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플라스틱 카페 지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하는 카페 어디?

  • 최나영·성은숙 기자
  • 2022.08.02 09:51

뉴스펭귄×컵가디언즈, 전국 카페 400여개 자체 조사해 보니…
조사대상 카페 10곳 중 3곳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뉴스펭귄과 컵가디언즈가 시민들과 함께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카페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카페를 파란색으로, 일회용컵 사용 카페를 빨간색으로 지도에 표기했다. (지도제작 뉴스펭귄‧컵가디언즈)/뉴스펭귄
뉴스펭귄과 컵가디언즈가 시민들과 함께 조사한 서울시와 인근의 매장 내 일회용컵과 다회용컵 사용 카페 현황.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카페를 파란색으로, 일회용컵 사용 카페를 빨간색으로 지도에 표기했다. (지도제작 뉴스펭귄‧컵가디언즈)/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성은숙 기자] “매장 안에서 마시고 가려고 주문했는데요. 혹시 유리컵에 담아주실 수 있을까요?”

키오스크(무인 단말기)에서 주문을 할 때 ‘매장(섭취)’를 선택했지만 점원에게 한 번 더 “유리컵 제공”을 요청했다. 매장 내에 앉아있는 다른 고객들이 모두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먹고 있어서 미심쩍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점원에게 재차 요청했는데, 돌아오는 말은 ‘역시나’였다. 점원은 “우리 매장에선 일회용컵으로만 음료를 제공하고, 유리컵은 비치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차 전문 브랜드 '공차' 매장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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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월부터 카페‧식당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매장 이용 고객의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주는 카페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앞선 사례처럼 아예 다회용컵을 비치하지 않고 있는 카페도 있다.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재개하면서도 단속은 유예했기 때문이다.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그렇다면 카페들 중에는 매장 이용 고객에게 일회용컵을 제공하는 곳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뉴스펭귄>은 전국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현황을 시민들과 함께 직접 조사해 봤다.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카페 현황의 위치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도('전국 일회용컵 카페지도')도 만들었다.

조사에는 시민모임 ‘컵가디언즈’ 회원과 뉴스펭귄 독자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조사 기간은 6월13일부터 7월10일까지였다. 조사는 전국 카페들을 직접 방문해 음료를 주문한 결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원들은 프랜차이즈 카페를 위주로 방문했으며, 아이스 음료를 주문했다. 주문할 때 머그잔에 담아 달라는 요청을 점원에게 먼저 하지는 않았다. 카페가 고객보다 선제적으로 매장 내 섭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점원이 매장에서 섭취하는지 물어보는 경우에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조사원들이 무작위로 방문해 조사한 카페 매장은 총 398곳이다. 이 중 프랜차이즈는 69%, 소규모 프랜차이즈가 11.5%, 동네카페가 19.5%다. 뉴스펭귄과 컵가디언즈는 ▲지점이 100개 이상인 카페를 ‘프랜차이즈’ ▲지점이 100개 미만인 카페를 ‘소규모 프랜차이즈’ ▲지점이 없거나 1~2개인 카페를 ‘동네카페’로 분류했다.

 

조사대상 카페 29%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브랜드 이미지 의식하는 프랜차이즈 조사 비율 높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카페 실제로는 더 많을 것”

조사 결과, 조사대상 카페 398곳 중 281곳인 71%가 다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매장 내 이용 고객에게 일회용컵 음료를 제공하는 매장은 29%(117곳)였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 사례가 많아서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비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고금숙 컵가디언즈 운영자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브랜드 이미지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회용컵 사용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프랜차이즈 카페 10곳 중 8곳은 ‘다회용컵 사용’
“프랜차이즈, 상대적으로 일회용컵 사용량 적지만…
브랜드별 편차는 심해”

실제, 조사 결과 프랜차이즈는 규모가 작은 카페보다 상대적으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량이 적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조사한 274곳 중 22%(59곳)가 매장 내 일회용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소규모 프랜차이즈의 경우 조사한 46곳 중 일회용컵 사용 매장은 46%(21곳)로 절반에 달했다. 동네카페도 조사한 78곳 중 일회용컵 사용 매장이 47%(37곳)였다.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카페 비율은 프랜차이즈 78%(215곳), 소규모 프랜차이즈 54%(215곳), 동네카페 53%(41곳)였다.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다만 프랜차이즈 카페도 브랜드별로 일회용컵 사용 비율 편차가 심했다. 조사한 프랜차이즈 카페 중 ▲아마스빈 ▲카페게이트 ▲맘스터치 ▲메가커피 ▲컴포즈 ▲매머드익스프레스 ▲투썸플레이스 등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비율이 전체 평균(29%)보다 높았다.

