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 갇힌 개구리에게 '사다리' 지어주는 사람들

  • 이수연 기자
  • 2024.03.13 14:57
농수로에 빠진 개구리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농수로에 빠진 개구리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봄을 앞두고 개구리 전용 사다리를 설치하기 위한 모금이 진행 중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18일부터 개구리 사다리 설치비 모금을 네이버 해피빈에서 진행 중이다. 5월까지 800만원을 목표로 하는 이 모금에는 13일 기준 약 290만원이 기부됐다.

모금에 참여한 누리꾼은 '꼭 맹꽁이를 살려달라', '환경이 파괴되면 사람이 사는 환경도 파괴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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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양서류는 겨울잠에서 깨어나 산란을 위해 번식지로 이동한다. 이때 농수로는 양서류 이동을 막는 장애물이 되는데, 깊고 미끄러운 농수로에 갇힌 개구리들이 이곳에서 번식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알을 낳은 개구리들은 수로 위로 다시 올라오지 못해 갇혀 죽기도 한다.

농수로는 농업용수를 끌어오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수로를 말한다. 원활한 경작을 위해 만든 수직 콘크리트 농수로가 개구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인 셈이다.

개구리 사다리는 농수로에 빠진 양서류가 바깥으로 기어 올라올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영국 로즈디자인연구소가 처음 생각해낸 이 사다리는 영국에서 맨홀에 빠진 양서류 80%를 구출했다.

대전광역시 침산동 농촌에 처음 설치된 개구리 사다리. (사진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대전광역시 침산동 농촌에 처음 설치된 개구리 사다리. (사진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국내에서는 2020년 백령도에 처음 설치됐다. 당시 길이 110㎝, 넓이 12㎝ 사다리를 농수로 벽 6곳에 설치했다. 현재는 백령도를 비롯해 파주, 연천, 고성, 대전 등 전국 농수로 곳곳에 설치돼 있다. 특히 금개구리와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 양서류를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킨다는 취지다.

개구리 사다리는 거친 질감의 나일론 매트를 설치하거나, 콘크리트 벽면에 돌기를 시공하는 방법 등으로 만들어진다.

한편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개구리 사다리가 필요한 수로에 대한 제보도 받는다. 개구리에게 위험해 보이는 수로를 시민이 발견한 후 제보하면, 그곳에 적합한 형태의 사다리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측은 "인위적으로 만든 수로는 매우 높아 사다리조차 없으면 개구리들이 올라가지 못해 점점 멸종위기종에 처할 것"이라며 "수로 설계 자체가 개구리가 올라올 수 있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바뀔 때까지 사다리를 설치해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삶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나일론 매트로 만든 개구리 사다리. (사진 대전충남녹색연합)/뉴스펭귄
나일론 매트로 만든 개구리 사다리. (사진 대전충남녹색연합)/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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