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무안은 낙지가 제철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갯벌 낙지가 자취를 감추고 어민 수입도 크게 줄었다. 지자체에서는 8년 전부터 ‘낙지목장’을 조성하고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낙지산란장도 늘려 대응 중이지만 달라지는 날씨를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1일과 2일 전남 무안에서 낙지축제가 열렸다. 매년 이맘때면 열리는 행사다. 하지만 최근 낙지가 급감해 축제 풍경은 물론이고 어민들의 일상도 예년같지 않다.
무안 탄도만의 한 어민은 8월 말부터 지금까지 바다에 세 번밖에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같이 물살이 잔잔한 초저녁이면 하루에 100마리(5접) 넘게 잡히는 것이 보통이다. 올 가을엔 물때가 가장 좋은 시기에도 7~8마리 잡거나 한 마리도 못 잡을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어민은 "요즘은 아예 바다에 나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무안 송현마을 어촌계장 김대중씨도 낙지잡이가 예년만 못하다고 말한다. 그는 "2023년에는 1천 마리 정도 잡혔지만 2024년엔 300마리, 올해는 작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30마리 정도로 줄었다"며 "산란기(금어기) 이후 갯벌에 들어가보면 그곳에 들어찬 바닷물이 마치 목욕탕 물처럼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지대가 높은 갯벌은 물이 늦게 들어오고 햇볕을 오래 받아 낙지가 폐사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어민도 "목욕탕 열탕만큼은 아니지만 따듯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수온이 올라갈 때가 있다"며 "그러면 낙지에게는 뜨거운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안군 연간 낙지 어획량 통계는 이런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안군에 따르면, 2022~2023년에는 낙지가 15만여 접, 어민들의 소득이 120억~150억 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8만접으로 절반 가까이 줄고 소득도 96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줄어든 이유는 수온 상승이다. 낙지는 일반적으로 수온 18℃ 전후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25℃를 넘기면 폐사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과거에는 어린 낙지가 갯벌 깊숙한 곳에 숨어 고수온을 피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폐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무안 앞바다 해수온은 낙지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밤 8시를 기준으로, 2023년까지는 평균 26℃(8월 말)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작년과 올해는 29℃까지 상승했고 고수온 상태도 더 오래 지속됐다. 10월 중순 수온도 예년에는 20℃ 이하였지만, 최근 2년은 21~23℃로 최소 1~3℃ 이상 상승했다.
낙지목장 30곳 조성...처음 3년은 긍정적 효과
무안군은 낙지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2017년부터 ‘낙지목장’을 조성했다. 매년 4곳을 지정해 올해까지 총 30곳을 지원했다. 목장은 한 곳당 약 2ha규모로 교접시킨 어미 낙지 2000마리를 방류하고 이후 어촌계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또한 무안군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2021년부터 5년간 '낙지산란장 조성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국비와 군비 총 8억 원을 들여 4개 어촌계에 산란장을 설치하고, 50m 폭, 사방 100m 규모의 원형 그물망 구역에 어미낙지를 방류해 번식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낙지목장과 낙지산란장은 금어기(6월~7월, 산란기)에 맞춰 어미낙지를 방류한다. 이 기간에는 조업이 금지되며 이후 태어난 어린 낙지가 산란장 밖으로 나가 자연 서식지에서 성장하고 번식해 낙지 개체수가 늘어나는 게 목표다.
사업 시행 초기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수산자원공단 조사에 따르면, 2021~2023년 사이 산란장 조성 구역의 낙지 자원량은 비조성 구역보다 평균 121% 높았다. 공단은 매년 같은 계절, 동일한 조건에서 채집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산란장 조성이 실제 자원 회복에 효과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5년째 낙지산란장 사업에 참여 중인 김대중 어촌계장도 "초반 3년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며, "다른 마을에서도 산란장 조성사업 참여를 원하고 있고, 사업이 끝난 뒤에도 군에 지원을 신청해 계속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높아진 바닷물 온도에 효과 줄어...새 대책 절실
하지만 최근 2년간은 수온 상승으로 방류 효과가 눈에 띄게 줄었다. 군과 공단, 어민 모두 낙지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을 '수온 상승, 기후위기'로 꼽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어민들은 방류 시기를 조정하고, 어린낙지(치어) 방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계장은 "금어기인 6월 중순에 어미낙지를 방류하면 (여름에는) 바닷물이 너무 뜨거워 폐사위험이 높다"며 "(수온이 상대적으로 덜 높은) 5월이나 6월 초에 방류해 산란기에 고수온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초봄이나 수온이 내려가는 가을에 어린낙지를 방류해 생존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며 "여름철 고수온기가 오기 전에 어린낙지를 풀어 갯벌 깊숙이 피한 뒤, 성장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작년 초봄에 처음 치어를 방류했더니, 방류하지 않은 다른 마을보다 낙지가 2배 많이 잡힌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무안군청도 어촌계의 의견을 반영해ᅠ올해는 방류 시기를 6월 10일로 앞당기고, 10월에도 어린 낙지 1만 마리를 방류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다만 방류 시기를 옮긴다고 올라가는 수온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갯벌과 바다의 낙지 수를 정확히 셀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정확한 방류효과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낙지는 방류한 해에 부화하지만 성장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한데 최근 날씨 변화로 성장주기가 달라지는 등 변수도 많아 방류 효과를 즉시 평가하고 데이터화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미낙지 방류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안군이 갯벌 환경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수온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아 다른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군은 "고수온으로 어종에 변화가 있더라도 낙지가 무안의 대표 특산물인만큼 낙지부터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안군은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산란장 조성사업을 마무리하며, 한국수산자원공단으로부터 경제성분석과 시설물, 향후 관리 방안 등을 이어받아 직접 관리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산란장을 늘리기보다 기존의 낙지목장과 함께 관리하고, 성과를 보인 어린 낙지 생산과 방류를 직접 수행하기 위해 '낙지자원조성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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