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지키려고" 세계 최대 국부펀드의 투자 중단

  • 이수연 기자
  • 2024.03.14 13:51
멸종위기 오랑우탄 서식지 인근 마르타베 광산. (사진 Agincourt Resources)/뉴스펭귄
멸종위기 오랑우탄 서식지 인근 마르타베 광산. (사진 Agincourt Resources)/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멸종위기종 서식지에서 채굴 활동을 벌이는 대기업 투자를 중단했다.

환경매체 몽가베이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 산하 국부펀드는 멸종위기종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는 3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한다고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3개 기업은 영국계 기업 자딘매디슨과 그 자회사들인 자딘사이클앤캐리지, 아스트라인터내셔널이다. 아스트라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1위 기업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 노르웨이 재무부 산하 윤리위원회는 광산 채굴이 멸종위기종 타파눌리오랑우탄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며 이들 기업을 투자 목록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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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문서에서 윤리위원회는 "이 기업은 광산 면적을 크게 늘릴 계획이며, 인도네시아 당국도 금광 채굴을 허가했다"면서 "오랑우탄 서식지를 줄여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는 위험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컷 오랑우탄. (사진 IUCN - Maxime Aliaga)/뉴스펭귄
수컷 타파눌리오랑우탄. (사진 IUCN - Maxime Aliaga)/뉴스펭귄

채굴 활동으로 위협받는 종은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타파눌리오랑우탄이다. 이 오랑우탄은 현재 야생에 약 800마리만 남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에 속하며, 기존 서식지의 95%가 사냥, 분쟁, 개간으로 사라졌다. 타파눌리오랑우탄은 2017년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기존 오랑우탄과 구분되는 대형 유인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자딘매디슨은 2018년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 마르타베 광산을 사들였고, 운영은 자회사인 아스트라인터내셔널이 맡기로 했다. 채굴을 진행하는 마르타베 광산은 타파눌리오랑우탄의 유일한 서식지인 바탕토루 숲 안에 있다. 동시에 이곳은 국가 핵심생물다양성지역(KDA)으로 지정된 곳이다.

전세계 주식 1.5%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22년 기준 1억1850만달러(약 1562억원) 규모의 자딘매디슨 주식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딘사이클캐리지 지분은 3924만달러(약 517억원), 아스트라인터내셔널 지분은 2840만달러(약 374억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노르웨이 윤리위원회는 자회사에 영향을 갖는 모회사가 해당 자회사의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봤다. 자딘매디슨과 자딘사이클앤캐리지는 아스트라인터내셔널의 모회사이기 때문에 함께 투자에서 제외됐다.

이에 자딘매디슨 측은 "우리는 타파눌리오랑우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국부펀드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윤리위원회는 "오랑우탄을 보호하려는 회사가 광산 확장을 중단한다거나 서식지 근처로 깊이 들어가는 행위까진 제한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자딘매디슨. (사진 jardine matheson)/뉴스펭귄
자딘매디슨. (사진 jardine matheso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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