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일제가 멸종시킨 한반도 야생동물들

  • 이수연 기자
  • 2023.03.01 00:00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사업 명목으로 함경도에서 포획된 호랑이 두 마리 (사진 에이도스 제공)/뉴스펭귄(사진 에이도스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1919년 3월1일은 조선이 일제 지배에 항거해 독립을 선언한 날이다. 3·1절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해방을 염원하던 해방운동의 정신을 기념하는 날이자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다시 기억하는 날이다.

일제는 당시 끔찍한 만행을 저지르며 우리 고유의 것을 파괴했다. 그중에는 민족과 함께 살아온 야생동물도 있다. 조선총독부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짐승을 없앤다는 '해수구제' 명목으로 몸집이 큰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사냥했다.

일제의 해수구제사업은 호랑이, 표범 등 대형 야생동물이 한반도에서 절멸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다시는 한반도에 사는 야생동물이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 때문에 멸종해선 안 된다. 3·1운동의 정신을 기념하며, 일제강점기 때 멸종했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5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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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랑이

1917년 일본인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는 겉으론 해수구제사업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제국주의 과시의 목적으로 '호랑이를 정복하는 사냥단'이라는 뜻의 '정호군'을 만든다. 야마모토는 사냥단과 함께 한 달간 원정에 나섰다가 함경도에서 호랑이 두 마리를 포획하고 돌아와 시식회를 갖기도 했다. 이후 '호랑이 사냥 원정기'를 의미하는 <정호기>라는 책을 펴냈다.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신문 <조선휘보>에 따르면 1915년~1924년 10년 동안 한반도에서 포획된 호랑이는 89마리다. 이 기록은 단지 공식 통계이며, 1917~1918년 통계는 누락됐다는 점에서 더 많은 호랑이가 사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24년부터 9년 동안 포획한 호랑이는 전체 2건에 그쳤다. 1934년부터 1940년까지는 해마다 1마리 정도만 잡히다가 결국 사라지고 만다. 

왼쪽부터 일본인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와 조선인 포수 최순원 (사진 에이도스 제공)/뉴스펭귄
왼쪽부터 일본인 사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와 조선인 포수 최순원 (사진 에이도스 제공)/뉴스펭귄

2. 표범

선사시대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진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표범이 새겨져 있으며, 조선이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매년 정기적으로 바쳤던 표범 가죽 수만 142장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한반도에는 오래전부터 표범이 많이 서식했다. 그랬던 표범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절멸했다.

조선휘보와 조선총독부 통계연보 등에 기록된 내용을 더하면, 1915년부터 1942년 사이 표범 624마리가 마구잡이로 사살됐다. 해방 이후에도 표범은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할 야생동물에서 제외됐다. 한반도에 살았던 표범은 '아무르표범'으로 현재 전 세계에 80마리 정도만 남았다. 표범 가죽은 일본 귀족의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아카이브)/뉴스펭귄

3. 대륙사슴

꽃사슴이라고도 불리는 대륙사슴. 국립생태원은 일제강점기의 해수구제사업 이후 대륙사슴이 절멸했다고 말한다. 약재로 쓰이는 녹용과 사슴피를 얻기 위해 사냥한 것이 이유였다. 한국에서는 1910~1920년대 제주에서 발견된 후로 보이지 않아 2005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됐다. 일제는 호랑이를 중심으로 해수구제사업을 추진했는데, 호랑이의 생태를 알지 못해 매번 사냥에 실패하자 잡기 쉬운 대륙사슴이 희생양이 됐다. 북한에는 대륙사슴이 남아 있다.

대륙사슴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대륙사슴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4. 독도강치

"갑인년 4월 26일에 가지도(可支島)로 가니, 네댓 마리의 가지어(可支魚)가 놀라서 뛰쳐나오는데, 모양은 무소와 같았고..."

정조실록 18년 6월3일 기록에는 강원도 관찰사 심진현이 울릉도를 보고하는 내용 중에 독도강치가 등장한다.

1934년 일본 어부들이 독도강치를 잡는 모습 (사진 위키미디어)/뉴스펭귄
1934년 일본 어부들이 독도강치를 잡는 모습 (사진 위키미디어)/뉴스펭귄

예로부터 조선은 독도를 가지도라고도 불렀는데, 우리가 강치라고 부르는 당시 '가지어'가 산다는 이유에서다. 바다사자인 강치는 독도에서 주로 서식했으나 일제가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남획하는 바람에 멸종했다. 1904년부터 시작한 남획으로 그 해에만 독도강치 3200마리가 포획됐다.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해 1994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절멸(EX, Extinct)'에 이르렀다.

독도강치 박제 표본 (사진 ja:Nkensei,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독도강치 박제 표본 (사진 ja:Nkensei, 위키미디어)/뉴스펭귄

5. 반달가슴곰

아직 멸종하진 않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이 사라진 주된 이유 역시 일제강점기의 해수구제사업 때문이다. 조선휘보에 따르면 1915년~1916년 반달가슴곰 429마리가 희생됐고, 조선총독부 통계연보는 1933년~1942년 10년 동안 610마리를 살생했다고 기록한다. 27년간 1039마리가 사라진 셈이다.

해방 이후에도 한국전쟁으로 반달가슴곰의 서식지가 파괴됐으며, 웅담 채취를 위한 밀렵으로 지리산에서만 최소 160마리가 희생됐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반달가슴곰은 1998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에 지정됐다.

반달가슴곰 (사진 청주랜드 관리사업소 제공)/뉴스펭귄
반달가슴곰 (사진 청주랜드 관리사업소 제공)/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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