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달만에 4마리→40마리...열대어 스팟 이면

  • 안수연 인턴기자
  • 2024.03.22 13:48
경기도 이천시 죽당천에서 열대어를 잡는 시민.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경기도 이천시 죽당천에서 열대어를 잡는 시민.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안수연 인턴기자] 경기도 이천시 죽당천은 SK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선 이후 2018년부터 구피가 잡히는 '열대어 스팟'이 됐다. 공장에서 사용된 냉각수가 30℃에 가까운 온배수로 방출되면서 열대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고, 누군가가 번식력이 빠른 구피를 방류하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공장에서 나온 따뜻한 물... 괜찮을까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온배수에 포함돼 있을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걱정도 있다. 온배수는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후 하천이나 바다로 배출되는 따뜻한 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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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에 설립할 반도체 공장 폐수를 안성으로 보내기로 했지만, 안성 농민들의 반발로 폐수 방류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공장 방류구 근처 하천.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공장 방류구 근처 하천. (사진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방류수가 흘러들어가는 지역 하천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국내 생산 사업장의 경우,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제2조 환경기준 중 하천의 생활환경 기준에 따라 ‘좋은 물’ 수준으로 폐수를 방류해야 한다.

‘좋은 물’ 기준은 5개 지표의 목표 농도(△화학적산소요구량 5mg/L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3mg/L △부유물질량 25mg/L △총인 0.1mg/L △총유기탄소량 4mg/L) 이하다. 

‘좋은 물’ 기준은 5개 지표의 목표 농도 화학적산소요구량(COD,mg/L) 5mg/L,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BOD, mg/L) 3mg/L, 부유물질량(SS, mg/L) 25mg/L,총인 (T-P, mg, L) 0.1mg/L 이하다. 뉴스펭귄이 이천시청에서 받은 죽당천 수질조사 데이터를 검토해 보니 죽당천에서 검출되는 화학물질 수준은 구피가 처음 발견된 2018년도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었다. (표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좋은 물’ 기준은 5개 지표의 목표 농도 화학적산소요구량(COD,mg/L) 5mg/L,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BOD, mg/L) 3mg/L, 부유물질량(SS, mg/L) 25mg/L,총인 (T-P, mg, L) 0.1mg/L 이하다. 뉴스펭귄이 이천시청에서 받은 죽당천 수질조사 데이터를 검토해 보니 죽당천에서 검출되는 화학물질 수준은 구피가 처음 발견된 2018년도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었다. (표 안수연 인턴기자)/뉴스펭귄

이천시청이 <뉴스펭귄>에 제공한 죽당천 수질조사 데이터를 검토해 본 결과, 죽당천에서 검출되는 화학물질 수준은 구피가 처음 발견된 2018년도 이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죽당천에서 잡힌 열대어 플레코스토무스. (사진 유튜브 TV생물도감 갈무리)/뉴스펭귄
경기도 이천시 죽당천에서 잡힌 열대어 플레코스토무스. (사진 유튜브 TV생물도감 갈무리)/뉴스펭귄

그렇다고 이 현상이 생태계에 문제없다고 볼 수는 없다. 

“4마리를 데려왔는데 순식간에 불어나더라고요, 한달만에 40마리가 됐어요.”

박영준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선임연구원은 "죽당천에서 발견되는 모든 열대어는 100% 사람들의 방생에 의한 것"이라고 <뉴스펭귄>에 설명했다. 현재까지 구피천에 발견된 열대어는 구피, 텐트라, 플레코스토무스, 안키스트루스, 시클리드 종, 플래티, 마블가재 등이다. 

구피는 열대어 중 온도만 맞춰지면 비교적 키우기 쉬워 '관상어 입문용'으로 많이 팔린다. 구피는 암수 한쌍이 있으면 한번에 20~40마리씩 매달 치어를 낳을 수 있다. 빠르게 불어나는 구피 수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구피 무료 분양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랫동안 구피를 키우며 여러 번 분양도 보냈지만 구피와 어항 자체를 무료 분양하겠다는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 (사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갈무리)/뉴스펭귄
오랫동안 구피를 키우며 여러 번 분양도 보냈지만 구피와 어항 자체를 무료 분양하겠다는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자. (사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갈무리)/뉴스펭귄

처갓집에서 데려온 구피 10마리가 8개월 만에 100마리로 늘어나 부모님에게까지 구피를 분양했다는 경기도민 박민형(가명) 씨. 그의 부모님도 아들에게 받았던 구피 4마리가 한달만에 40마리까지 늘어났다고 했다.

박 씨는 "구피 수가 계속 늘어나니까 지금은 큰 대야에서 키우고 있다"며 “작은 어항에서 관상용으로 조금 키우려고 했는데 번식력이 무서울 정도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열대어 방류 스팟될까 우려... 하지만 대응 어려워

남현철 경기도 이천시청 축산과 주무관에 따르면 유기 현장을 직접 목격한 경우에는 '불법 유기'로 처벌할 수 있다. 남 주무관은 “작년에 신고를 받고 4번 정도 죽당천에 나갔는데 열대어 방류 현장을 잡진 못했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또 최혜린 이천시청 환경보호과 주무관은 “지금까지 죽당천에서 발견되는 열대어들은 생태계 교란종이 아니라 특별히 대응이 어렵다”며 “죽당천에 방문해서 열대어를 잡는 행위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열대어 방류와 관련해 입간판을 설치한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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