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보전활동으로 바라본 '몽골'…갈등 넘어 공존으로

  • 남예진 기자
  • 2024.01.17 09:59
(자연의벗연구소 제공)/뉴스펭귄
(자연의벗연구소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비영리 환경단체 자연의벗연구소는 멸종위기종 보호 캠페인 '콜리브리 프로젝트(Colibrproject)'의 일환으로 '제1차 자연의벗 멸종위기종 포럼'을 지난 12일 개최했다.

프로젝트 명칭은 다른 동물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산불을 끄기 위해 작은 부리로 물방울을 담아 날랐다는 벌새에 관한 설화를 토대로 붙여진 이름이다. 설화 속 벌새처럼 기후위기와 멸종위기 문제에 계속해서 대응해 나간다면,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내포돼 있다.

왼쪽부터 하서연 기후활동가, 탐 오퍼-웨스트포트 연구원, 지구당 이나리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왼쪽부터 하서연 기후활동가, 탐 오퍼-웨스트포트 연구원, 지구당 이나리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이날 강연은 '몽골의 기후위기&야생동물보전활동'을 주제로 ▲지구당(지구를 구하는 당신의 행동) 이나리 대표 ▲하서연 기후활동가 ▲미국 환경보호심리 연구자 탐 오퍼-웨스트포트의 발표로 진행됐고 현장에는 총 42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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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이나리 대표는 몽골에서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수행한 활동을 소개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지구당 이나리 대표는 몽골에서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수행한 활동을 소개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첫번째 프로그램은 대구 탐조생태문화기획 청년그룹 지구당 이나리 대표의 '새가 좋아서 몽골에서 천당갔다 지옥갔다 온 사연'으로 시작됐다.

이나리 대표는 최근 1년간 코이카(KOICA) 해외봉사단으로 NGO 몽골야생동물연구보호센터(WSCC) 소속 조류가락지센터 3곳과, 몽골 비영리 단체 사라아나 자연보호재단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몽골에서 운영되는 조류가락지센터 위치.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몽골에서 운영되는 조류가락지센터 위치.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이대표는 "몽골에는 사막, 습지, 강, 호수 등 다양한 서식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조류도 다양하게 관찰된다. 몽골에는 총 6개의 조류가락지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3곳에서 명금류 포획 활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류가락지 부착 조사는 조류의 이동 경로, 행동, 생태, 수명, 개체수 조사, 조류사냥 관련 자료 습득 등 연구에 다양하게 이용된다. 조사를 위해 전용 그물로 포획한 후 재빨리 신체 치수를 측정하고 다시 날려 보내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이때 필드 연구자는 매번 약 20㎏에 달하는 개인 짐을 지고 이동하는 보부상의 삶을 살아간다"고 전했다.

이대표는 "지난해 조사에서 호르흐(Khurkh)에선 쇠붉은뺨멧새가, 어기 호수(Ugii Lake)에선 종달도요가 가장 많이 포획됐다. 홉드(Khovd)의 경우 봄에는 북방쇠개개비, 가을엔 연노랑눈썹솔새로 기록됐다"며 "홉드는 유럽과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새들이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만큼 이국적인 새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수를 측정할 때 지방량, 뿌리깃 형태, 가슴둘레, 무게 등을 통해 성장 정도와 성별을 판단해야 하며, 해부학적 지식이 없다 보니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가락지 부착 조사 시 측정해야 하는 요소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가락지 부착 조사 시 측정해야 하는 요소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조류의 신체 치수를 측정 중인 연구원. (사진 지구당 이나리대표, WWCS)/뉴스펭귄
조류의 신체 치수를 측정 중인 연구원. (사진 지구당 이나리, WSCC)/뉴스펭귄

