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전경 (사진 flickr, David Stanley)/뉴스펭귄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 전경 (사진 flickr, David Stanley)/뉴스펭귄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북극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유출된 화학물질이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얼음에서 다량의 과불화화합물(Per-fluoroalkyl substance, 이하 PFAS)이 발견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세계적인 환경과학 분야 저널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최근 게재했다.

1만2000여 종이 있는 PFAS는 암, 간 질환, 천식, 비만, 출산율 감소 등에 영향을 끼쳐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이다. 물과 기름에 잘 오염되지 않고 열에 강한 특성이 있어 의류, 전자제품 등의 제작에 쓰이고 있다.

자연적으로 분해가 어려워 '영원한 화학물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논문은 "얼음 코어에서 26개 종류의 PFAS가 존재한다는 것은 PFAS 오염이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북극에 퍼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조사에서 파악된 과불화옥탄술폰산(Perfluorooctanesulfonic acid, 이하 PFOS)과 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Trifluoroacetic acid, 이하 TFA)은 얼음의 해빙(解氷) 과정에서 북극 피오르드, 툰드라와 같은 생태계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PFOS는 PFAS 중에서도 위험성이 높은 물질로, 프라이팬 코팅 등 일반제품에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TFA는 프레온가스 사용을 규제하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체결에 따라 클로로플루오르카본(chlorofluoro carbon, CFC) 대신 쓰이고 있는 수소불화올레핀(hydrofluoroolefin, HFO)이 환경에 유출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냉매 부산물이다.

다른 화합물에 비해 독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논문은 "TFA와 PFOS는 해빙 중에 이동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북극 생태계에 유입되는 주요 물질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TFA, PFOS는 해빙 과정에서 북극 생태계로 유입돼 야생동물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 'Levels and distribution profiles of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PFAS) in a high Arctic Svalbard ice core' 논문)/뉴스펭귄
TFA, PFOS는 해빙 과정에서 북극 생태계로 유입돼 야생동물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 'Levels and distribution profiles of 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PFAS) in a high Arctic Svalbard ice core' 논문)/뉴스펭귄

PFAS가 생태계에 유입되면 먹이사슬을 통해 북극곰, 물고기, 바다표범 등 수많은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진행됐던 노르웨이 극지 연구소(Norwegian Polar Institute)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극곰의 혈중 PFAS 수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연구팀이 얼음 코어를 추출한 지역인 스발바르는 지구 평균 속도에 비해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연구를 주도한 윌리엄 하츠(William Hartz) 박사는 스발바르에서도 가장 높은 고도의 만년설인 로모노소프포나(Lomonosovfonna)에서 얼음 코어를 추출했다며 현장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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