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도 고래상어가 전시됐었던 사실을 아시나요?

  • 임병선 기자
  • 2020.09.13 07:50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됐던 고래상어 2마리 (사진 아쿠아플라넷 제주)/뉴스펭귄

신비로운 대형 해양생물 고래상어가 국내에 전시됐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척추생물 중 가장 큰 해양생물인 고래상어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다. 하얀 점이 박힌 커다란 몸으로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상어를 보며 사람들은 경이감을 느낀다. 

때문에 수족관에서는 관람객 유치를 위해 고래상어를 전시하려는 야망을 품지만, 거의 지구 전체를 돌며 활동하는 고래상어를 수조에 담아 살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운송, 대형 수조 건조, 동물권 관련 비판 등 난관이 많다. 현재 고래상어를 전시 중인 수족관은 미국 조지아 아쿠아리움,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츄라우미 수족관, 가고시마 이오월드 수족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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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에 전시된 고래상어 (사진 wkc Chen - flickr)/뉴스펭귄

그런데 우리나라 수족관에도 짧은 시간 동안 고래상어 2마리가 전시된 적이 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다. 고래상어 1마리는 폐사했고, 1마리는 2012년 8월 31일에 방류됐다.

아쿠아플라넷 제주가 고래상어를 방류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록은 방류일로부터 약 50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 측은 아쿠아플라넷 제주 준비 단계부터 고래상어 전시를 추진해 왔다. 개장 전 중국 하이난성 지방정부로부터 고래상어 2마리를 수입해 수족관 내 가장 큰 수조에 전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중 어업분쟁을 이유로 중국 농업부가 고래상어 수출 불가 조치를 내리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어려워졌다.

난관에 봉착한 한화 측에 기적적인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 제주 어민이 고래상어를 우연히 포획하게 됐다며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전화가 걸려온 다음 날, 같은 곳에서 고래상어 한 마리가 더 잡히면서 한화 측의 2마리 전시 계획과 수가 맞아떨어졌다.

제주도에는 마침 아쿠아플라넷 제주 개장 작업을 돕기 위해 츄라우미 수족관 관계자가 방문 중이었다. 한화는 츄라우미 측 도움을 받아 각각 2012년 7월 8일과 9일, 고래상어 2마리를 수조에 넣었다.

(사진 한화 아쿠아플라넷 페이스북 캡처)/뉴스펭귄

일련의 과정을 '기적의 입수'라고 홍보하던 한화 측은 비판에 부딪혔다. 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은 "며칠 전까지 바다를 떠돌던 국제적 멸종위기종 고래상어가 어느날 갑자기 그물에 걸려서 수족관에 갇히고, 관람객들의 눈요깃감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 옳지 않다"며 자연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어떤 수조도 고래상어에게는 너무 좁고, 고래상어가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수족관 전시가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고래상어 방류를 촉구하는 핫핑크돌핀스 (사진 핫핑크돌핀스)/뉴스펭귄

한화 측은 포획된 고래상어를 다시 방류해도 곧바로 어망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전시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온 고래상어가 죽으면서 비판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 고래상어는 수조에 들어온 지 39일이 지난 2012년 8월 18일 폐사했다. 게다가 며칠 뒤 수족관 내 다른 대형 해양생물인 만타가오리가 폐사하면서 비판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Aquarium #13

고래상어 폐사 소식을 접한 핫핑크돌핀스는 "고래상어가 수족관에 갇힌 뒤 받았을 극심한 스트레스가 폐사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은 자명하다"며 방류를 재차 촉구했다. 고래상어 폐사 원인은 추후 부검에서 만성신부전증으로 드러났다. 

한화 측은 논란 초기에는 나머지 한 마리를 방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계속된 비판에 결국 방류를 결정했다. 이들은 "다양한 수생생물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관람하고 자연에 대한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준비했지만 고래상어가 폐사해 국민 여러분께 염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고래상어 방사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고래상어는 바다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는 고래상어가 또 누군가의 손에 잡혀 수족관에 전시되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한화 측은 고래상어를 방류하면서 추적 장치를 부착했지만, 방류 이후 위치나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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