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나 음료가 포장되는 일반팩과 멸균팩은 비슷해 보이지만 제조 과정부터 보관 가능 기간, 버려지는 모습까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까지 잘 알고 구분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멸균팩은 균이 없는 팩, 즉 무균 상태로 포장된 팩 정도로 알고 있다. 버릴 때는 일반쓰레기로 버린다. 종이와 비닐이 섞인 재질로 알고 있다. 일반 하얀 우유팩은 씻어서 따로 배출한다”고 말했다.
멸균팩은 내용물을 장기간 비교적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어 종이팩 안에서도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멸균팩은 종이, 폴리에틸렌, 알루미늄 박막 등 다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산소와 자외선을 차단하는 포장 방식으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개봉 전에는 실온 보관이 가능하다. 그러나 알루미늄과 종이가 접착돼 있어 분리, 재생 공정이 복잡해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고 있다. 실제 재활용률은 2%에 불과하다고 알려지며 재활용 기술을 가진 업체도 소수에 그친다.
일반팩은 단순 종이팩에 내용물을 담은 포장 방식으로 냉장 보관이 필수다. 신선한 맛 유지에는 유리하지만 유통기한은 7~14일 정도로 짧다. 펄프에 얇은 폴리에틸렌 코팅이 돼 있는 경우 고급 원료로 분류돼 재활용 시 고급 화장지, 재생 휴지, 종이컵 등으로 재활용된다. 분리배출 시 일반 종이와 달리 ‘종이팩 전용 수거함’에 배출해야 한다.
즉, 단순 구조의 일반팩은 원료 가치가 높고 재활용이 잘 되지만, 멸균팩은 내부에 덧대어진 알루미늄 층 때문에 재활용 난도가 높아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알루미늄층을 제거한 멸균 포장재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인다고 알려지면서 멸균팩의 친환경 포장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식음료 포장 솔루션 기업 SIG는 22일 서울우유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환경부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평가’에서 재활용 용이 등급을 획득한 ‘에스아이지 테라 알루프리 풀 배리어’(SIG Terra Alu-free + Full barrier, 이하 SIG 테라 알루프리 팩)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포장재는 서울우유 유기농멸균우유 200ml 제품에 처음 적용된다. 종이·폴리머로만 구현한 친환경 포장이다.
SIG 테라 알루프리 팩은 기존 멸균팩의 종이·폴리머·알루미늄 층 3중 구조에서 알루미늄 층을 완전히 제거,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종이와 초박형 폴리머 코팅만으로 설계됐다.
기존 멸균팩이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돼 의무 표기되는 것과 달리 SIG 테라 알루프리 팩은 환경부 제도상 즉시 재활용 용이 등급 표기가 가능하다. 일반팩으로 분류되며 냉장 종이팩과 동일하게 분리 배출할 수 있어 재활용 회수율 제고에 기여하고 강화된 국내 환경 정책에 최적화된 혁신적인 패키징 솔루션이라는 것이 SIG 측의 설명이다.
알루미늄 층을 제거했지만 우수한 산소 차단 성능을 유지, 냉장 유통 없이도 상온에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점도 이목을 끈다. 이를 통해 냉장 물류 부담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SIG 측은 “기존 충전 설비에 단순 키트 설치만으로 적용 가능한 ‘플러그 앤 플레이’ 솔루션으로, 생산 속도, 제품 안전성, 최대 12개월의 유통기한을 그대로 보장한다. SIG 테라 알루프리 팩은 이미 2023년 이후 4억 팩 이상 판매되며 안정성과 실용성을 입증한 바 있으며 국내 기업들도 큰 투자 비용 없이 도입·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우유 문진섭 조합장은 “알루미늄층을 제거한 멸균 포장재의 도입은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라는 서울우유의 경영이념의 가치 중 ESG 경영을 실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SIG코리아 조명현 대표는 “한국은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ESG 경영 확산으로 지속 가능한 포장재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우유와 함께 선보이는 알루미늄층 제거 종이팩은 국내 브랜드들이 규제 대응과 소비자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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