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자영 기자(프랑스 통신원)] 코로나19 이후 프랑스에서는 재택근무가 보편화되어, 2024년 프랑스 통계청은 사기업 근로자의 19%가 최소 주 1회 재택근무를 한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회사, 직무마다 다르지만, 사무직의 경우 통상적으로 주 2회의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추세이다. 그리고 최근,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은 최근 시행한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에서 재택근무가 탈 탄소화를 위한 주요 사회적 변화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 과정 평가의 정량적 분석을 위해 2023년부터 2035년까지의 기간 동안 재택근무의 현행 방식 유지(주 1회 재택근무), 확대, 축소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소규모 생활권(인구 5만~20만 명), 중규모 생활권(인구 20만~70만 명), 대규모 대도시권(인구 70만 명 이상)이라는 세 가지 유형의 지역규모에 각각 적용해 분석하였다. 탈 탄소화 방안과 관련된 연구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 화석 자원 고갈, 광물 자원 사용량, 물 소비량 등 15개의 환경 지표가 활용되었지만, 사회적 영향이나 근무 환경 등 삶의 질과 같은 사회적인 요인은 별도로 반영되지 않았다.
2035년까지 재택근무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화석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친환경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이 시나리오는 물소비와 금속 자원 사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도 밝혔다. 원활한 재택근무를 위해 기본적으로 노트북,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과 모니터, 때로는 책상과 의자 등 부수적인 가구의 구매가 필요할 수 있고, 이러한 전자기기 및 가구의 제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원자재와 물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일부 사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위한 모니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생활권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효과
하지만 재택근무가 이러한 위험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택근무의 확대라는 시나리오는 인구 5만 명에서 20만 명 사이의 소규모 생활권에 적용했을 때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방 소도시의 경우 대중교통이 열악하고 배차간격이 길어서 보통 자동차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해서 재택근무를 확대 시행하게 되면 출퇴근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규모 생활권의 경우 재택근무 확대로 1인당 연간 최대 8kgCO2eq(이산화탄소환산량)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kgCO2eq는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252편 시청할 때 혹은 1.28kg의 초코칩 쿠키를 만드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환산량, 8.9kg의 병아리 콩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환산량과 견주는 양이다. 전체 산업 부문 중 자동차 이용 부문의 국가적 탈탄소화 목표 지수를 감안한다면, 소규모 생활권에서의 재택근무는 규모에 따라 2 ~ 4%의 기여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파리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하기 때문에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탄소배출량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오픈스페이스 제도 도입을 통해 사무실을 유연하게 이용하거나 사무실을 하루, 이틀간 주기적으로 임시 폐쇄하는 등의 제도 등을 통해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책상은 없어지지만, 친환경적
오픈스페이스 제도란, 개개인이 고정된 자리를 갖는 전통적인 사무실의 모습이 아닌, 모든 책상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앉고 싶은 곳에 앉는 새로운 사무실 운영 방식이다. 매일 저녁 퇴근 전, 직원들은 자신의 소지품들을 복도에 비치된 개인 사물함에 정리하고, 모두가 공유하는 달력에 자신의 재택근무 일자를 미리 알린다. 이를 통해 요일마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인원수를 알 수 있고, 아침에 출근했는데 근무할 책상이 없어서 방황하게 되는 불상사를 막을 수도 있다. 특정 요일을 고정적으로 정해두고 재택근무를 하는 팀도 있으며, 어떤 회사는 전 사무직 직원들에게 재택근무 요일을 고정으로 지정하여, 아예 회사 건물의 전기 사용량을 최소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파리의 여러 회사들이 코로나 이후 오픈스페이스 방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과 고효율건물연구소가 공공건물 10채를 대상으로 재택근무로 인한 에너지 영향 실험을 진행한 결과, 건물이 48시간 이상 완전히 폐쇄될 경우, 난방, 조명, 환기 등을 가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일 에너지 소비량이 25~40%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환경‧에너지관리청의 본 연구에서도, 오피스 부문의 탈 탄소화는 단순한 재택근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재택근무 확대 시나리오에 특정 요일 사무실 폐쇄, 신규 오피스 건물 건설 억제 등과 같은 부수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표 시행 초기 연도에는 출퇴근 시 자동차 사용 감소로 인한 환경적 이익이 두드러져 보일 수 있지만, 전기자동차의 전환 비율, 각 개인의 주거 에너지 효율 차이 (여름철 냉방 및 겨울철 난방)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과로 인한 이득이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재택근무 시 가정 내 에너지 소비량 증가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하루 평균 1.4kWh 증가하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 내 하루 에너지 소비량의 3.5~7%에 해당한다. 재택근무 시 디지털 장비의 사용 방식 개선, 종이 인쇄 줄이기, 에너지 고효율 제품 사용, 퇴근할 때 노트북 전원 끄기 등 바른 습관을 통해 조금이라도 탄소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는 기본 교육 또한 중요시해진다. 직무에 따라 재택근무가 유연하게 활용되고, 기업들의 적절한 실천 지침이 동반될 때, 재택근무의 확대는 기업 및 국가의 생태 전환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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