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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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려는 인류 노력은 효과가 있었을까? 국내 연구진이 북극에서 답을 찾았다.

극지연구소 이강현 박사 연구진은 그린란드 눈에 기록된 납 성분이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환경화학학술지 '케모스피어'에 6일 발표했다.

연구는 2017년 그린란드에서 채집한 눈 시료로 북반구 대기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기원지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쌓인 눈의 평균 납 농도가 단위 그램당 10.6피코그램(pg/g)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3년에서 2009년의 평균 21.5pg/g보다 약 49% 감소한 수치다.

그린란드 눈 시료에서 관찰된 2003년부터 2017년 사이의 납 농도 변화 그래프. 시간이 갈수록 납 농도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그린란드 눈 시료에서 관찰된 2003년부터 2017년 사이의 납 농도 변화 그래프. 시간이 갈수록 납 농도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납의 동위원소비를 이용하면 납 성분을 배출한 기원지와 각 지역의 비중을 추정할 수 있다. 각 지역에 따라 특정한 납 동위원소비가 유지돼 소위 '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눈 납 성분은 대부분 북반구의 다른 지역들에서 날아왔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양에 큰 변화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 전후로 추진된 중국의 오염물질 저감 정책 등 효과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린란드 눈 시료에 기록된 납 성분의 기원지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약 36%에서 2010년대 약 23%로 13% 감소했다.

그린란드 눈 시료의 납 동위원소 조성 변화를 분석해 납 성분의 기원지를 추정한 그래프. 시간이 갈수록(노란색→붉은색) 납 성분 기원지 중 중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그린란드 눈 시료의 납 동위원소 조성 변화를 분석해 납 성분의 기원지를 추정한 그래프. 시간이 갈수록(노란색→붉은색) 납 성분 기원지 중 중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극지연구소)/뉴스펭귄

연구진은 "오염물질 기원지와 수송 경로를 추적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동북아시아에서 북극 그린란드까지 날아간 이번 납 성분 사례처럼 대기오염 물질은 종류에 따라 배출지 주변뿐 아니라 수천㎞ 멀리 떨어진 곳에 전달돼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희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은 "그린란드에 쌓인 눈은 대기 성분을 매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적인 규모의 대기 환경변화 조사 연구에서 증거자료로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도 극지역 시료를 활용해 오염물질 거동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2008년 전후로 중국은 베이징과 근교에 있는 오염원 배출 공장을 대거 폐쇄하고 공사 현장 작업을 중단시켰다. 또 승용차 홀짝 운행제를 시행하는 등 고강도 오염 저감 조치를 취했다. 이를 두고 '올림픽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중국에서 주요 행사가 열리는 동안에만 푸른 하늘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블루' 앞에 행사명을 붙여 부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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