립공원 (사진 Inside Indian Jungles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인도 란탐보르 국립공원 (사진 Inside Indian Jungles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인도 란탐보르 국립공원 (사진 Inside Indian Jungles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인도는 세계 야생 호랑이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다. 전 세계 호랑이의 60% 이상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 정부는 호랑이 보존에 굉장히 헌신적이다.

코벳 국립공원, 란탐보르 국립공원, 선더반스 국립공원, 반다브가르 국립공원 등 무려 50곳이 넘는 인도 국립공원이 호랑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이들 개체수를 책임지고 있다.

정부와 국립공원이 앞장서서 호랑이 구하기에 나선 결과, 1970년대 1200마리에 불과했던 호랑이 개체수는 최근 5000마리까지 늘었다. 지난 8년 동안에는 호랑이가 약 30% 증가했다.

인도 란탐보르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어미 호랑이와 생후 4개월 된 새끼 호랑이 (사진 WWF - Andy Rouse )/뉴스펭귄
인도 란탐보르 국립공원에서 촬영된 어미 호랑이와 생후 4개월 된 새끼 호랑이 (사진 WWF - Andy Rouse )/뉴스펭귄
CA|TS 기준 (표 WWF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CA|TS 기준 (표 WWF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야생 호랑이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이들 개체수를 지탱할 수 있는 안전한 서식지가 있어야 한다. 서식지를 보호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호랑이의 장기적인 생존에 필수적이다.

세계자연기금(이하 WWF)은 이러한 장소를 관리하기 위해 지난 2013년 국제 모범사례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등급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를 CA|TS(Conservation Assured Tiger Standards)라고 한다.

각 국가와 공원 관리자들이 현재 관리 관행을 글로벌 표준에 일치시킴으로써 안전한 야생 호랑이 서식처를 만들기 위함이다.

CA|TS는 ▲중요도 및 상태(Importance and Status) ▲관리(Management) ▲지역사회(Community) ▲관광업(Tourism) ▲보호(Protection) ▲서식지 관리(Habitat Management) ▲호랑이 개체수(Tiger Populations) 등 주요항목 7개와 각 항목에 따른 세부 요소 17개로 이뤄져 있다.

등록 이후 위 모든 기준을 충족한 서식지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CA|TS 승인을 받는다. 현재 전 세계 65개 지역이 CA|TS에 등록돼 있으며 이 중 네팔 치트완 국립공원, 러시아 시호테-알린 자연보호구역 등 4곳이 승인 상태다.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에서 온몸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된 야생 호랑이 (사진 'Jabatan PERHILITAN Semenanjung Malaysia'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에서 온몸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된 야생 호랑이 (사진 'Jabatan PERHILITAN Semenanjung Malaysia'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밀렵꾼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 설치한 덫 (사진 WWF US - Neil Ever Osborne)/뉴스펭귄
밀렵꾼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 설치한 덫 (사진 WWF US - Neil Ever Osborne)/뉴스펭귄

세계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호랑이 신체 부위는 가죽, 이빨, 발톱 가릴 것 없이 인기 밀거래 대상이다.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호랑이가 정력과 관절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밀매가 횡행하고 있다. 호랑이들은 암암리에 정력제와 치료제, 담금술 등으로 고가에 팔린다.

WWF는 글로벌 야생동물 불법거래 모니터링 네트워크인 트래픽(TRAFFIC)과 협력해 이 같은 호랑이 밀매에 맞서고 있다. 

그들은 레인저가 현장에서 호랑이 등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훈련을 받고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지역사회와는 파트너십을 구축해 보존 결과를 제공하고 주민 권리를 보호한다.

또 각국 정부가 불법 시장을 폐쇄하고 호랑이 농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돕고, 밀렵 방지 관련 법 집행 및 기소를 하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야생동물 범죄 단속을 지원하고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켜 수요를 줄이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Panthera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사진 Panthera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사진 Panthera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사진 Panthera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호랑이를 비롯해 표범, 재규어, 사자, 치타 등 전 세계 야생 고양이과 동물을 보호하는 국제 단체 판테라(Panthera)는 아시아 전역에서 호랑이 개체수를 최소 50% 늘리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일명 '타이거즈 포에버(Tigers Forever)'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팔, 태국 등 아시아 주요 호랑이 서식지 6곳에서 지난 10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

판테라는 보호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법 집행 순찰대와 조사팀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제공함으로써 호랑이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위협 요인을 완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들은 밀렵꾼을 체포하기 위한 정보제공 네트워크와 휴대용 열화상 카메라, 포아처캠(PoacherCam)을 사용한다.

