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 사용 '선택 아닌 필수'…"법과 제도·민관산 협력 필요"

  • 성은숙 기자
  • 2022.06.15 18:51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 토론회(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 토론회(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국내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을 위해 배달플랫폼의 다회용품 사용 확대를 위한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종 일회용품 사용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일회용품 폐기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다회용품 사용이 보다 빠르게 확대될 수 있도록 법률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배달플랫폼 사업자에 일회용품부담금 부과·징수 ▲다회용품 표준화 ▲다회용품 사용 사업자에 비용지원 등이 제안됐다.

15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녹색연합이 공동으로 주관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색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법조계·기업·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발제·토론하는 거버넌스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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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주관자인 이수진 원내대변인과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를 비롯해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 ▲박종원 부경대학교 교수 ▲권용규 배달의민족 상무 ▲태경재 뽀득 이사 ▲정소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서영태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과장 등이 참석했고 박종원 교수가 토론회 좌장을 맡았다. 

 

국내 제도도 국제사회 동향에 발맞춰야

지현영 변호사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소개하며 한국의 사례와 비교했다. 지 변호사에 따르면 EU에서도 기후 관련 정책 모범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2045년 기후중립 달성을 목표로 순환경제에 있어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3일부터 단계적 포장재법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산업계, 소비자, 환경단체 등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조정을 거쳐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탈플라스틱 정책을 추진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발의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 등을 통해 일회용품 감축을 꾀하고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팀장은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이용자 4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회용기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9%(134명)가 다회용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추가로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팀장은 다회용품 표준화 및 예산 지원을 제안하면서 "어려운 상황에도 가야할 길은 있다"며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델을 구축해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배달의민족·뽀득 "다회용기 사용 정착엔 규제, 정부지원 필수"

권용규 상무는 자사의 친환경 행보를 알리는 한편 입법·정책 과정에서 헤아려져야 할 일선 업체 업주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회용 식기 렌탈 서비스 회사인 뽀득의 태경재 이사는 배달시장 내 다회용기 사업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태 이사는 고객 특성별 다회용기 비용 민감도, 높은 분실 위험, 배송·수거 등 물류 비용 부담 등을 이 사업의 한계점으로 꼽았다. 그는 다회용기 확산을 위한 용기 표준화 등 단계적인 규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외식업주 "다회용기 사용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 돼"…민관산 협력 필요

정소윤 수석연구원은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올해 2월4일부터 8일까지 외식업주 150명·소비자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음식점 배달·포장 일회용기 사용 및 다회용기에 대한 의견조사' 설문 결과를 통해 민관산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주와 소비자 모두 다회용기 사용을 찬성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꺼려했다. 외식업주 응답자의 61.7%와 소비자 응답자의 71.6%가 다회용기 사용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외식업주 응답자의 61.7%가 다회용기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응답자의 62.9%가 추가 수수료가 없으면 다회용기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소비자 응답자 중 14.7%만 추가 수수료를 기꺼이 부담할 것으로 조사됐다.

정 수석연구원은 환경보호 실천을 위한 비용 부담 및 인프라 구축에 정부·지자체·배달플랫폼·기업·소비자 등의 협업을 통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수열 소장 "단계적 접근 차원의 초기 모델 필요… 소비자에게 선택권 줘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사진 녹색연합)/뉴스펭귄

홍수열 소장은 "규제가 명확해야 관련 산업이 준비할 수 있다"며 단계적인 접근과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말했다. 홍 소장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다회용기와 일회용기 중 선택할 권리를 주도록 법적 의무로 강제하게 된다. 홍 소장은 "우리도 이같은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초기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며 "초기에는 '비싸지만 좋은거니까 이용한다' 식의 프리미엄 모델처럼 가면서 점차 저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회용기 사용 부담비용 액수가 낮고, 징수한 부담 비용이 다회용기 사용 촉진 사업 등에 환원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별도의 관리 기구에서 기금 등을 관리하고 다회용기 사용자에 인센티브로 환원하는 등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플랫폼 사업자도 소비자가 일회용기와 다회용기 중 무엇을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면서 "소비자·시장·입법 등이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면, 다회용기 배달 수요가 늘어나고 규모의 경제가 되면서 점차 다회용기 비용 부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원 부경대학교 교수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의존하는 수준이 플라스틱 신드롬이라 불러야 할 지경"이라며 "플라스틱을 폐기물로 다뤘던 기존의 고민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조절하려는 고민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국민의 성공 경험 중요", 녹색연합 "중앙정부 강한 의지 필요"
이수진 원내대변인 "법과 제도 마련 적극 나서겠다"

서영태 과장은 '2022년도 다회용기 재사용 국고보조 현황' 등 정부의 다회용기 사용 정책 및 시범사업을 간추리면서 "플라스틱 일회용품 저감 및 다회용기 사용 확대에 대한 국민의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국민의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교육만큼 필요한 것은 '우리도 해낼 수 있다'라는 성공 경험과 일상 체감"이라고 강조했다.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윤정숙 녹색연합 상임대표(사진 성은숙 기자)/뉴스펭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사진 성은숙)/뉴스펭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사진 성은숙)/뉴스펭귄

이날 윤정숙 상임대표는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중앙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방향이 흔들리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된다"며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제사회가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제정을 결의하는 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법과 제도,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2일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 참석한 175개 회원국이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 결의안은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을 제정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과거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위주에서 플라스틱의 전주기적(full lifecycle)인 관리로 논의가 확대된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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