반면 표본 수가 많진 않지만 조사한 모든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한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도 있었다. 해당 카페 브랜드는 ▲스타벅스 ▲파스쿠치 ▲파리바게뜨 ▲커피빈 ▲드롭탑 ▲더벤티 ▲버거킹 ▲롯데리아 등이었다. 고 운영자는 “큰 업체들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제한을 잘 지키는 편인 것 같다”며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 방침이나 가맹점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네 카페와 소규모 프랜차이즈 전반적으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비율이 높았다”며 “단속을 유예할 것이 아니라 모든 카페에서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를 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지방자치단체별로도 편차가 있었다. 특히 ▲울산 ▲대전 ▲제주도 ▲대구 ▲서울 등은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카페 비율이 전국 평균(71%)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 운영자는 “일회용컵 단속은 각 지자체가 시행하는 권한인 만큼, 매장 내 다회용기 사용 비율이 낮은 지자체들은 계도 활동에 특히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플라스틱컵 대신 제한 대상 아닌 종이컵 사용 사례 많아
키오스크 ‘매장 내 섭취’ 선택해도 일회용 컵 제공하는 경우도

조사 과정에서는 카페들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제한 규정을 어기지 않으려고 일종의 편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확인됐다. 매장 이용 고객에게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경우다. 현재 정부는 일회용컵 중 플라스틱컵만 매장 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종이컵은 제한 대상이 아니다. 종이컵은 11월24일부터 제한된다. 고 운영자는 “현재는 종이컵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종이컵에 음료를 주는 일종의 편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며 “종이컵도 일회용컵인 만큼 매장 내 사용 규제가 지체없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데, 키오스크에 ‘매장 섭취’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키오스크에 ‘매장 섭취’ 선택지가 있다 하더라도 형식뿐인 경우도 확인됐다. 키오스크에서 ‘매장 섭취’ 선택지를 눌러도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제공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키오스크가 아닌 매장 점원에게 다회용컵 제공을 직접 요청해도 점원이 “일회용컵으로만 음료를 제공할 수 있다”거나 “다회용컵은 매장에 비치하고 있지 않다”는 답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뉴스펭귄 독자들과 컵가디언즈 회원들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카페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일회용컵 사진들. (사진 뉴스펭귄 독자, 컵가디언즈 회원 제공) / 뉴스펭귄
뉴스펭귄 독자들과 컵가디언즈 회원들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카페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일회용컵 사진들. (사진 뉴스펭귄 독자, 컵가디언즈 회원 제공) / 뉴스펭귄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도 매장 내 사용 제한 대상인데 '비치'돼
패스트푸드 매장은 다회용컵에 플라스틱 뚜껑 덮어주는 경우 많아
컵가디언즈 “단속 유예 철회해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근절해야”

그밖에 매장 이용 고객에게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를 비롯한 일회용품을 제공하거나, 매장 한쪽에 설치된 일회용 코너에 일회용 빨대‧컵‧숟가락 등을 다량 비치한 카페도 다수 있었다. 현재 정부는 일회용컵뿐 아니라, 일회용 수저‧포크‧나이프‧나무젓가락을 비롯한 일회용품의 매장 내 사용도 제한하고 있다.

특히 디저트가 주력인 매장이나 카페의 경우 빨대나 일회용 수저‧나이프를 비롯해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량이 많았다.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매장의 경우, 음료를 다회용기에 담아주긴 하지만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를 함께 제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조사에 참여한 조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빵 등을 주력으로 파는 매장은 ‘우린 베이커리잖아’라는 식으로 오히려 남의 일인 듯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매장 내 일회용컵과 다회용컵을 혼용하는 카페도 많었다.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그래픽 뉴스펭귄)/뉴스펭귄

컵가디언즈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단속 유예를 철회해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운영자는 “일회용품이 매장 내에서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이 단속 유예로 지켜지지 않고 매장별 자율에 맡겨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일회용컵을 안 쓰고 법을 준수하는 매장만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속 유예를 철회해 단속의 근거만 마련해도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근절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지난 4월1일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만 당초 계획과 달리 과태료 부과와 같은 단속은 하지 않고, 지도와 안내 중심으로 계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안철수 당시 대통령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일회용품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이 단속 유예에 영향을 미쳤다. 규모와 관계없이 식품접객업으로 등록된 매장은 현재 모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에 해당한다. 

뉴스펭귄과 컵가디언즈가 시민들과 함께 카페 매장 398곳을 조사했다.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카페를 파란색으로, 일회용컵 사용 카페를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지도제작 뉴스펭귄‧컵가디언즈)/뉴스펭귄
뉴스펭귄과 컵가디언즈가 시민들과 함께 카페 매장 398곳을 조사했다.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매장 내 다회용컵 사용 카페를 파란색으로, 일회용컵 사용 카페를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지도제작 뉴스펭귄‧컵가디언즈)/뉴스펭귄

(그래픽으로 기사 보기 : [그래픽으로 보는] 전국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카페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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