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050' 탄소중립… "5년, 10년 뒤 계획도 나와야"

  • 최나영 기자
  • 2022.09.16 18:27
(사진 삼성전자)/뉴스펭귄
(사진 삼성전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삼성전자가 국내외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2050년까지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에 동참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국내 산업계 전반의 기후대응 기조에 영향을 미칠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시기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을 계기로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더욱 과감한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전자, '신친환경경영전략' 발표…
"가전제품 2030년, 반도체 2050년 '탄소중립'"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신친환경경영전략’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RE100에도 가입했다고 밝혔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민간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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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친환경경영전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가전‧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한다. 반도체 사업을 맡은 DS 부문 등 다른 부문은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추진한다. 해외 사업장의 경우, 서남아시아‧베트남은 올해, 중남미는 2025년, 동남아시아‧독립국가연합(CIS)‧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완료한다.

 

환경단체 “늦었지만 환영… 재생에너지 전환 신호탄 쏴”

환경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RE100 가입과 별개로 미국‧유럽‧중국 지역에선 100% 재생에너지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2018년 밝혔으며, 2020년 이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20년 기준 한국 사업장에서 전 세계 삼성전자 사업장 전력의 73%를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한국 사업장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는 수립하지 않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RE100에도 합류하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먼저 RE100에 속속 가입했다. 국제 투자업계와 환경단체 등은 삼성전자에 RE100 동참을 수년째 요구해 왔다.

(사진 한국RE100협의체 RE100정보플랫폼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펭귄
(사진 한국RE100협의체 RE100정보플랫폼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펭귄

기후솔루션은 “국내 시가총액 1위이자 글로벌 브랜드 가치 5위 기업인 삼성전자 합류를 고무적인 일로 평가한다”며 “국내 전력 소비량 2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RE100 합류는 국내 산업계 전반의 기후대응 기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도 “늦은 감이 있지만 국내 최대 기업이자 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삼성전자가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이번 선언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재생에너지 수요 늘어나는데…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 되려 ‘하향’
"기업이 스스로 정부에 재생에너지 강화 요구해야"

동시에 정부에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RE100 합류로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기준 7.5%에 그치기 때문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는 RE100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되려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실무안에서 203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21.5%로 제시했다. 지난해 확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목표치 30.2%보다 후퇴한 목표다. 대신 원전 발전 비중은 높였다.

기후솔루션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 기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RE100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재생에너지 목표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내팽겨둔 채 원전에만 ‘올인’하겠다는 현행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면 경제와 기후위기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그린피스 활동가가 삼성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 뉴스펭귄
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그린피스 활동가가 삼성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그린피스) / 뉴스펭귄

기업 스스로가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삼성전자는 민간 기업 중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이라며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듯이 삼성전자는 더 적극적으로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 뒤 탄소중립 달성하겠다'가 끝?…
"5년, 10년 뒤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신친환경경영전략 발표는 환영하지만, 내용은 일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규모와 위상에 비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미흡하게 제시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탄소가 주로 발생하는 반도체 사업(DS) 부문의 경우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제시했는데,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약 30년 뒤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간 목표와 달성 방법을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는 비판도 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2050년은 사실 국가가 탄소중립 목표로 제시한 시점이기도 한데, 삼성전자 같은 큰 기업이 같은 시점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만 제시하고 다른 설명은 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며 “지금 당장 기후재난이 심각한 만큼 당장 5년, 10년 안에 뭘 할 것인지 중간 목표에 대한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캠페이너도 “재앙적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은 향후 10년으로, 2050년이라는 목표는 너무 늦다”며 “삼성은 RE100 회원사 평균 수준인 2030년까지로 목표를 앞당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8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건물 벽면에 기후변화 리더십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 메시지를 투사했다.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그린피스는 지난 2018년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건물 벽면에 기후변화 리더십을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 메시지를 투사했다. (사진 그린피스)/뉴스펭귄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신친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 방식과 관련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 요금제,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 등이 있다’라는 내용만 밝혔다. 양 캠페이너는 “삼성전자는 제시한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필요도 있다”며 “그래야 (관련 기업 등이) 어떤 부분에 더 투자를 하고 인프라를 늘려갈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산업에 일종의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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