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최근 인공지능 기반 기후예측 모델 '씨보틀(cBottle)'을 공개했다. '씨보틀'은 '클라이밋 인 어 보틀(Climate in a Bottle)' 줄임말로, 기후 데이터를 병에 담듯 압축해 정밀하게 예측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후변화로 날씨 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진 가운데, 우리 날씨 예보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될까.

(사진 엔비디아 코리아)/뉴스펭귄
(사진 엔비디아 코리아)/뉴스펭귄

엔비디아에 따르면 씨보틀은 다양한 입력값을 바탕으로 대기 상태를 예측한다. 시간대, 해수면 온도, 풍속, 기압 같은 요소를 입력하면 해당 조건과 같은 날씨 흐름을 AI가 계산해 낸다. 예보 해상도는 1km 단위까지 좁혀졌고, 기존보다 수천 배 빠른 속도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으로 소개됐다.

이 기술은 엔비디아의 '어스-투(Earth-2)' 플랫폼 위에서 작동한다. 어스-투는 실제 지형과 건물, 기후 조건을 반영해 현실을 복제한 '디지털 지구'를 구현하는 플랫폼이다. 이 가상 지구 위에서 다양한 기상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AI가 이를 반복 학습함으로써 더 정밀한 기후 예측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씨보틀은 AI 학습을 위한 고품질 데이터셋을 생성하는 기능도 포함한다. 엔비디아는 독일기상청(DWD)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수십 년 치 자료를 기반으로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으며, 극한 기상 상황이나 기후변화 시나리오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일정 간격 안에서 날씨를 계산했다면, AI 기반 예보모델은 더 촘촘한 계산으로 예보 속도와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

기후예측 기술 키우는 엔비디아, 한국도 자체 기술 보유

엔비디아는 기후 예측 모델을 주요 개발 과제로 삼아왔다. 지난해 젠슨 황 CEO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GTC)에서 "AI 기후예측은 인류가 풀어야 할 핵심 기술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후 스탠 포시 모델 총괄이 한국을 방문해 기후 예측 기술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과 기술 공동 개발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기상기술 전문 연구기관인 국립기상과학원은 자체 기술을 개발해 한국 기상청에 도입할 예정이다. 국립기상과학원 이혜숙 인공지능기상연구과 과장은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엔비디아 측이 Earth-2 플랫폼에 과학원의 고해상도 예보자료를 접목해 보자는 제안을 했고, 올여름 내 검토할 계획"이라며 "기술 자체는 독립적으로 개발 중이고, 양측 간 효율적 활용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제주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고해상도 초단기 예보모델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이 기술은 1km 간격의 격자를 기반으로 바람장, 온도, 강수량 등 지역 기상정보를 10분 단위로 예측하는 구조다. 실제 적용을 통해 AI 예보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혜숙 과장은 "AI는 학습이 끝나면 1분 안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만큼 빠르지만, 학습 과정에서 막대한 전산 자원이 필요하다"며 "국내는 GPU(연산 장비)가 8장 수준으로 한계가 있지만, 엔비디아는 수천 장 규모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고해상도 예측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날씨 예보에서 '앙상블 예측'이 활용되는데, 이는 하나의 조건에서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통해 확률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과거 26개 정도의 모델만 운용할 수 있었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면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 과장은 설문조사를 예로 들어 "통계적으로 10명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1000명에게 물어보는 결과 신뢰도가 높듯, 앙상블 수가 많을수록 날씨 예측의 확률 정확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이 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초단기부터 중기(1주일), 장기 기후 전망까지 대응할 수 있는 '기상·기후 통합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 중이다. 2029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이 모델은 하나의 생성형 AI가 다양한 질문에 대응하는 구조로, 기상·기후 예측의 일관성과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 전략기술 과제로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로 변수가 많아진 날씨는 AI로 정확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 과장은 "AI는 단순히 과거 날씨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기후변화 추세까지 학습해 매일의 날씨에 영향을 주는 장기적 요인을 반영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씨보틀과 유사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현 중이며, 향후 AI를 통해 기후와 날씨를 통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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