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꿀을 먹으러 온 곤충들의 꽁무니에 꽃가루를 묻혀 보내는 식물이 있다.
누린내풀은 한국, 중국, 일본에 서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7~8월에 보라색 꽃이 피는데 향기는 맡아보지 않는 것이 좋다. 이름처럼 누린내가 나기 때문이다.
누린내풀은 특이한 꽃술을 가지고 있다. 꽃의 위쪽에 달려서 활처럼 아래로 휘어져 있다.
마치 조선시대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하사하던 어사화를 연상시켜 일각에서는 누린내풀을 어사화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부 식물들은 꿀로 곤충을 유인해 꽃가루를 묻혀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진화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누린내풀의 꽃술도 아무 이유 없이 휘어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 전문가들로 이뤄진 단체 '벌볼일있는사람들'에서 벌목 곤충 및 화분매개자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는 현준서 씨는 "누린내풀은 꽃술이 아래로 휘어있는데, 곤충이 꽃에 앉아 흡밀할 때 꽃술이 평상시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며 곤충들의 등과 꽁무니에 꽃가루가 묻게 된다"고 <뉴스펭귄>에 설명했다.
그는 곤충들이 누린내풀을 찾아온 다양한 상황이 담긴 사진들을 공유했다.
작은검은꼬리박각시가 포착된 사진에 대해 현준서 씨는 "박각시류의 경우에는 정지 비행하며 대롱처럼 길게 발달된 구기로 꿀만 빨아먹기 때문에 수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그는 어리호박벌 사진과 관련해 "꽃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꽃 통을 직접 뚫어 꿀을 빠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뉴스펭귄에 후원으로 힘을 실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