이나리 대표는 "해외에선 조류가락지 부착 조사자를 가리켜 '벤더(Bander)' 혹은 '링어(Ringer)'라고 일컫는다. 서양에선 가락지부착조사자 자격증 제도가 잘 마련돼 있지만, 아시아권에선 일본 정도로 그친다. 현재 가락지 부착조사가 전문가의 영역으로 치부되지만, 새와 공존할 방안 중 하나인 만큼 윤리교육이 명확히 이뤄진다면 학문과 비학문의 경계를 넘어 종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서연 활동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하서연 활동가.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두번째 프로그램은 국제기후활동가 하서연과 독일인 아티스트 레온 메셰드가 몽골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샹그릴라(Shangri-La)' 상영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은 몽골 울란바토르, 독일 라이프치히에 이어 서울에서 세번째로 상영회가 진행됐다.

하서연 활동가는 "영국 작가 제임스 힐턴 소설 중에 나오는 중국 쿤룬산맥의 허구적이고 이상적인 공간을 '샹그릴라'라고 지칭한다. 몽골인들에게 백화점 이름으로 익숙한 샹그릴라가 저와 레온이 꿈꾸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작품명을 '샹그릴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샹그릴라 영상 일부. (사진 자연의벗연구소)/뉴스펭귄
샹그릴라 영상 일부. (사진 자연의벗연구소)/뉴스펭귄

그는 "몽골이라고 하면 초원, 달리는 말, 유목민을 보여주는 영상이 많아 조금 다른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고, 지구 차원의 위기인 기후위기를 몽골인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철학적, 예술적으로 조명했다"고 덧붙였다.

 탐 오퍼-웨스톨트 연구원.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탐 오퍼-웨스톨트 연구원.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마지막 순서로는 미국 환경보호심리 연구자 탐 오퍼-웨스톨트의 늑대보호 연구를 사례로 '환경보호심리학(Conservation Psychology)'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탐 연구원은 "환경보호심리학이란, 야생동물과 자연 자원의 보존과 인간의 태도와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그는 미국에 서식하는 회색늑대 아종 중 멸종 위험이 가장 큰 '멕시코늑대'와 관련된 사례를 공유했다. 당시 애리조나, 뉴멕시코의 국유지에 방사된 늑대들이 목장을 침범하면서 가축 피해를 우려한 목장주들 불만이 커졌다. 이에 탐을 포함한 연구진은 늑대 개체수 증가와 관련해 목장주 등 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늑대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졌는지 조사했다.

일부 시민들은 늑대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할 것을 우려해 안전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 자연의벗연구소)/뉴스펭귄
일부 시민들은 늑대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할 것을 우려해 안전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사진 자연의벗연구소)/뉴스펭귄

탐 연구원은 "조사 과정에서 시민들이 굉장히 잘못된 정보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일부는 늑대가 아이들을 공격할 것을 우려해 안전시설을 만들거나, 늑대가 개와 거의 같아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할 것이라고 오해 중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늑대는 당연히 인간을 두려워하므로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북미에선 1800년 이후 늑대로 인한 사망사례가 단 2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탐 오퍼-웨스톨트 연구원.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탐 연구원은 최근 1년간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 및 문화교류 프로그램 '풀브라이트(Fulbright)' 소속으로 1년간 몽골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는 몽골야생동물연구보호센터에서 늑대 추적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늑대 사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사했다. 이때 단순히 늑대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는 기존 조사 방식이 아닌, 어떤 관리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지, 어떤 인상을 갖고 있는지 등 상세한 조사를 시행했다.

탐 연구원은 "독특하게도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사회적 정체성에 따라 의견이 명백히 갈렸다. 예시로 일부 주민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늑대사냥 투어를 진행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다 보니 늑대 사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반면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중들은 종을 보존할 때 (멸종)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가장 낮았다. 즉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멸종)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다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는 인식 개선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연의벗연구소 오창길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자연의벗연구소 오창길 대표.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한편 자연의벗연구소 오창길 대표는 "앞으로도 콜리브리 프로젝트 목적으로 생물다양성이나 멸종위기에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후 소식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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