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이동재 기자]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해양 기인 쓰레기(바다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연간 해양 폐기물 발생량을 약 14만5258톤으로 추정했다. 이 중 폐어구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해양 기인 발생 폐기물’은 5만444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해양 폐기물 발생량의 34.7% 수준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바다에 유실된 폐어망 등으로 인한 수산자원 피해량은 연간 9만 5000톤으로 전체 연간 어획량의 10%에 달한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에 물고기가 걸려 죽는 이른바 ‘유령어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달 초 해양수산부는 9개 시‧도의 주요 연근해어장에서 '연근해어장 생산성 개선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폐어구를 포함해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앞서 기본계획에서는 폐어구 등 해양 기인 쓰레기와 육상 기인 쓰레기(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쓰레기)를 포함해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연 6.7만톤으로 추정했다. 홍수기에 주로 발생하는 초목류(부러진 나무, 풀 등)를 제외한 폐기물(8.4만톤) 중 80%를 차지한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으키는 문제는 단지 유령어업뿐만이 아니다. 작년 미국의 환경보호단체 5 자이어스(GYRES) 연구팀은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171조개, 총 무게는 230만톤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5년부터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증가하고 있어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40년에는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지금의 3배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분해가 되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물에서 호흡하는 해양 생물들의 체내에 쌓인다는 점이다. 해양 생물의 체내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에 의해 해양 생태계 전반에 퍼지고 이는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해양 쓰레기 전문 연구소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의 이유나 국제협력팀장은 최근 열린 국제 플라스틱 협약 관련 기자회견에서 어구의 관리 및 규제 방안이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나 팀장은 이후 본지에 “전 세계적으로 해양 기인 쓰레기의 비중은 육상 기인 쓰레기에 비해 적지만, 해양 생태계에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제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서는 이미 버려진 폐어구의 관리 방향에서만 다루고 있다”며, “여타 플라스틱에 요구되고 있는 바와 같이 디자인, 생산 단계부터 유통, 사용, 처리까지 생애 전주기를 아우르는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4차 협상을 앞두고 정부에 ‘수산업법’ 및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법’에서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이용을 위한 어구 실명제 확대, 유실 어구 신고제 시행, 어구 회수 및 재활용 인프라 구축, 어업인 참여 및 단속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