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저감이 전 인류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지속가능연료(sustainable fuels)’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지속가능연료 확대가 단기적으로 전통적 바이오연료의 사용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식량작물 기반 바이오연료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하고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전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를 넘어 그 에너지가 정말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식량작물 기반 바이오연료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하고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전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식량작물 기반 바이오연료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점검하고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전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바이오연료는 식물이나 미생물 같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든 연료다. 제조 및 사용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원료로 쓰이는 곡물이나 나무 등의 자원 확보를 위해 산림 벌채가 발생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자연 서식지가 농경지 등으로 전환되면서 생태계 파괴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지난 10일 브라질 벨렝에서 COP30이 개최된 가운데 의장국 브라질이 주도해 발표한 ‘벨렝 4× 이니셔티브’에 대규모 토지 전환을 방지할 방안이 포함되지 않아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 지속가능한가?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생산과 발전 부문 모두에서 바이오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그 중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는 각 부문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원료는 주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수입한 팜유 및 그 부산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팜유를 바이오연료 원료에서 단계적 퇴출을 추진하고, 팜폐수(POME) 등 부산물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바이오연료 정책을 점검하고 향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온라인 세미나(웨비나)가 12일 열렸다. 이 행사는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와 공익법센터 어필이 개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과 하인리히 뵐 재단 동아시아 사무소가 함께 주최했다.

이날 김한규 의원은 제주 지역 바이오중유 발전소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이 석탄화력발전소 보다 높고, 사용 연료의 성분과 혼합비율이 공개되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이제는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를 넘어 그 에너지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스민 왈다 대표는 “바이오연료가 탄소중립의 해법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환경·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제 등을 통해 논의된 내용을 보면, EU의 재생에너지지침(RED) 아래 팜유가 간접토지이용변화(ILUC) 고위험 원료로 분류돼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인정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EU 내 팜유 사용이 감소한 반면, 폐식용유와 팜폐수(POME)의 수요는 급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바이오연료 확대 정책이 팜유 수요를 급증시켜 중앙 칼리만탄 지역의 산림 훼손과 인권 침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로 인해 2002년 이후 약 170만 헥타르의 열대림이 사라졌고, 팜유 플랜테이션이 전체 토지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산림과 이탄지 파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홍수·화재 등 재해 위험 증가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이오연료 확대 정책이 팜유 수요를 급증시켜 산림 훼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장소 등과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바이오연료 확대 정책이 팜유 수요를 급증시켜 산림 훼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속 특정 장소 등과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날 세미나 이후 토론에서는 한국 바이오연료 정책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정신영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팜유 및 바이오연료 산업에서 활용되는 RSPO, ISCC 등 제3자 인증제도가 기업의 비용에 의존하는 구조로 인해 독립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식적 심사와 자발적 공시에 기반한 인증만으로는 산림파괴와 인권침해를 막을 수 없다며,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인권·환경실사 의무화 법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제 논의·국내 여건 고려해 공급망 투명성과 책임성 높일 것"

김정도 기후해양정책연구소 코리 연구실장은 국내 바이오연료 산업이 수입 팜유계 원료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에도, 이를 대체할 체계적 대안 없이 공급 확대 중심의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열린 바이오연료 관련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를 넘어 그 에너지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 공익법센터 어필)/뉴스펭귄
12일 열린 바이오연료 관련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양적 확대를 넘어 그 에너지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 공익법센터 어필)/뉴스펭귄

그는 제주 지역 바이오중유 발전소의 대기오염 배출이 석탄화력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환경적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위험 원료의 단계적 제외, 원료 정보공개 의무화, 연료별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따른 차등 지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엘레오노라 파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이 수송·항공 부문의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럽이 이미 경험한 ‘고위험 원료 의존’의 실수를 반복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바이오연료가 팜유 및 그 부산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산림파괴와 인권침해를 해외로 전가하는 구조를 고착화한다며, 지속가능성 검증체계 강화와 고위험 원료의 단계적 제외, 폐기물 기반 대체연료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치운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사무관은 한국 정부가 바이오연료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환 수단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으며, 기후목표·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 간 균형을 고려해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팜유 및 그 부산물의 환경·사회적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으며, 전주기평가(LCA) 결과를 토대로 원료별 감축 효과와 지속가능성 기준을 정책 설계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국제 논의와 국내 여건을 균형 있게 고려해 공급망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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