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 단지를 둘러싼 국민적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기와 납치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망 같은 수위 높은 단어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탓이다. 매력적인 자연경관 등으로 인기를 끌던 캄보디아는 이제 여행금지 지역이 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외교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합동대응팀을 꾸려 한국인 대상 범죄에 본격 대응할 계획이다.
과거 캄보디아는 국내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았던 곳이다. 앙코르와트를 포함해 여행 명소가 많고 매력적인 자연경관과 풍부한 생태자원으로 유명한 관광지도 많았다.
일례로 앙코르와트는 고대 사원과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룬 곳으로 특히 일출·일몰 시간에 비치는 풍경이 여행객에게 인상을 남겼다. 앙코르와트 주변에는 타프롬, 반트세이 등 고대 사원이 연못과 어우러져 있어 자연 경관을 감상하기 좋았다.
캄보디아 코롱섬은 풍부한 열대우림과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씨엠립 인근의 프놈쿨렌 국립공원은 3만 7,500헥타르에 이르는 숲에 폭포와 생태 코스가 있어 하이킹 등으로 찾는 관광객이 많았고 프놈펜 근교 호수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담수호 중 하나로 생태 관광 등이 활발했다.
이 밖에도 캄보디아 남부 지역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잘 보존돼 많은 휴양객이 찾는 명소였다. 북동부 지방 코끼리 보호구역 등도 생태관광 명소로 꼽혔고 메콩강 일대에서는 멸종위기종 어류가 관찰되는 사례도 있었다.
“현지 공관 감금 피해 접수 한국인 330명”
그러나 지금 캄보디아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곳이 됐다. 현재 캄보디아 현지에서 연락이 끊겨 생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한국인이 최소 8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캄보디아 주요 범죄 지역을 여행금지(여행경보 4단계)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14일 외교부는 “올해 1∼8월 취업 사기로 캄보디아에 입국해 현지 공관에 감금 피해 신고가 접수된 한국인은 총 330명이며, 이 중 260여 명이 종결되고 70여 명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220여 명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10여 명의 안전 여부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를 둘러싼 뉴스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최근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현지 당국은 살인과 사기 혐의로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했다. 피살 사건 이후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실종되거나 감금된 사례가 연이어 드러났다.
현지 범죄 단지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투자 리딩방 등 다양한 온라인 사기가 조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거기에 연관된 사람들 가운데 납치되거나 또는 감금당한 한국인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러한 형태의 범죄 단지는 현지에 약 50곳이 있고,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약 2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 범죄단지를 직접 목격한 경찰관계자는 기사에서 “총책은 대부분 자본력을 가진 중국 범죄조직이 맡으며 그 아래 한국인 팀장을 거느린다. 한국인을 포섭하는 한국인 브로커가 사이버 도박, 피싱, 투자 리딩 사기 등을 알선한다”고 말했다.
국감에서도 주요 이슈...정부, 공동TF 꾸려 대응 예정
캄보디아 범죄 단지 관련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늘어났고, 2025년 8월 말 기준으로는 330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올해 발생했던 게 아니고 2021년 이후 (신고가) 계속해서 폭증하고 있었는데도 이 부분 업무를 일부 놓쳤던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윤후덕 의원은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현지 형무소에 68명의 한국인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이러한 형태의 범죄 단지는 현지에 약 50곳이 있고,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약 2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캄보디아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4353억원(올해 예산 기준) 가량을 지원받지만,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 수사에 비협조적이면서다. 특히 통일교 측의 김건희 여사 청탁으로, 윤석열 정부 시절 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이 기존 7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증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러 곳에서 들린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과 사회 제도 측면에서도 기업처럼 ESG와 지속가능성이 중요한데, 국민과 사회 안전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정부가 이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5일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한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해 캄보디아 경찰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사기 사건에 대한 본격 대응에 나선다.
현재 주캄보디아대사관에서 한국인 안전 문제를 담당하는 인력은 경찰 주재관을 포함해 5명이며, 조만간 인력을 증원할 예정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경찰 주재관 증원을 요청했으나, 행정안전부는 업무량이 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를 불승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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