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최전선, 방글라데시 기후난민의 절박한 외침

  • 박상희 펭윙스
  • 2023.07.19 11:42
물에 잠긴 건물. 방글라데시는 홍수로 인해 물이 1.6m 이상 차오르고 있다. (사진 박상희 펭윙스 촬영)/뉴스펭귄
물에 잠긴 건물. 방글라데시는 홍수로 인해 물이 1.6m 이상 차오르고 있다. (사진 박상희 펭윙스 촬영)/뉴스펭귄

[뉴스펭귄=방글라데시 박상희 펭윙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불과 0.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의 80%가 해안가, 범람원 등 저지대에 놓여 홍수·침식 피해가 심각하며, 2050년까지 국토의 11%가 유실돼 1300만 명 이상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Germanwatch)의 2021 글로벌 기후위험지수(CRI)의 평가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2000~2019년까지 185건에 달하는 기후재난에 마주했으며 37억2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 상당의 경제적 손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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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6월 기자는 방글라데시의 기후난민들이 처한 현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후난민들이 밀집한 가이반다(Gaibandha)를 방문해 대화를 나눴다.

해당 지역은 3개의 강으로 둘러싸여 방글라데시에서 기후재난에 취약한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방글라데시 가이반다 주민들. (사진 박상희 펭윙스)/뉴스펭귄
방글라데시 가이반다 주민들. (사진 박상희 펭윙스)/뉴스펭귄

Q. 기후위기로 인해 어떤 피해를 겪었는가?

A. "기후위기 탓에 나날이 홍수 피해가 거세지고 있다. 불과 지난 달까진 다른 섬으로 건너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동하기조차 어렵다.

재난에 대비해 정비 작업을 마쳤으나 홍수의 여파로 물이 1.6m 이상 차올랐다. 결국 거주시설뿐만 아니라 학교, 병원 등의 피해도 크다 보니 교육·의료 지원이 이뤄지기 어렵고 대피소에서 2개월 이상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2011년부터 총 10번 이상 이주했으며 앞으로도 안전한 거처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가장 슬프지만,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주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Q. 지금까지 홍수로 입은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A. "홍수로 인한 피해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집, 땅, 음용수 등 모든 것이 물에 잠기고 말았다. 2019년에는 강의 수위가 높은 나머지 댐 위로 물이 넘쳐 마을을 덮쳤고 모든 집이 침수되고 말았다. 수해에 의한 트라우마로 매번 우기 때마다 댐이 넘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농경지도 물에 잠겼기 때문에 온종일 집에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익을 거둘 방안이 없는 상태다. 만약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생계를 계속 이어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 나가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선 다시 이곳에 터를 잡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다만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Q. 현재 정부에서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가?

A. "기본적으로 쌀, 콩, 소금, 텐트 등을 지원받고 있으며, 우기에는 장염 등이 확산되기 쉽다 보니 약품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로부터 가축을 지원받거나 화장실, 집 등을 재건축할 때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다만 정부의 자원도 충분하지 않다 보니 홍수 재난민의 약 8%만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대다수는 NGO의 도움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

Q.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까?

A. "우선 홍수와 침식 피해가 심각한 만큼 댐 건설, 거주지 재정비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재난 대피에 필요한 시설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재난 소식이 잘 알려지지 못하는 부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피용 구명보트를 조금 더 늘리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대다수의 국민이 이슬람교인 만큼 종교적·관습적인 이유로 여성들은 사회적 진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수영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로 인해 남성보다 재난에 더욱 취약한데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인식 개선 교육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방글라데시 가이반다 주민들. (사진 박상희 펭윙스)/뉴스펭귄
방글라데시 가이반다 주민들. (사진 박상희 펭윙스)/뉴스펭귄

가이반다 주민들과 인터뷰를 통해 기자는 방글라데시 재난민들의 이주는 기후재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시급한 예방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기후위기가 야기한 기후재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세계가 이러한 상황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펼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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