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처한 모지언스케이트. (사진 해양남극연구소 Jane Ruckert)/뉴스펭귄
멸종위기에 처한 모지언스케이트. (사진 해양남극연구소 Jane Ruckert)/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과학자들은 '바다의 틸라신(Thylacine,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이라고 불리는 가오리가 10년 내에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의 해양남극연구소(IMAS)는 백악기 때부터 생존해 온 '모지언스케이트(Maugean Skate)'가 멸종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모지언스케이트는 가오리 최초로 '절멸'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 IUCN)/뉴스펭귄
모지언스케이트는 가오리 최초로 '절멸'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 IUCN)/뉴스펭귄

모지언스케이트는 태즈메이니아에 서식하는 생물 중 거대한 편에 속해 '바다의 틸라신'이라고 불린다.

이 종은 태즈메이니아 매쿠아리항의 수심 7.5~12.5m 부근에서만 서식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dangered, EN)' 등급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공룡이 건재하던 백악기 때부터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으며, 기후위기와 인간의 서식지 교란 때문에 현존하는 가오리 중 멸종에 가장 가까운 종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지언스케이트의 서식지는 지난 30년간 기후위기에 의해 수온이 1.5~2℃가량 상승했을 뿐 아니라 연어 양식장에 의해 오염물질 유입량이 늘고, 수력발전소에 의해 강의 흐름이 변했다.

그로 인해 수중의 용존산소량(DO)이 감소해 수중 생물들이 호흡에 어려움을 겪었고, 모지언스케이트도 2014년과 2021년 사이에 개체수가 47%나 감소했다.

인식표를 부착 중인 모지언스케이트. (사진 해양남극연구소(IMAS) 영상 캡처)/뉴스펭귄
인식표를 부착 중인 모지언스케이트. (사진 해양남극연구소(IMAS) 영상 캡처)/뉴스펭귄

특히 2019년에는 급격한 수온 상승과 수심 15m 부근의 용존산소량이 낮은 물이 수면으로 상승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탓에 서식지의 용존산소량이 감소했고, 결국 인식표가 달린 개체의 44%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제이슨 세멘스(Jayson Semmens) 박사는 "2019년과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한다면 종 보전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허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를 위해 포획한 모지언스케이트. (사진 해양남극연구소(IMAS) 영상 캡처)/뉴스펭귄
연구를 위해 포획한 모지언스케이트. (사진 해양남극연구소(IMAS) 영상 캡처)/뉴스펭귄

그럼 현재 생존 중인 모지언스케이트들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연구진은 "2021년 총 78마리의 모지언스케이트를 포획해 2012년에 포획된 개체들과 비교한 결과, 수컷에 비해 암컷에게 큰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연도 별로 포획된 모지언스케이트의 크기를 비교한 그래프로, 푸른색은 수컷이며 붉은색은 암컷을 나타낸다. 각 도표에 표기된 점선이 평균 크기를 나타내며, 수컷은 연도에 따른 큰 편차가 없지만 암컷은 아성체의 감소로 평균 크기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 해양남극연구소 Macquarie Harbour Maugean skate population status and monitoring 보고서)/뉴스펭귄
연도별로 포획된 모지언스케이트의 크기를 비교한 그래프로, 푸른색은 수컷이며 붉은색은 암컷을 나타낸다. 각 도표에 표기된 점선이 평균 크기를 나타내며, 수컷은 연도에 따른 큰 편차가 없지만 암컷은 아성체의 감소로 평균 크기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 해양남극연구소 Macquarie Harbour Maugean skate population status and monitoring 보고서)/뉴스펭귄

2012년과 비교했을 때 수컷과 달리 암컷의 평균 크기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아성체의 수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포획된 개체 중 어린 암컷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에서 3%까지 감소했고, 1마리를 포획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많이 소요됐다.

모지언스케이트의 개체수 변화를 조사하고 있는 다비드 모레노(David Moreno) 박사는 "(모지언스케이트) 아성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개체수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모지언스케이트 서식지의 용존산소량은 크게 감소해 왔고,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대로 가면 우리는 모지언스케이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양학자인 네빌 배릿(Neville Barrett) 박사는 "2016년을 기준으로 3200마리의 모지언스케이트가 현존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 안에 멸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종 보존을 위해서 매쿠아리항이 아닌 곳에 서식지를 구축하고, 양식장, 취미용 낚시, 댐 개발 등 모지언스케이트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정부에서 제재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호주 정부는 IAMS의 보고서를 토대로 모지언스케이트의 멸종위기 등급을 상향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다.

환경단체인 '호주 해양보존협회(Australian Marine Conservation Society)'와 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 호주 지부는 "모지언스케이트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해양보존협회의 레오나르도 귀다(Leonardo Guida) 박사는 "모지언스케이트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존재했던 시기부터 생존해 왔지만, 오늘날 그들의 터전에서 질식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생태계 착취, 어업, 기후위기는 다른 상어와 가오리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모지언스케이트에 대한 정부의 조치는 또 다른 멸종위기종을 보전하기 위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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