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과학임무를 지원할 수 있는 초압풍선. 태양 복사관리를 위해 풍선을 띄워 미세입자를 살포한다 (사진 미합중국 항공우주국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장시간 과학임무를 지원할 수 있는 초압풍선. 태양 복사관리를 위해 풍선을 띄워 미세입자를 살포한다 (사진 미합중국 항공우주국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구공학'이 주목받으며 각 국의 무분별한 지구공학 실험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전 사무총장 파스칼 레이미(Pascal Lamy)는 각국이 지구공학 실험 규제 여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각국에서 지구공학 실험에 대한 시도를 통제 및 규제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할지 유예할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 레이미 전 사무총장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은 이유는 지구공학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이 섭씨 1.5도에 임박해 지구가열화(온난화) 위험이 증가했다는 각종 발표가 나오면서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지구공학이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인공강우 실험에 나선 기상청. 요오드화 은과 같은 입자를 살포한다. (사진 기상청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2019년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인공강우 실험에 나선 기상청. 요오드화 은과 같은 입자를 살포한다. (사진 기상청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지구공학은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기후를 조절하는 연구 분야다. 크게 지구로 유입되는 태양 복사량을 조절하는 ‘태양 복사 관리’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이산화탄소 제거’ 두 영역으로 나눠진다. 인공강우, 인공 숲 조성 등 지구 온도나 기후를 변화시키려는 시도 역시 지구공학에 포함된다. 

이미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인공강우나 이산화 황 살포 같은 지구공학 실험을 시행하고 있으나 그로 인한 몬순 기후 교란 등 부작용 위험이 있다.

지구공학에 대한 각 국가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레이미 전 사무총장은 지구공학을 위한 전문 협회를 구축해 주도권을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글로벌 전문가 16명으로 이뤄진 지구공학 전문 위원회 '글로벌오버슈트위원회(Global Overshoot Commission)'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를 설립해 소위 유엔(UN)처럼 국제 조직 내에서 지구공학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과 새로운 관리 기관의 필요성에 대해서 고려하겠다는 것.

레이미 전 사무총장은 "국가들이 단독으로 이런 일(지구공학 실험)을 벌이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어야 한다"라며 "규제를 포함한 모든 선택을 검토할 것"이라고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다만 그는 국가들이 온실가스를 빠르게 감축하는 데 실패하고 있으므로 지구공학 실험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일부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레이미 전 사무총장은 “우리가 '지구공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비극적이다"라며 "기온 상승을 피하려고 옳지 않은 길을 가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을 생각했을 때 근 시일 내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이 섭씨 1.5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염두해 지구공학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노력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레이미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 부적절했기에 각 나라 정부가 지구공학 활용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와 같은 억만장자가 지구공학 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레이미 전 사무총장은 “일론 머스크가 로켓을 띄우려면 정부 허가가 필요하므로 그가 혼자서 시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개입 없이 개인이 시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한편 지구공학 실험에 따른 부작용은 기후모델 연구 부족 등으로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여러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하기 위해 바다에 유황을 살포할 경우 산성화를 초래할 수 있고, 구름 미백효과는 강우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세입자를 이용해 햇빛을 반사하면 식물 생장에 영향을 끼쳐 농사 피해를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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