포아처캠은 판테라의 최첨단 밀렵방지 기술이다. 보이지 않는 적외선 플래시를 사용해 밀렵 등 인간활동을 몰래 촬영할 수 있다. 촬영된 이미지와 위치는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법 집행관에게 전송된다.

이 기술은 각국 법 집행관과 현장 보안 전문가가 밀렵꾼을 식별, 포획, 기소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판테라는 정부와 NGO가 가장 과학적 방법으로 호랑이를 모니터링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

(사진 Kenzo - WWF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Kenzo - WWF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프랑스 고급 패션 브랜드 겐조(Kenzo)는 WWF와 파트너십을 맺어 협력하고 있다.

일명 'TX2'라고 알려진 이 목표는 2022년 말까지 야생 호랑이 개체수를 두 배 늘리기 위한 캠페인이다. 'Tiger X Two'를 줄여 이 같은 캠페인명을 갖게 됐다.

호랑이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난 100여 년 동안 야생 호랑이의 약 97%가 사라졌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10만 마리였던 호랑이는 2010년 무려 3200마리로 급감했다. 

WWF는 호랑이 멸종을 막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아시아 지역 13개 국가에서 각국 정부, 공공기관, 지역사회 등과 함께 힘을 모아왔다. 겐조 역시 TX2에 합류해 호랑이 보존에 동참하기로 한 것.

TX2는 호랑이 밀렵과 불법거래 종식, 야생동물 서식지 보전, 지역사회 생계 및 안전 보장, 보전 관련 법 제정 등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호랑이 개체수는 현재 약 3900여 마리까지 증가했다. 

파트너십 일환으로 겐조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호랑이 테마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호랑이 컬렉션의 모든 아이템은 GOTS(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 인증을 받은 100% 유기농 면으로 제작된다. Tx2 캠페인에 따라 겐조는 상품 한 개가 판매될 때마다 10달러(약 1만 1800원)를 기부한다. 

(사진 Chantecaille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Chantecaille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SUJÁN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미국 고급 화장품 브랜드 샹테카이(Chantecaille)는 인도 야생·문화보호단체 수잔(SUJÁN)과 파트너십을 맺어 호랑이 보존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고 있다.

인도 라자스탄에 있는 수잔은 불법 밀렵 및 인간과 동물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NGO, 산림청 등과 협력해왔다. 그들은 호랑이를 비롯해 야생동물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밀렵꾼을 체포하는 등 다양한 보호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지난 10년 사이 라자스탄 일대 호랑이 개체수는 약 2배 증가해 현재 70여 마리에 이르렀다.

샹테카이는 2006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마다 멸종위기 동식물을 새긴 메이크업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판매 수익금 일부는 수잔과 같은 비영리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그렇다면 정부나 기관 및 단체, 기업이 아닌 개인은 호랑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은 앞서 살펴본 호랑이 보전 관련 기관 및 단체, 회사 등에 후원 및 기부를 할 수 있다. 또는 국내외 멸종위기 호랑이 소식을 앞장서서 다루는 매체에 관심을 갖고 지지할 수도 있다. 평소 뉴스레터를 구독하거나 개인후원을 하는 것이다.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뉴스펭귄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최초이자 유일한 멸종위기 전문매체 뉴스펭귄에도 최근 후원 시스템이 생겼다. 뉴스펭귄은 기후악당 기업과의 광고 제휴를 일체 거부하며 멸종저항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초 멸종저항 스페셜리스트로서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선한 본보기가 되기 위한 뉴스펭귄의 의지를 나타낸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을 리드하는 ‘퍼스트펭귄’의 길에 독자가 함께하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의 확고한 운영방침에 타 매체를 비롯해 많은 독자들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언론사에 광고와 협찬 등 비즈니스 제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뉴스펭귄 김기정 대표는 지난해 4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 대부분이 기후악당에 해당할 텐데 어떻게 할 거냐는 얘기를 듣곤 한다"라며 "회사 경영 측면에서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광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한 바 있다.

뉴스펭귄 후원금은 ▲멸종위기·기후위기 집중보도 ▲시민 참여형 친환경 캠페인 주최 ▲환경단체·기관과 협업을 통한 글로벌 그린 네트워크 형성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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