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괭이‧잘피‧철새…가덕도신공항 들어서면 어쩌나

  • 최나영 기자
  • 2022.05.09 18:10

환경운동연합 ‘가덕도 생태조사 결과’ 발표…
"생태계 파괴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철회해야"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부산 가덕도 해양에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 보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다수 조류가 가덕도신공항 예정구역 상공을 지나가 비행기와 새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가덕도 해양‧조류‧육상‧역사유적 생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3월 가덕도 생태조사단을 발족하고, 가덕도의 해양환경과 조류, 육상식생, 문화유적을 조사해 왔다.

 

상괭이 (사진 고래연구센터)/뉴스팽귄
상괭이 (사진 고래연구센터)/뉴스팽귄
환경운동연합이 가덕도에서 상괭이를 발견한 위치.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환경운동연합이 가덕도에서 상괭이를 발견한 위치. (사진 환경운동연합)/뉴스펭귄

가덕도 해안에 법정보호종 상괭이‧잘피 서식 확인
“신공항 건설 위해 해상 매립하면 해양생태계 파괴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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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가덕도 남쪽을 중심으로 상괭이와 잘피를 비롯한 해양보호생물 2종이 확인됐다. 상괭이의 경우, 조사단이 4~9월 드론으로 가덕도 연안 전체를 탐색한 결과 가덕도 전체 해역의 6개 해역에서 65번 확인됐다. 가덕도 남쪽 바다에서는 상괭이가 한 장소에서 6시간 동안 60회 이상 관찰되기도 했다. 상괭이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지만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되고 있는 토종 돌고래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에 따른 해양보호생물로도 지정돼 있다.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장은 “상괭이는 우리나라에만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며 “특히 상괭이는 가덕도 남쪽 해역에서 많이 발견된 만큼, 해당 해역은 특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 북쪽 해안 3곳에서 바다 식물인 잘피도 확인됐다. 가덕도 잘피군락의 전체 면적은 축구장 1개 정도의 넓이인 1.2㏊(핵타르) 정도다. 잘피도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다. 류 단장은 “잘피는 광합성을 통해 수중에 산소를 공급하고, 잘피 주변에 어린 물고기들이 상당히 모여있어 수산‧생물자원 보호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며 “그래서 바다의 오아시스라고도 불리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부도 중요성을 인지해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한 추진계획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은 바다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환경운동연합은 “공항 건설 과정에서 상괭이와 잘피 서식지를 비롯한 해양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새들이 최근 주요 이동통로. (자료 나일무어스 박사)/뉴스펭귄
새들이 최근 주요 이동통로. (자료 나일무어스 박사)/뉴스펭귄

가덕도는 바다 건너가는 철새 이동경로…
비행기 충돌 빈번한 지상 300m 사이 나는 새 43%

또 가덕도신공항 활주로 건설 예정구역과 그 주변 상공을 총 42시간 35분 동안 조사한 결과, 6천400마리가 넘는 새들이 조사구역 지상 50~900m 사이의 고도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13종에 달하는 맹금류 2천610마리와 갈매기‧까마귀를 비롯한 기타 대형조류 1천922마리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해당 상공에서 관찰된 조류의 43%가 활주로 상공을 비행할 때 지상에서 300m 사이를 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조류 충돌사고의 4분의 3 이상이 지면과 지상 300m 사이에서 발생한다. 류 단장은 “가덕도는 철새들이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를 최단거리로 이동하기 위해 거치는 관문”이라며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는 철새들이 거의 대부분 부산 앞바다 부근으로 모여드는 만큼 새와 항공기가 충돌하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 조류팀에서 조사에 참여한 나일무어스 새와생명의터 대표도 “가덕도는 철새들이 깔대기처럼 모여드는 곳”이라며 “일반적으로 개발업자들은 이곳을 개발하면 새들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별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바다를 건너는 수천 마리의 새들은 그대로 모여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해안서 거의 유일한 100년이상 된 원시림 있는 곳
환경단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실시하고 생태 공동조사하라”

그밖에 가덕도 육상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대흥란을 비롯한 희귀생물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에 발간된 2차 부산 자연환경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가덕도 육상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이 분포하고 있다. 류 단장은 “가덕도에는 남해안에서 거의 유일한 100년 이상 된 원시림이 있다”며 “어른이 팔로 둘러도 다 안지 못할 만큼 큰 나무가 있는 등 굉장히 울창한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가덕도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러일전쟁까지 한반도 역사‧문화를 간직한 곳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부산신항이 들어선 가덕도 장항마을에선 유골 48구와 움집터 150곳이 발견됐다. 신석기 무덤과 거주지로는 국내 최대급이다. 가덕도 외양포에서도 조개무지가 나왔다. 신공항 예정지에는 고려 때 설치된 연대봉 봉화대, 조선의 군사기지 천성진성, 일제의 군사시설 외양포의 포진지와 일본군 마을, 대항마을과 새바지의 일본군 인공동굴을 비롯한 역사 유적도 있다.

이날 환경운동연합은 “안전성‧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가덕도 신공항을 무엇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사전타당성 검토연구용역 결과를 즉시 공개하고, 철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라"며 "조류 충돌, 해양 매립으로 인한 상괭이‧잘피 서식지 훼손, 대흥란 군락지 파괴를 비롯한 문제에 대해 공동조사하라"고 촉구했다.

9일 환경운동연합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가덕도 생태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9일 환경운동연합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가덕도 생태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최나영 기자)/뉴스펭귄

앞서 정부는 지난달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예타 면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타 면제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예타 면제가 확정되면 기재부는 사업계획적정성 검토를 하게 된다. 국토부는 적정성 검토가 끝난 뒤 기본계획 마련에 착수하고, 환경부 주도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 착공, 2035년 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2020년 11월 '가덕도신공항건설촉진특별법'을 발의한 사람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당시 국회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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