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그 많던 옥수수는 어디로 갔을까

  • 손아영 기자
  • 2021.12.30 10:12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 많던 옥수수는 어디로 갔을까?


[뉴스펭귄 손아영] 오늘날의 옥수수 생산량은 1970년대 생산량의 3배에 이른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옥수수를 경작하는 땅이 단 10%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생산량 증대의 비결은 무엇이며, 그 많은 옥수수는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간의 식탁 위로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생산량 증대의 비결은 ‘효율성’에 있다. 더 잘 키우고, 더 잘 보호하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엔지니어와 작물학자들은 작물 성장에 필요한 비료와 물 양을 정확히 산출함으로써 농부들이 더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렇게 비옥해진 토양에는 자연스레 벌레와 곰팡이, 박테리아 등 불청객이 찾아왔고, 농부들은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은 농작물 자체를 개선하는 방식을 택하며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 불리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만들어 냈다. 이렇게 생산된 옥수수는, 옥수수가 곁들여진 음식이나 설탕보다 더 달콤한 액상과당 형태로 인간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 소비하는 옥수수는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나머지 90%는 또 어디로 가는 걸까?


가축의 사료통으로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매년 곡류의 90%가 가축 사료로 소비된다. 그리고 한 해 동안 가축 700억 마리 이상이 인간의 육류생산을 위해 도축된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죽음을 딛고 생산된 고기는 얼마나 될까? 통계에 의하면 10억t의 곡류를 먹고 자란 가축들은 1억t의 고기가 되고, 더불어 우리는 3억t의 분뇨를 얻게 된다. 전세계 8억 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일부 선진국의 육식을 위해 80억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양의 곡류를 가축에게 먹이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하다. 육식을 줄이는 것이 기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OECD 36개국이 매주 하루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지킨다면, 배곯는 이들이 한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1억 2000만t의 식량용 곡물이 여분으로 생기게 되니 말이다.


결국 쓰레기통으로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그럼 이제 그 많던 옥수수는 제 자리를 찾아간 걸까? 인간의 식탁 위에 오른 옥수수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연간 200억 달러(23조 6760억 원) 규모의 식자재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식료품 판매대에 오르지 못한 채 버려지며, 매일 1인당 300g(고기 반 근의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배출된다. 이쯤에서 다시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자. 농부들의 피와 땀이 담긴 작물이 생산되었고, 이는 다시 가축 사료가 되었으며 인위적으로 몸집이 부풀려진 가축들은 모두 도축되었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그 전의 과정이 말끔히 지워진 채 먹음직스럽게 요리된 음식을 맞이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배부른 위를 통과하지 못해 버려진다. 매년 전세계에서 생산된 음식의 반절이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땅을 갈았는가’.



다다익악(多多益惡)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OECD 국가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 15%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들은 전세계 유기 폐기물(음식물 쓰레기, 식품 부산물 등)의 30%를 생산한다. 그렇게, 선진국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배로 만들어내면서도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들은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제는 ‘더 많이’가 아닌 ‘함께’ 먹기 위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