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공사가 국가유산청의 명령으로 일시 중단됐다. 양양군이 이행계획서 제출 없이 희귀식물 이식 작업을 시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현지 시민단체 등에서는 "설악산에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 허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받은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현상 변경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 관련 보고’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양양군이 이행계획서 없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를 진행했다고 판단해 중단 명령을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2023년 5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해 △희귀식물의 현지 외 보전 방안 강구 △무장애 탐방로 구간의 식생 훼손 최소화 △암석 보호 및 지주 안정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현상 변경을 허가했다.
하지만 양양군은 '희귀식물 보전 방안 강구' 조건에 따른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6월 9일 희귀식물 이식을 시작했다. 이를 확인한 국가유산청은 공사 중단과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양양군은 지난 4월 18일 착수신고를 했지만 국가유산청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공사를 시작한 뒤에야 국가유산청이 이를 파악하고 이행계획서를 요청한 것이다. 이행계획서 제출이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국가유산청은 이행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작업을 일시 중단시켰다.
양양군과 강원도는 "착수신고서는 이미 4월 제출했으며 이행계획서 사전 제출은 의무가 아니다"라며 “국가유산청이 신고를 늦게 인지해 작업이 일시 중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점검이 끝나는 대로 희귀식물 이식 작업을 마무리하고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희귀식물 보전 방안은 물론, 허가 조건 전반을 철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현장조사를 하고 이행상황 점검 등 사후관리도 엄정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가처분 신청
"돌이킬 수 없는 훼손"
한편 국가유산청의 공사 중단 명령이 알려지자,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16일 춘천지방법원에 오색케이블카 사업 허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설악산에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급한 조치라고 밝혔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리한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는 "설악산은 미래 세대를 위해 온전히 보전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이라며 "사업의 불확실한 경제적 이익보다 설악산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공익이 훨씬 중대하다는 점을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케이블카 사업이 초래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 돌이킬 수 없는 지형·식생 훼손 ▲ 희귀 고산식물 소멸 ▲ 산양 등 멸종위기종 핵심 서식지 파괴를 꼽았다.
오색케이블카 예정지는 희귀식물만이 아니라 멸종위기종 산양의 핵심 서식지를 지나는 구간이다. 2023년 3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동의할 당시,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 검토기관들은 산양 서식지 보호와 희귀생물 보전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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