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하와이주 정부 홈페이지)/뉴스펭귄
(사진 하와이주 정부 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연간 1000만 명이 찾는 휴양지 하와이가 기후위기 대응을 이유로 숙박세 인상에 나선다. 

하와이 주의회는 일일 숙박비에 붙는 세금을 기존 10.25%에서 11%로 0.75% 인상하는 법안을 2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시사도 이 법안을 지지하며 서명할 뜻을 밝혔다.

세금 인상으로 하와이는 연간 약 1억 달러(약 137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금은 재난 복구와 예방에 쓰인다. 침식된 해변을 복원하고, 주택 소유주에게 허리케인 방지용 구조물 설치를 지원한다.

특히, 2년 전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 외래종 식물 제거에도 기금을 사용한다.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가연성 수풀이 몇 주간의 이례적인 가뭄으로 바짝 마르면서 당시 불길이 크게 번졌고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검은 연기로 뒤덮인 하와이 마우이섬. (사진 NBC News 화면 캡처)/뉴스펭귄
검은 연기로 뒤덮인 하와이 마우이섬. (사진 NBC News 화면 캡처)/뉴스펭귄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하와이는 숙박세 수익을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 보호에 따로 배정하는 미국 최초의 주가 된다.

그린 주지사는 "마우이섬 산불 이후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았는데 이런 방식이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매년 하와이를 방문하는 1000만 명의 관광객은 하와이 해변과 명소를 보존하는 데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신중하면서도 긍정하는 반응이다. 제리 깁슨 하와이호텔연합 회장은 "세금을 반기는 사람은 없지만, 이 돈이 하와이의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는 데 쓰인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하와이는 주립공원 등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방문세를 부과해 기후대응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헌법상 이동권 침해 논란으로 무산됐다.

하와이주 기후자문위원 카와이카 라일리는 "하와이에는 '손님은 하루뿐'이라는 속담이 있다"며 "관광객에게 부담을 주자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곳을 지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와이는 관광객에 대한 세금이 높은 편이다. 호텔 요금의 10.25%는 숙박세가, 3%는 도시세가, 4.7%는 일반 소비세가 붙는다. 숙박비의 약 18%가 세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한편 멕시코 칸쿤, 몰타섬 등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휴양지들은 이미 호텔 투숙객에게 1박당 최대 5유로의 환경세를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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