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NGO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홍선욱 대표 (사진 정도영 기자)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NGO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홍선욱 대표 (사진 정도영 기자)

바다는 거대한 쓰레기장이다. 70만 종 이상의 생명체가 살아가는 지구의 터전이자 인류의 삶을 지탱하는 생계 기반인 바다에 지금 온갖 쓰레기가 떠다닌다. 바다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다. 전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해안에서 약 100km 이내에 거주하며 해양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며 살고 인류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20% 이상이 바다에서 온다. 이렇게 소중한 바다는 왜, 얼마나 오염됐을까? 그리고 이 문제는 누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바다 쓰레기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연구해 온 사람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이야기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한다. 정부 정책 개입 여부에 따라 해양쓰레기 증감이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해양환경 NGO 오션의 홍선욱 대표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의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15년 장기 모니터링, 세계 최고 수준 평가

오션은 2009년부터 15년간 한국 해안의 쓰레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료 오션 제공)
오션은 2009년부터 15년간 한국 해안의 쓰레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료 오션 제공)

오션은 2009년부터 15년간 한국 해안의 쓰레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홍 대표는 설립 이후 해양쓰레기 문제 발굴부터 원인 파악, 해결책 모색까지 연구를 주도해왔다. 시민과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민 참여 데이터를 정책 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SCI급 논문 20편을 포함해 총 29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유엔환경계획(UNEP) 비정부기구 인증을 받았다. 과학기술분야 인증은 국내 유일하다.

조사는 같은 지점에서 같은 방법으로 일정 간격을 두고 이뤄진다. 장기적인 추세와 쓰레기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조사 지점은 2008~2014년 20곳, 2014~2020년 40곳, 2021년 이후 60곳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 데이터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2022년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방법론을 분석한 국제 연구가 있다. Uhrin 등의 연구진은 세계 31개 모니터링 사례를 검토했다. 그 결과 오션의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이 품질 관리 면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개발과 평가에 최적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도 나왔다.

오션은 이 데이터를 연안빅데이터플랫폼을 통해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글로벌 플라스틱 허브에도 정보를 연동하고 있다.

주요 조사 대상은 10대 해양쓰레기다. 생활쓰레기 4종(비닐봉지, 플라스틱 병과 뚜껑, 식품포장 비닐, 담배꽁초), 레저쓰레기 2종(폭죽쓰레기, 낚시쓰레기), 어업쓰레기 4종(밧줄, 장어통발, 노끈, 스티로폼 부표)으로 구성됐다. 이 10개 항목의 쓰레기 양을 10분의 1로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책을 개발 중이다.

정책 있으면 줄고, 없으면 늘었다

모니터링 결과는 정책 개입의 효과를 보여준다. 홍 대표는 “2009년 조사 시작 당시 해양쓰레기 중 스티로폼 부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 대책은 사후조치에 불과했다. 감용기를 지원하거나 저밀도 스티로폼을 고밀도로 교체할 때 지원금을 주는 정도였다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션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오래 지속되는 ‘인증부표’를 개발했다. 정부는 이를 정책에 반영했다. 모니터링 결과 해안에서 발견되는 스티로폼 부표 쓰레기가 15년간 60%가량 감소했다. 하루아침에 얻은 성과는 아니었다. 개발부터 어민들이 사용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렸다. 홍 대표는 “전국 사용량이 5000만  개나 되니까 한 번에 바꿀 수가 없었다”며 "스티로폼 부표 감소는 예방 위주 정책이 입안되면 실제로 작동한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정책 공백 지대에서는 쓰레기가 급증했다. 낚시쓰레기가 대표적이다. 국내 낚시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6월 발표한 제3차 낚시진흥기본계획(2025∼2029)에 따르면 전체 낚시인구는 7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기준 낚시어선은 약 4000척이 있으며 연간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약 500만명에 이른다. 낚시쓰레기도 함께 늘어났다. 홍 대표는 "낚시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데 관리 정책은 전무하다"며 “해양생물은 물론 새들도 낚시쓰레기(낚싯줄, 납추 등)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하다. 큰 스티로폼은 줄었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오히려 증가했다. 홍 대표는 "부표 자체는 줄었지만 이미 바다에 나가 있던 것들이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해양쓰레기 문제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큰 쓰레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 정책 유무가 해양쓰레기 증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사진 오션/WWF)
정부 정책 유무가 해양쓰레기 증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사진 오션/WWF)

정부에 던지는 세 가지 과제

홍 대표는 정부의 해양쓰레기 정책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첫 번째는 수거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쓰레기를 치우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애초에 바다로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에서도 '사후 처리에서 사전 예방으로'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두 번째는 모니터링 예산 복구다. 홍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삭감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예산 20억  원을 복구해야 한다”며 "데이터가 없으면 정책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5년간 축적한 데이터가 스티로폼 부표 정책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정책 효과를 검증하고 새로운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려면 지속적이고 일관된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세 번째는 밧줄 관리다. 홍 대표는 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어업용 밧줄은 해양쓰레기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2017년까지는 해변 100미터 당 평균 34개가 나왔는데, 2018년 이후에는 2배 넘게 늘었다. 홍 대표는 "해양생물은 물론 새들도 밧줄에 얽히면 치명적이고, 스티로폼 못지 않게 미세 플라스틱도 많이 만든다”며 “관리감독이 없어 전부 잘라서 바다에 버리는 식으로 방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밧줄 사용과 폐기에 대한 관리 체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책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아울러 홍 대표는 기업의 역할 부족을 지적했다. "페트병, 비닐봉지, 식품포장 비닐 문제는 기업이 안 하면 누구도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한국 해안쓰레기에서 15년 모니터링 기간 동안 꾸준히 가장 빈번하게 기록되는 품목이다.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생수 PET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컵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투 533개(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용기 568개(5.3kg)로 총 19kg에 달했다. 높은 소비 수준이 해양쓰레기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현재 기업들이 주로 투자하는 분야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같은 R&D다. 홍 대표는 "R&D만 할 게 아니라 포장을 줄이고 단일재질로 만드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들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들의 대응은 소극적·수동적이라는 평가다. 홍 대표는 "유럽 기업들은 규제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정부가 규제할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홍 대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이 쉬운 단일재질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선욱 대표는 기업이 포장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홍선욱 대표는 기업이 포장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개인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

홍 대표가 강조한 것은 해양쓰레기 문제의 책임 주체다. "당연히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한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해양수산부에 대해서는 "해수부는 앞서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수거 중심으로만 하다가 지금은 예방에도 적극적"이라며 "어구 보증금 제도, 어구 전주기 관리, 어구순환정책과가 새로 생기면서 어구 관리를 시작한 것이 일례"라고 말했다.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클린업, 청소 같은 행사를 원한다"며 "많이 수거해서 해양생태계를 얼마나 보호했다는 수치를 알려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바다 쓰레기를 기계 부품 제작 일부에 활용한다고 홍보하는데, 여기에도 얼마나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겠나"라며 보여주기식 ESG를 비판했다. "당장 정말 필요한 것은 기업이 생산라인에서 포장을 줄이고, 플라스틱 용기를 다회용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렇게 하는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오션은 2009년 설립된 해양환경 비영리법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인증 기관이자 국제해사기구(IMO)의 전략적 파트너다. 15년간 축적한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데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시민과학 데이터로 평가받는다.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ODA 사업을 통해 해양쓰레기 관리 역량을 전파하는 등 국제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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