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주우며 스포츠 경기처럼 점수를 겨루는 대회가 있다. 창의적인 발상인데 상상이 아니라 5월 17일 제주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실제로 열리는 행사다. 이름도 멋지다. '2025 스포고미 월드컵(SPOGMI WORLDCUP) 한국 결승전'.
스포고미(SPOGOMI)는 스포츠(sport)와 일본어로 쓰레기를 뜻하는 '고미(ごみ)'를 합친 말이다. 말 그대로 '쓰레기 줍는 스포츠'다. 환경정화가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점수를 겨루는 종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환경보호가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에게 의미가 깊을 것으로 기대된다.
삶의 터전에서 해양쓰레기 직접 본 새내기 해녀들 참여
동네 주민들이 쓰레기 줍자고 삼삼오오 모인 그런 행사가 아니다. 이 대회는 제주의소리와 스포고미 대회 한국지부 오젬코리아가 공동 주관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제주 삼다수), 카카오, 국제라이온스협회 354-G(제주)지구 제주느티나무클럽 등 쟁쟁한 기업과 단체 등이 후원사로 나선다.
역사도 깊다. 스포고미는 일본의 '소셜스포츠 이니셔티브'가 2008년 "스포츠처럼 즐기며 쓰레기를 줍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본 내에서만 진행되던 행사였지만, 2023년에는 첫 세계대회가 열렸고 지금은 35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환경 스포츠로 발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 면면이다. 새내기 해녀와 해양환경에 관심 있는 청년들로 구성된 사단법인 '제주좀녀' 회원들이 참여한다. 대회가 열리는 종달리 마을주민들도 함께 손을 걷어붙였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고, 평소 해양 쓰레기를 직접 눈으로 보았을 해녀들이 스포츠 활동처럼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의미 있다.
무게·종류·분류 정확성으로 점수 매기는 스포츠형 환경 대회
대회 방식도 스포츠 룰과 비슷하다. 3인 1조 팀이 정해진 시간 내에 특정 해안 구역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후, 무게와 종류, 분류 정확성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단순히 많이 줍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분류하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이 즐거움도 함께 느끼게 하자는 취지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이번 한국 결승전에는 전국에서 약 30여 개 팀, 1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여기서 우승한 팀은 한국 대표로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본선에 출전한다. 우승팀에게는 도쿄 본선 출전을 포함한 4박 5일간의 일체 경비(교통비, 숙박비, 식비, 투어비용)가 제공된다.
이번 대회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공기관(제주도개발공사), IT기업(카카오), 국제 시민단체(국제라이온스클럽), 해녀 중심 비영리단체(제주좀녀)가 한데 모여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 가능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참가를 원하는 도민이나 관광객은 5월 15일까지 친구나 가족과 함께 3인 1조 팀을 구성해 신청할 수 있다.
▶일시: 2025년 5월 17일(토) 오전 8시30분~ 오후 12시30분 약 4시간)
▶장소: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2361(스테이지하우스 해양스포츠센터)
▶참가 신청: 웹포스터 QR코드 통해 참가신청서 작성
▶후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카카오(Kakao), 국제라이온스협회 354-G(제주)지구 제주느티나무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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