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7.5%?… 유의미한 수치는 '5% 미만'

  • 최나영 기자
  • 2022.09.21 16:24

한전 집계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엔 '탄소 배출 전력' 포함돼…
실제 지속가능한 태양‧풍력에너지 비중만 집계하면 4.7%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전자가 최근 RE100에 합류하면서다. 삼성전자의 RE100 가입은 국내 산업계 전반의 재생에너지 사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민간 캠페인이다. 애플‧어도비‧샤넬‧구글을 비롯한 해외 기업을 포함한 38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도 속속 RE100에 가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가입 사실을 알렸다. <삼성전자의 '2050' 탄소중립… "5년, 10년 뒤 계획도 나와야" 기사 참조>

문제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평균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력량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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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가 보기엔 헷갈릴 수 있는 여러 수치들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데, 이같은 수치들은 어떤 자료에 근거한 것이며 어디까지가 유의미한 정보인지 <뉴스펭귄>이 분석해 봤다.

 

<뉴스펭귄>, 한전 통계자료 직접 분석해 보니…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7.5% 안팎
“집계 기관‧자료마다 수치 조금씩 다르지만 추세 비슷”

21일 <뉴스펭귄>이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지난해 한국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였다. 총 발전량 576TWh(테라와트시) 중 신‧재생에너지는 43TWh로 집계됐다. 태양‧풍력‧수력(양수발전은 제외)‧해양‧바이오‧연료전지‧석탄액화가스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추산한 값이다.

전력통계월보는 올해 7월 내역까지 공개돼 있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날씨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뉴스펭귄>은 최근의 특정 달이 아닌 지난해 한 해 단위의 발전량을 집계했다.

같은 기관의 한국전력통계를 기반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집계한 결과도 지난해 기준 7.6%로 미세한 차이가 있었지만 비슷했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전 총량 601TWh 중 신‧재생에너지와 수력발전을 합친 발전량은 45TWh였다.

국내 발전전력량 추이 (자료 한국전력공사 '2021년 한국전력통계')/뉴스펭귄
국내 발전전력량 추이 (자료 한국전력공사 '2021년 한국전력통계')/뉴스펭귄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통계 자료마다 수치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각 자료에 집계된 전반적인 신‧재생에너지 전력량 추세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어떤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데이터를 합쳤느냐 등에 따라 집계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령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등 한전과의 거래를 통하지 않은 발전량은 한전이 집계하지 않고 있다”며 “어떤 전력까지 취합하느냐 등에 따라 각 기관들이 집계한 수치도 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환경단체 “사실상 태양‧풍력에너지만 지속가능"

문제는 7.5% 안팎으로나마 집계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마저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모두 유의미한 에너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단체들은 대체로 한전의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풍력 발전만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나머지 발전원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환경 파괴를 야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바이오에너지와 폐기물은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이라며 “태양광‧풍력으로도 충분히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할 수 있다는 국책기관의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태양광‧풍력 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력‧태양광 발전량만 집계하면 4.7%에 그치는데…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오히려 햐향

그렇다면 국내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영국의 기후‧에너지 정책 연구소 엠버(EMBER)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 중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이 4.7%에 그친다. 2020년 기준으로 봐도 국내 풍력‧태양광 발전량은 21.5TWh에 그친다. 같은 해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량 26.95TWh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뉴스펭귄>이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분석 결과,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4.3%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 발전량 576TWh 중 태양‧풍력 에너지는 24.5TWh로 추산됐다. 태양에너지는 21.8TWh로 3.7%, 풍력에너지는 2.7TWh로 0.5%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되려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말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실무안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체 발전량의 21.5%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확정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목표치 30.2%보다 8.7%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대신 원전 발전 비중은 높였다.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환경단체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 비판

이에 환경 관련 단체‧기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강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7.5%로 봐도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한 재생에너지는 더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글로벌 화석연료 공급망 위기에 따라 유럽, 미국이 앞다퉈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고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RE100 합류로 인해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재생 발전설비 20% 돌파'?…헷갈리지 말아요!

최근 다수 언론은 이번달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이 20%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9월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2만7천103MW(메가와트)로 전체 발전 총량 13만4719MW의 20.1%를 차지했다.

국내 태양광‧풍력(2만2059MW) 발전설비 용량도 전체 발전량의 16%를 차지했다. 이 중 태양광 발전은 15%, 풍력 발전은 1% 가량이다.

비전문가의 경우 이 수치를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오인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발전설비 용량에 대한 집계 결과로 발전량과는 다르다. 발전설비 용량은 일반적으로 발전소 또는 발전기의 출력을 의미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경우 발전설비 용량과 달리 월별 단위의 수치로 최근의 동향을 파악하지도 않는 편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발전량의 경우 날씨에 따라 특정 달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 한 달 치 통계 자료만 떼어내 설명하진 않는다”며 “태양광은 낮 시간에만 발전하기 때문에 똑같은 설비 용량을 가진 석탄발전이나 원전보다 발전량은 더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광의 경우 날씨가 선선한 봄과 가을철에 발전량이 가장 많이 나온다"며 "오히려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에는 반도체 모듈 효율이 떨어지고, 겨울에는 햇빛이 많지 않다(보니 발전량이 적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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