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북공업지역 입주기업 이전 후보지로 검토 중인 구좌읍 덕천리 일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제주고사리삼.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제주 화북공업지역 입주기업 이전 후보지로 검토 중인 구좌읍 덕천리 일대에서 확인된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제주고사리삼.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뉴스펭귄 곽은영 기자] 제주도가 화북공업지역 입주기업 이전 후보지로 검토 중인 구좌읍 덕천리 일대에서 세계적 희귀종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보호종이 확인됐다. 환경단체 등은 후보지 검토 중단을 요청했다. '제주고사리삼 특성상 거문오름이 만든 곶자왈 지역에서만 서식하는데, 이 지역에 공업단지 이전이 진행된다면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은 17일 "지난달 세 차례 생태환경 조사 결과 해당 지역은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곶자왈이 분포돼 있고, 다수의 멸종위기종과 국가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인 ‘제주고사리삼’과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위기종(EN) ‘백서향나무, 나도고사리삼’, 취약종(VU) ‘새우난초, 야고, 백량금’, 자료부족종(DD) ‘둥근잎택사’가 확인됐다. 

이들 가운데 후보지에서 4곳의 자생지가 확인된 제주고사리삼은 전 세계적으로 거문오름이 만든 곶자왈 지역에서만 확인되는 종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지구상 제주에서만 분포하는 식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단계에 해당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2022년 12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에서 1급으로 등급이 상향됐다. 

곶자왈사람들 김정순 공동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계적 희귀종인 제주고사리삼의 특성상 거문오름이 만든 곶자왈 지역에서만 서식하는데 만약 이 지역에 공업단지 이전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생존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다른 시설도 아니고 환경에 취약한 공업단지가 들어서는 것”이라 지적하며 “제주고사리삼을 이격시킨다 하더라도 사업 특성상 우려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전 후보지 구좌읍 덕천리 전경.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이전 후보지 구좌읍 덕천리 전경. (사진 곶자왈사람들)/뉴스펭귄

곶자왈사람들이 낸 성명에 따르면 해당 조사 결과는 후보지의 극히 일부만 조사한 결과로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자생지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곶자왈사람들은 “백서향나무도 주로 곶자왈 지역에서 확인되는 대표적인 종으로 물 빠짐이 좋은 환경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제주도의 입지 검토는 이들 국가보호종의 삶터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고사리삼, 백서향나무, 나도고사리삼은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한 생태계 1, 2등급 기준식물이기도 하다. 

곶자왈사람들은 “화북공단 이전 후보지는 곶자왈북오름, 거친오름, 체오름 등 오름 군락 사이 위치한 중산간 지역으로 공업단지 입지로는 타당하지 않다”며 “공업단지를 곶자왈로 이전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곶자왈의 구조는 투수성이 높아 지하수를 저장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지만, 오염에 취약하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곶자왈사람들은 성명을 통해 “제주도는 곶자왈이 중요하다며 말로 앞세울 뿐 곶자왈을 파괴하려 한다. 언제까지 ‘말뿐인 보전’을 외칠 셈인가”라고 비판하며 “제주도의 미래가 제주의 환경자산 보전에 있다는 데 공감한다면 당장 곶자왈 보전에 역행하는 화북공업지역 이전 후보지 검토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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