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나리] [정리 뉴스펭귄 이한 기자] 2023년 9월, 원래 머물던 지역이 아닌 몽골 서부에서도 가락지 연구를 진행했다. 수도에서 왕복 3,000km에 이르는 먼 곳이었다.

눈표범이 서식한다는 홉드 도(道)의 자르갈란트(Jargalant)산맥.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눈표범이 서식한다는 홉드 도(道)의 자르갈란트(Jargalant)산맥.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나는 몽골 동부 호르르(Khurkh) 가락지센터에서 시간을 보낸 후 홉드(Khovd)가락지센터로 향했다. 몽골 21개 도(道)중에 유일하게 들러보지 않은 지역이자 눈표범이 사는 고비알타이 바양헝거르 등을 지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중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사이가를 만날 수 있는 멋진 곳이기도 했다.

2주 넘게 생활할 짐을 싣고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버스에 올랐다. 한국 45인승 중고 버스였다. 외국인은 나와 파트너 뿐이었다. 버스는 2명의 기사가 번갈아 운전했다. 그들은 뒷좌석에 침낭을 펴고 돌아가며 잠을 청했다. 나는 다리를 옆으로 뻗어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기대거나 엉덩이를 한쪽씩 번갈아 가면서 꾸역꾸역 그 시간을 버텼다.

꼬박 하루를 달려 동이 트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양옆으로 눈표범이 살고 있다는 전설의 자르갈란트 산맥과 건조하고 황량한 서식지가 펼쳐졌다.

홉드가락지센터는 투그륵 강변 버드나무를 따라 만항시 인근에 자리 잡은 곳이다. 홉드도의 중심 도시고 자르갈란트와도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자르갈란트에는 몽골국립대학 캠퍼스가 있어 대학과도 많은 연구 협력을 진행한다. 버스를 타고 자르갈란트에 도착하기 1시간 전에 길목에서 내리면 가락지센터가 바로 보인다.

홉드(Khovd)가락지센터에서 포획 조류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홉드(Khovd)가락지센터에서 포획 조류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이곳은 대체로 반사막·건조 초지의 서식 환경이다. 하지만 가락지센터는 강변 옆에 있어서 새들이 목도 축이고 먹이를 사냥하기 좋다. 아프리카까지 날아가는 새들이 중간에 들르기 아주 좋은 장소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대부분의 조류는 가을철에 서쪽으로 이동하지만, 일부 종은 고비사막과 다른 극한의 경로를 건너 바로 남쪽으로 향하기도 한다. (출처: WSCC)

이곳은 중앙아시아,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경로에 위치한 가락지센터다. 그래서 몽골 동부의 호르흐 가락지센터에서 보는 새들과는 다른 종을 많이 관찰할 수 있다. 그곳에서 포획한 (다른 곳에서 잘 보지 못하는) 딱새류만 5종이었다. 인근에는 먹황새, 쇠재두루미 등의 다채로운 조류도 번식하고 있다.

상모솔새(Goldcrest) 암수가 나란히 있는 모습, 머리 깃이 조금 더 주황 깃을 띄면 수컷이다.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상모솔새(Goldcrest) 암수가 나란히 있는 모습, 머리 깃이 조금 더 주황 깃을 띄면 수컷이다.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홉드가락지센터는 2020년 오픈해 현재 5년째 운영되고 있는 연구소다. 이 센터는 봄에는 4월 말부터 오픈해 6월 초까지, 가을은 8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운영한다. 봄 시즌에는 하루에 20개체 정도가 포획되며 가을 시즌에는 하루 평균 76개체 정도가 포획된다.

한 달간의 봄시즌에는 70종, 750개체 정도가 포획됐으며, 북방쇠개개비, 연노랑눈썹솔새, 쇠흰턱딱새 등이 많이 포획됐다. 가을시즌 56일간 동안은 4,300개체 100종의 많은 새를 만날 수 있었는데, 검은다리솔새도 많이 포획된 조류 중에 하나였다.

가락지센터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연구팀이 와서 함께 서로의 연구 지식을 나눈다. 조류의 연령과 암수 식별에 대한 다양한 워크숍도 개최된다. 지역민이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류가 처한 다양한 위험에 대해서도 알린다. 방목된 가축으로 인해 둥지나 알이 짓밟히는 등 여러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다양한 보존 활동도 소개하며 지역민의 의견을 경청하기도 한다.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해당 가락지센터에서 2022년 8월에 부착했던 개체가 2023년 예멘에서 도살된 채 발견됐다. 몽골에서 아프리카 중부로 이동하는 이 새는 예멘의 한 지역시장에서 사냥당해 팔리고 있었다. 직접 부착했던 것과 동일한 가락지가 달린 새가 생명을 잃은 채 고기로 팔리고 있었다. 국제적인 야생동물 보존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세계철새의날(World Migratory Bird Day)를 기념하여 몽골 각 가락지센터, 연구지에서 이뤄진 행사 (사진 이나리씨 제공, 출처 WSCC)/뉴스펭귄
세계철새의날(World Migratory Bird Day)를 기념하여 몽골 각 가락지센터, 연구지에서 이뤄진 행사 (사진 이나리씨 제공, 출처 WSCC)/뉴스펭귄

몽골 내 가락지센터에서는 매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다양한 생명과 진하게 만날 수 있는 경험을 추천한다.

다음 편에서는 홉드 도(道)의 다양한 면모를 조금 더 소개할 계획이다.

몽골 조류가락지센터는 매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몽골 조류가락지센터는 매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사진 이나리씨 제공)/뉴스펭귄

글쓴이 소개 : 이나리

뼛속까지 인문학도. 어느 날 문득 새에 마음을 빼앗겨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KOICA 기후환경 봉사단'으로 몽골행 비행기에 올랐다. 15개국에서 온 연구자들과 1년 동안 부대끼며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또 몸으로 움직였다.

-몽골 야생동물 연구보전센터 근무 (1년)

-몽골 내 한국조림단체 '푸른아시아' 근무 (3년)

-비영리단체 <지구당>운영 중 (대구)

-몬태나대학교 환경학 석사과정 입학예정

몽골에서 4년을 보낸 한 청년이 있습니다. 이 청년은 3년 동안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하고 돌아와 국내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다시 몽골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났습니다. 그는 야생동물 연구보전센터에서 1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대구에서 비영리단체 ‘지구를 구하는 당신의 행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가 몽골에서 야생동물(새) 기후환경 봉사활동을 하며 겪었던 일들을 10차례로 나눠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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