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포도밭에서는 가지치기를 통해 대량의 덩굴이 잘려나간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태워지거나 버려지던 이 부산물이 플라스틱을 대신할 새로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남다코타 주립대학교(South Dakota State University) 연구진이 포도 덩굴에서 추출한 셀룰로스로 투명한 필름을 제작했고, 이 필름은 기존 비닐봉지보다 강도가 높으면서도 토양에서 불과 17일 만에 완전히 분해됐다.
연구팀은 덩굴을 건조·분쇄한 뒤 알칼리 처리와 표백 과정을 거쳐 셀룰로스를 정제했다. 이후 용액에 녹여 칼슘 이온으로 교차결합하고 글리세롤을 첨가해 유연성을 높여 필름을 완성했다. 이 필름은 육안으로 보기에 투명했고, 실험에서는 투명도가 약 84%로 나타나 포장재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시각적 품질을 확보했다. 또 인장강도는 15~18메가파스칼(MPa)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상업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능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분해 속도다. 연구진은 토양에 필름을 묻고 변화를 관찰했으며, 불과 17일 만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 플라스틱이 수백 년 동안 자연에 남아 있어 미세플라스틱을 남기는 것과 달리, 이 소재는 단기간에 자연으로 돌아간다.
연구를 이끈 스리니바스 자나스와미(Srinivas Janaswamy) 부교수는 "버려지던 포도 덩굴을 활용함으로써 농업 폐기물 문제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포장재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20일 국제 학술지 Sustainable Food Tech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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