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토그래피] '자판기 왕국' 일본의 고래고기 자판기

  • 남예진 기자
  • 2023.02.25 00:15
일본 오사카 우메다역 인근에 포경회사 교도센바쿠의 고래자판기 가게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개업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일본 오사카 우메다역 인근에 포경회사 교도센바쿠의 고래자판기 가게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개업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도심 한복판에서도 건강과 지속가능성에 도움되는 고래고기를 즐겨보세요'

일본은 자판기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제품을 자판기에서 판매하고 있다. 평범한 음료수부터 술, 담배, 군고구마, 곤충식 등 말 그대로 자판기에 없는 게 없다.

최근에는 일본 포경회사 교도센바쿠(共同船舶)에서 고래고기 소비 활성화를 위해 일본 곳곳에 '고래고기' 자판기를 설치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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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구매하는 현지인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제품을 구매하는 현지인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고래고기 베이컨을 구매한 현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품을 촬영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고래고기 베이컨을 구매한 현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제품을 촬영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지난 16일 오사카에도 고래고기 자판기가 설치됐는데, 당시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개업 행사가 종료됐음에도 불구하고 10분 동안 현지인 5명이 방문했다.

제품을 구매한 현지인 A씨는 구매 계기를 묻는 질문에 "처음 보는 가게인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제품들을 팔고 있어 구매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고래의 다양한 부위를 회, 전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냉동한 뒤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고래의 다양한 부위를 회, 전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냉동한 뒤 자판기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1000엔부터 3000엔까지(약 9600원~2만9000원)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1000엔부터 3000엔까지(약 9600원~2만9000원)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교도센바쿠의 간사이 지방 담당자 요도노 켄타(淀野 健太)씨와도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현지에서 고래고기 수요가 꽤나 높은 덕분에 개업식이 성황리에 진행됐다"라며 "자판기에는 (고래의) 혀부터 꼬리까지 다양한 부위뿐만 아니라, 카레나 베이컨, 통조림 등의 가공 식품도 마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래고기 소비가 건강 증진과 지속가능성에 도움된다고 주장하는 쿠지라 상점 오사카 지점의 홍보물.(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고래고기 소비가 건강 증진과 지속가능성에 도움된다고 주장하는 쿠지라 상점 오사카 지점의 홍보물.(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가게 내부에는 고래고기에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돼 피로해소에 도움 될 뿐 아니라 기억력 저하를 예방할 수 있고, 고단백 저지방이기 때문에 '건강식'이라는 내용이 안내돼 있었다. 

또한 고래가 오징어, 꽁치 등을 소비함으로써 수산자원을 고갈시키고,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에 고래고기 소비가 '지속가능성'에 도움 된다는 주장도 함께 적어놓았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고래는 플랑크톤과 어류를 다량 섭취하지만, 철·질소·인 등이 풍부한 배설물을 배출함으로써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게 되면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크릴의 영양분이 되기 때문에 이들을 먹이로 삼는 어류뿐 아니라 고래·펭귄·물개 등의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 

고래고기가 건강 증진에 도움 된다는 교도센바쿠 측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밍크고래 고기의 46%가 중금속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밍크고래는 크릴과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중금속 함량이 낮은 편인데, 교도센바쿠에서 판매되는 고래종이 상업어류를 다량 섭취했다면 더 많은 중금속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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